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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정은수 객원기자 | 지난해부터 이어진 의대 증원 갈등에 이어 늘봄학교 2학기 전면 시행 소식으로 새해를 연 우리 교육계는 교육감들의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 시범 도입 건의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새로운 정책 도입이나 추진에 대한 찬반으로 시끄럽고, 선생님들에게 슬픔과 씁쓸함을 안겨주는 사건들도 이어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더에듀>는 2024년 10대 교육뉴스와 2025년 예상 5대 교육뉴스를 선정했다.
선정을 위해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실천교육교사모임(실천교사)의 의견을 수렴했으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참여를 거부했다.
아래에 소개될 10대 뉴스와 5대 뉴스는 위 교원단체와 노조가 개별적으로 선정해 <더에듀>에 보낸 것을 종합해 추린 것으로 교원의 관심사와 관련이 높을 수밖에 없음을 미리 밝힌다.
올해의 10대 뉴스: 대통령 탄핵, 늘봄학교, AIDT 등
1. 대통령 계엄 및 탄핵
교사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교원단체·노조에게도 올해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와 해제, 이어진 탄핵 소추안 의결이었다. 전교조와 실천교사는 모두 이 소식을 1위로 꼽았다.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면서 그간 정부에서 추진하던 교육정책의 동력도 약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각종 교육정책 추진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교육계에 미칠 파장이 매우 클 것”이라는 이유를 밝혔다. 실천교사는 아예 “별도의 이유가 필요 없다”면서 이 사건이 전 국민에게 끼친 파장이 크다는 점을 피력했다.
2. 늘봄학교 도입
돌봄 기능이 학교 교육의 일부인가에 관한 오래된 갈등 끝에 정부는 돌봄을 학교의 일부로 보고 2학기부터 늘봄학교 전면 시행을 시작했다. 2025년엔 2학년, 2026년엔 모든 초등학생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보육을 지자체 등 외부에 맡기자는 교육계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현장의 반발, 인력과 시설 확보 등 현실적인 난관 속에서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늘봄학교가 시행 중이다.
늘봄학교를 1위로 꼽은 교사노조는 “맞벌이 가정의 돌봄 공백을 해결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좋은 취지를 가지고 있지만, 인프라 부족, 사회적 합의 미비, 교사 업무 부담 등 준비 없는 급한 결정과 진행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3.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AIDT) 도입
한 해 동안 많은 찬반양론이 오갔던 이슈였다. 비슷한 정책적 견해를 가진 교사들 사이에서도 이 사안에 대해서는 첨단 기술에 대한 관점 차이로 입장이 갈리기도 했다. 세 단체에서 모두 2위 또는 3위로 선정할 정도로 뜨거운 감자였다.
세 단체는 AIDT의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은 점과 막대한 교육 예산, 현장의 준비 부족 등의 어려움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도입 예정 시기는 내년 3월인데, 야당이 국회 교육위에서 AIDT를 교육자료로 격하시키는 법 개정을 의결했고, 이주호 장관이 시범 도입하는 대신 법안의 본회의 상정 보류를 요청하면서 교총과 교육감협의회가 이 안에 힘을 실어준 상황이다.
오는 31일 해당 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 및 의결 여부에 따라 AIDT의 운명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4. 인천 특수교사 사망 사건
10월에 인천 특수교사 사망 사건이 있었다. 3년차 초임 교사, 정원 규정을 한참 벗어난 과밀 학급, 29시간의 수업시수 속에서 결국 일어난 일로 밝혀졌다. 그동안 특수교사에게 홀로 부담을 떠안긴 특수교육 현장의 현실을 드러내고, 저경력 교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문화가 지난해 서이초 사건 이후로도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 사건을 4위로 선정한 실천교사는 “특수학급 과밀 문제는 물론 특수교육 환경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일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교육청들의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를 주문했다.
5. 현장 체험학습 사고 책임 논란
2022년 강원도 속초로 현장체험학습을 떠난 학생이 사고로 숨진 사건에서, 교사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재판이 진행되면서 교직사회가 들끓었다. 교사가 사전 안전 교육과 현장 관리·감독을 충분히 했더라도 사고가 발생하면 재판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11월 말 학교안전법이 개정되면서 안전사고에서 교사가 할 일을 다 했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면책조항이 생겼다.
교사노조는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법안 발의가 교사들의 부담을 줄여준 것으로 풀이했고, 전교조는 소송을 원천 봉쇄할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교육활동 관련 소송을 교육청 등이 대리하도록 규정해야 한다는 요구를 했다.
6. 딥페이크 교육계 강타
올 8월 한 텔레그램 방에 딥페이크 음란물이 유포되는 사건 이후 일부 방에 중고교생이 포함돼 있다거나 교사를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음란물도 유포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교육 당국이 대응에 나섰다. 피해 신고를 접수해 수사 의뢰와 삭제 지원 요청을 했고 인식 조사도 시행했다. 모든 교원단체·노조에서 성명도 냈다.
교사노조는 기술 발전의 부작용이 드러난 사례로 윤리적 책임과 디지털 시민 의식 교육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평을 했다. 전교조는 관련 법률 개정을 촉구했다. 실천교사는 학생들의 온라인 안전을 우려했다.
7. 국가교육위원회 파행 운영 논란
2022년 출범한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위원 공석뿐만 아니라 위원의 전문성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됐다. 또 현장과 충분한 소통 없이 정책을 결정한다는 비판 속에서 국가교육발전계획안을 발표했지만,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했다.
국교위 문제를 2위로 꼽은 실천교사는 “예산, 조직, 역량, 역할 등 어느 무엇 하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면서 “국교위가 무능한 모습을 보이는 동안 교육부는 독단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여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8. 고교 무상교육 등 교육재정 악화
고교 무상교육 예산 일부를 중앙정부에서 증액 교부토록 한 특례법이 5년 만에 일몰된다. 편성 근거가 사라지면서 이는 고스란히 시·도교육청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떠앉게 됐다. 게다가 정부의 세수 추계가 어긋나면서 5조 원이 넘는 결손까지 발생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과제도 모두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교육재정 논란을 5위로 꼽은 전교조는 “학령인구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정부 사업에 투입될 천문학적인 예산을 고려했을 때 시도교육청 사업과 학교 단위 예산 운영이 크게 흔들릴 것이 예상된다”면서 “대책이 시급히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9. 의대 증원 논란
지난해 말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로 의료계와 정부의 대치 끝에 전공의 파업이 일어나는 등 갈등이 한해 내내 계속됐다. 결국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전공의 처단’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러 갈등의 깊이를 실감케 했다. 탄핵으로 동력은 상실했지만, 이미 증원을 전제로 한 의대 수시 합격자 발표가 끝난 뒤이다.
이 논란을 4위로 꼽은 교사노조는 “구체적인 대책 없이 정부의 밀어붙이기 추진으로 전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였고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나쁜 선례를 남겼다”면서 “의대 증원은 단순히 의사의 수를 늘리는 것만이 아니라 의료 인력의 지역 배치, 과별 불균형, 의료 수가, 교육 환경 등 복합적인 문제”라고 했다.
10. 교사 출신 국회 입성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로 당선된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과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모두 현직교사 출신으로 사표를 내고 국회로 왔다. 국회에 교사 출신은 계속 있었지만, 한동안 현직에서 바로 입성하지는 못했다. 게다가 여야 모두 현직 초등교사를 비례 우선순위로 배치한 것은 처음이다.
이를 3번째로 꼽은 교사노조는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공교육의 위기에 대한 전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교육 정책의 전문성 강화, 공교육 발전, 정치적 다양성 확대”에 대한 기대를 했다. 다만, 교사의 정치 참여 허용에 대한 요구도 덧붙였다.
기타 의견
이 외에도 한 단체에서만 선정한 소식들이 있었다. 교사노조는 위 소식과 함께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전교조는 유보통합 난항과 특수교사 아동학대 1심 재판 결과를, 실천교사는 서울교육감 재·보궐 선거와 교육발전특구 지정을 꼽았다.
전체적으로 10대 뉴스 선정 결과나 이유에서 전교조는 구조적, 법적인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기울였다. 교사노조는 홀로 꼽은 사안이나 여러 사안의 이유에서 현장 교사로서 고민을 담았다. 실천교사는 실제로 뉴스나 온라인 커뮤니티 또는 교직사회에서 뜨거웠던 이슈를 많이 선정하는 경향성을 보였다.
<더에듀> 설문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교총도 자체적으로 한국교육신문을 통해 늘봄학교, AIDT, 학교 안전사고 교원 면책, 교사 순직, 유보통합 등을 주요 뉴스로 꼽았다. 이 외에는 교권 관련법과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 통과와 첫 30대 회장인 강주호 회장 당선을 꼽았다.
내년에는 무슨 일들이…교육재정, 유보통합 우려 커
1. 악화하는 교육재정
올해의 10대 뉴스로도 꼽혔지만, 사실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국정 과제의 본격 시행도 고교 무상교육 증액 교부 일몰의 영향이 실제로 나타나는 것도 내년이다. 이 때문에 교사노조와 실천교사는 공히 교육재정 이슈를 1위로 꼽았다.
실천교사는 “지방교육재정이 계속해서 공격받는 상황”이라고 해석했고, 교사노조는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지 않으면, 교육의 질 저하와 불평등 심화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전교조는 내년도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되는 정책”이라면서 “지방교육재정 확충을 촉구해야 한다”고 했다.
2. 유보통합
정부의 계획에 따라 유보통합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해결되지 않은 난제가 많은 상태지만, 교육부는 이달 17일에도 자격 일원화를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렇듯 의지가 강한 정부와 준비가 안 된 상황으로 난항이 예상되는 유보통합 문제를 세 단체 모두 2, 3위로 꼽았다.
전교조는 “교육계와 보육계 모두 크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강행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큰 혼란과 갈등이 빚어질 위험성이 높다”며 우려했다. 교사노조는 “교사 처우 개선, 공공성 강화, 단계적 이행 계획 등 세부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이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실천교사도 “내년에도 대책이 부재한 상태로 시작하게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3. 대통령 탄핵과 선거 그리고 교육정책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 그리고 만약에 대선을 치른다면 당선자의 공약과 국정 운영 방향에 따라 교육정책은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탄핵이 인용되지 않아 대선을 치르지 않더라도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에 영향이 있을 것이다.
이를 1위로 꼽은 전교조는 “탄핵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정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로 정책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사노조는 “지금까지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되어 온 정부의 교육정책이 원점에서 다시 검토되어야 한다”며 현장이 반대해 온 정책에 대한 재고를 기대했다.
4. 늘봄학교 임기제 연구사 시행
내년 늘봄학교 확대, 내후년 초등 전 학년 시행이 예정된 상황에서 늘봄 업무를 교원에게 맡기지 않겠다는 정부는 임기제 교육연구사를 늘봄지원실장으로 근무하도록 했다. 하지만 일부 지역은 미달이 발생한 상황인데다 제한된 임기의 특성상 이후 이 정책의 향방이 어떻게 될지 교직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이를 2위로 꼽은 실천교사는 “업무를 교사에게 맡기지 않겠다던 교육부의 호언장담과 달리 임기제 연구사를 통해 사실상 교사가 맡게 했다”면서 교육부가 일괄 통제하기 어려운 지방직인 점과 신규 교사 임용 확대가 연계되는 부분을 우려했다. 전교조는 직책이 없어져 업무가 다시 교사에게 돌아올 가능성을 걱정했다.
5. 고교학점제 본격 시행
내년부터 본격 시행이 예정된 대규모 정책 중 하나는 고교학점제다. 여러 정권에 걸쳐 교육 당국에서 준비해 왔고 시범 운영도 완료됐다. 그러나 여전히 대입제도와의 연계부터 시작해 해결해야 할 여러 과제가 남은 상황이라 현장은 걱정이 앞서고 있다.
전교조는 ▲다(多)과목 교사 수업시수 감축 ▲행정업무경감 대책 ▲교과 미이수 학생 지도 ▲유급 및 학생 여유시간 관리 대책 ▲교과 개설에 따른 구인·채용 문제 등을 미해결 과제로 꼽았다. 교사노조는 교원 감축, 최소 성취 수준 보장 지도의 고충, 입시 제도와 괴리 등으로 인한 고교 교원 이탈마저 우려했다.
기타 의견
이 외에도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AIDT)를 두 단체에서 꼽았으나, 현재 이를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고, 교육부에서 1년 보류하고 시범 도입하는 안을 제안한 상황이어서 전면 도입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올해 10대 뉴스에도 담겨 있어 기타 의견으로 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