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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칼럼] '쉴 권리와 진짜 놀이'...어린이가 바라는 진짜 선물

 

더에듀 | 매년 5월 5일이면 거리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쳐난다. 부모들은 정성껏 준비한 선물과 나들이로 아이들의 기분을 맞춘다.

 

하지만 딱 하루일 뿐, 우리 어린이들의 평소 일상은 그리 밝지 못하다. 자녀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시대보다 높지만 부모들의 불안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아이들이 독립적인 개체가 아니라 부모의 소유물이거나 부속물처럼 취급받고 있지 않은지 깊고 냉철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로 104회를 맞이한 어린이날, 우리는 다시금 이 날의 유래와 소파 방정환 선생이 외쳤던 근본적인 정신을 되새겨봐야 한다.

 

 

 


‘어린이’라는 이름에 담긴 존엄의 무게


1923년, 소파 방정환 선생을 비롯한 선구자들은 ‘어린이날’을 선포하며 세계 최초의 어린이 인권 선언이라 평가받는 ‘어린이날 선언문’을 발표했다. 당시 아이들은 그저 ‘애’나 ‘어린 것’으로 불리며 어른의 부속물처럼 여겨졌으나, 소파 선생은 ‘어린이’라는 존칭을 만들어 이들이 독립적인 인격을 가진 존재임을 천명했다.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봐 주시오”라는 그의 호소는, 아이들이 어른과 대등한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인권의 선언이었다.1)


2026년, 어린이들이 보내는 구조신호


그로부터 한 세기가 지났지만, 오늘날 대한민국 어린이들의 삶은 여전히 ‘존중’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서 실시한 실태 조사 결과는 너무나 충격적이다.2)

 

조사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건강한 성장을 위해 우리 사회에 가장 바라는 것은 ‘친구들과 마음껏 놀 수 있는 시간 보장’과 ‘공부 부담을 줄여 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아이들이 느끼는 행복 수치다. 많은 어린이가 학원 수업을 마치고 밤늦게 귀가하며, 하루 평균 자유시간이 1~2시간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했고 이 시간은 대부분 디지털기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전교조 조사결과는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보내는 ‘나를 공부하는 기계로 보지 말아달라’, ‘학원에 가는 대신 잠을 더 자고 싶다’는 절박한 구조의 목소리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아이들의 현재 행복을 미래의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저당’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짜 놀이’가 아닌 ‘진짜 놀이’가 필요하다


놀이는 사치가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항목이다. 아동 발달 전문가들은 ‘놀이’가 아동의 성장에 있어 음식이나 수면만큼이나 매우 중요한 ‘필수 영양소’라고 입을 모은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타인과 소통하며,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익힌다. 놀이는 뇌 발달과 사회성 함양의 핵심 경로이다.

 

나의 어린 시절은 친구들은 물론이고 동네의 언니오빠동생들과 하루 종일 노는 것이 일상이었다. 해가 뉘엿뉘엿 지면 엄마들이 자식을 부르는 ‘밥 먹어’라는 소리가 여기저기가 들리고, 어두워서 더 이상 놀기가 어려워져서야 다들 집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놀면서 수시로 투닥거리고 싸우고 누군가의 중재로 화해하고 서로 사과하며 다시 놀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되돌아보면 마을에서 신나게 놀던 이 모든 과정이 어린 시절 나를 성장시킨 매우 중요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아이들에게 허용된 놀이는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 속 가상 세계로 극히 제한되어 있다. 어른들이 학교와 학원공부로 아이들을 내몰아서 친구들과 뛰어놀며 갈등하고 화해할 ‘물리적 시간’과 ‘공간’을 뺏어버렸기 때문이다. 공부에 지친 아이들이 짬짬이 접하는 놀이는 대부분 스마트폰 밖에 없다.

 

특히 돌봄이 부족한 아이들은 하루 4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전교조 조사결과는 방치된 환경에서 가상의 디지털 세상 속 ‘가짜 놀이’에 빠진 우리 사회 아이들의 실상을 보여준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가짜 놀이’에 맡긴 사이에 아이들의 몸과 마음 건강은 점점 더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과도한 학습노동은 ‘사회적 아동학대’


아이들은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며 새로운 신기한 세상과 만나며 성장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아이들이 하루 10시간 이상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성인에게도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하는 강도 높은 노동을 강요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발달 단계에 있는 어린아이들에게 가해지는 이 무거운 ‘학습노동’은 명백히 아동학대 수준의 가혹행위다.

 

아이들을 입시 경쟁이라는 좁은 문으로 몰아넣고, 쉬고 놀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의 폭력이다. 아이들의 정서적 불안과 우울감 수치가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이 명백한 증거이다.

 


매일매일이 어린이날인 나라를 위하여


소파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날의 취지를 설명하며 “어린이가 내일의 주인공이 아니라, 오늘의 주인공으로서 행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년 중 딱 하루, 비싼 장난감과 놀이공원 티켓으로 부모의 미안함을 대신하는 문화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아이들이 매일 아침 눈을 뜰 때 ‘오늘은 또 어떤 재미있는 일이 있을까’를 기대할 수 있는 사회, 공부보다 친구가 더 소중하고, 학원 시간표보다 하늘의 구름과 땅의 온갖 풀과 꽃과 곤충들을 발견하며 놀라고 즐거워하는 시간이 더 많은 일상을 아이들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

 

매일매일이 어린이날처럼 즐겁고 활기찬 나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회 인프라의 핵심이 되는 나라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지향해야 할 ‘잘 사는’ 나라의 모습이다.

 

어린이날은 어른들이 그동안의 미안함을 덜어내고자 선심을 쓰는 날이 아니다. 아이들이 잃어버린 ‘시간’과 ‘놀 권리’를 반성하며 돌려주는 날이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의 가방 무게를 조금 덜어내고, 그 빈자리에 친구들과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채워주자. 그것이 방정환 선생이 꿈꾸었던,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간절히 바라는 진짜 어린이날의 선물이다.

 

1)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9988

2) https://news.eduhope.net/28106

 

# <더에듀>는 교육감 선거 출마자들의 칼럼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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