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아이가 아침부터 학교에 가기 싫다고 울고불고 난리다. 이를 측은하게 여긴 부모는 담임교사와 학교장 때문이라며 그들을 싸잡아 비난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학교에 민원을 넣어 왜 우리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은 것이냐고 질책을 한다.
그렇다면 담임교사와 학교장은 “네, 네. 제 탓입니다. 저의 큰 탓이옵니다”하고 가슴을 세 번 치며 사제 앞에서 고회 성사를 하듯이 죄의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인가?
한 젊은이가 “엄마, 오늘 학교에 가기 싫어요”라고 말하자 그 어머니는 “얘야, 너는 학교 선생이잖니?”라고 말한다면 그 젊은이는 철딱서니 없이 응석받이 노릇을 하며 부모를 근심케 하는 불효자식인가?
이는 오늘의 우리 학교의 실상에 관한 비유적 사례를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면 필자가 이 글의 서두에서 이를 언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대통령의 발언, 특히 학교 체험학습과 소풍을 실시하지 않는 학교들에 대해 “구더기 무서워 장독대를 깨뜨린다”는 식의 비유를 통해 교사와 학교를 질책하는 듯한 모습이 전국적으로 뉴스를 통해 전해졌다.
교육 현안을 바라보는 대통령 인식의 단면을 드러낸다. 문제의 본질을 지극히 단순화하는 동시에, 교육 현장의 복합성과 맥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주었다.
이런 사고가 증명하듯 이재명 정부의 교육정책은 대표적인 브랜드가 없이 ‘무색·무취’라는 비판을 받는다. 현 정부 1년이 되어가는 시점에도 각종 교육정책의 방향성과 철학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방증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발언과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보다 깊이 들여다보겠다.
첫째, 대통령의 비유는 안전 문제로 인해 체험학습이 위축된 현실을 비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이 표현은 학교 현장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압박—학부모 민원, 법적 책임, 사고 발생 시 교사의 과도한 부담—을 간과하고 있다.
단순히 “과도한 우려”, “교사 책임 회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왜 교사들이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지를 정책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예컨대 체험학습 안전 매뉴얼의 국가 표준화, 사고 발생 시 책임 분산 체계 구축, 보험 및 행정 지원 강화 등이 필요하다. 즉, ‘장독대’를 지키기 위해서는 구더기를 없애는 시스템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 이 발언은 교육을 경험 중심 활동, 즉 실용적 측면으로만 환원하는 위험도 내포한다.
물론 체험학습과 소풍은 매우 중요한 교육적 요소이다. 하지만, 그것이 교육의 본질은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상징적 사안을 둘러싼 논쟁이 교육정책의 핵심—학습 격차, 공교육 신뢰 회복, 교사의 전문성 강화 등—을 가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정부는 상징적 메시지에 머무르지 말고,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브랜드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초학력 국가책임제의 실질적 강화, AI 기반 맞춤형 학습 시스템의 보완과 실행,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교육 재정 재배분 등등이 그러한 구체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셋째, 또 다른 문제는 학교 현장에 대한 경험적 이해 부족이다. 대통령은 중고등학교를 건너뛰었다. 학생과 학교의 문제는 개인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는 정책 설계 구조의 문제이다. 교육정책은 현장 교사, 학생, 학부모의 참여를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 따라서 교육부 중심의 하향식 정책이 아니라, ‘학교 기반 정책 설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교사들이 정책 형성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정책 실험을 통해 검증된 모델을 자신감을 가지고 확산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넷째, 교육정책이 ‘무색·무취’라는 평가는 정책의 일관성과 정체성 부족에서 비롯된다.
교육정책은 단기간에 성과가 드러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분명한 철학과 지속성이 필요하다. 예컨대 핀란드의 신뢰 기반 교육, 싱가포르의 국가 전략형 인재 양성처럼 한국 교육도 장기 비전을 가져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공정한 출발선 보장’이라는 진보적 가치에만 머무르지 말고, ‘성장과 다양성의 공존’이라는 보다 확장된 교육 비전을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
결국 대통령의 발언은 학교 현실을 모르는 평범한 일반인(학부모)이 지적하고 비판하는 민원 수준으로 들린다. 문제는 대통령의 발언이 단순한 수사(修辭)가 아니라 교육 정책 방향을 비추는 거울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답답하다고 느끼는 현장의 모습을 비판하는 안타까움을 빗대어 비유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접근에서 출발해야 한다.
교육은 단편적 사례로 재단할 수 없는 복합 시스템이다. 유·초·중·고·대학에 대한 상식 수준을 넘는 깊이 있는 이해와 현장에 대한 존중, 그리고 일관된 교육 철학이 결합할 때 비로소 ‘무색·무취’라는 비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현장 교사들에게 강력한 격려와 응원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교육 전문성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교육환경 조성이 선행된 후에 교사의 책임 의식과 사명감을 지적하고 이를 더욱 함양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더욱 세심한 배려와 공감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