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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나의 THE교육] 5·18 정신은 권력자의 예외 절차를 허락하지 않는다

광주의 교육자가 묻는 법치와 민주주의 교육의 기준

 

더에듀 | 5월이다. 광주의 교육자에게 5월은 추모의 시간이자 교육의 시간이다. 교직 40년을 바라보는 지금,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흔들리는 장면 앞에서 침묵하기 어렵다. 5·18을 기억한다는 것은 과거를 기념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학생들에게 권력이 어디까지 허용되고, 어디서부터 제한되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일이다.

 

민주주의는 선거에서 이긴 권력이 마음대로 행사되는 체제가 아니라, 권력이 법 아래에서 제한되고 서로 견제되도록 만든 헌정질서다. 광주의 5·18은 바로 그 원칙이 무너졌을 때 시민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 준 민주주의의 가장 아픈 기억이다.

 


공소취소로 이어질 수 있는 조작기소 특검법, 법치주의 위협할 것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이 하나 있다.

 

‘권력자는 자기 사건의 법 절차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가.’

 

대통령과 관련된 형사재판을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이 넘겨받고, 그 특검이 공소유지 여부까지 판단할 수 있다면, 그 답은 명백히 아니다. 이것은 단순한 정치 공방의 문제가 아니다. 학생들에게 법치와 권력분립을 가르쳐 온 교육의 언어가 현실 정치권력 앞에서 무너질 수 있는 문제다.

 

최근 논란이 된 이른바 ‘조작기소 특검법’은 검찰의 정치적 기소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검찰권이 정치적으로 남용되었는지, 특정 사건의 수사와 기소가 조작되었는지는 당연히 규명되어야 한다. 검찰도 권력기관이고, 권력기관의 수사와 기소가 정치적 목적에 따라 왜곡되었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침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검찰권 남용을 바로잡겠다는 명분이 대통령 관련 재판의 공소취소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순간, 문제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

 

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윤석열 정권 검찰청, 국가정보원, 감사원 등의 조작수사·조작기소 등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특별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검사가 수사·기소·공소유지 중인 사건의 이첩을 요구할 수 있고, 이첩받은 사건의 공소유지와 그 여부를 결정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보도됐다. 법조계에서는 이 조항이 사실상 공소취소 가능성을 여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공소취소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다. 공소가 취소되면 법원은 더 이상 실체 판단을 하지 않는다. 무죄 판결은 법원이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한 결과이지만, 공소취소는 법원이 판단할 기회 자체를 사라지게 한다.

 

대통령 관련 사건에서 공소취소가 이루어진다면 국민은 그것을 사법적 무죄가 아니라 정치적 재판 제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특검을 통한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논란에서 핵심은 바로 이 지점이다. 공소취소는 재판을 끝내는 효과가 있지만, 그것은 법원이 증거와 법리에 따라 내린 판단이 아니다.

 

특검은 원래 권력을 감시하기 위한 장치다. 검찰이나 기존 수사기관이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때, 독립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그런데 대통령 관련 사건을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이 넘겨받고, 그 특검이 공소유지 여부까지 결정한다면 특검의 성격은 전도된다. 권력 감시 장치가 권력 자기보호 장치로 바뀌는 것이다. 이것은 특검이 아니라 특검의 형해화다.

 

삼권분립의 핵심은 권력을 나누어 서로 견제하게 하는 데 있다. 입법부는 법을 만들고, 행정부는 법을 집행하며, 사법부는 법에 따라 판단한다. 물론 현실의 권력은 늘 이 경계를 넘나들려 한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절차를 만들고, 권한을 나누고, 이해충돌을 차단한다.

 

특히 형사재판은 권력자가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설계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다. 누구도 자기 사건의 심판 설계를 스스로 만들 수 없다. 이것이 법치주의의 최소한이다.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가능성을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에게 열어두는 것은 법치주의의 가장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이 원칙을 흔든다.

 

법원이 판단하기 전에 정치권이 재판의 존속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되는 순간, 사법부는 존재하지만 판단권은 무력화된다. 판단의 기회는 법원에서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의 결정으로 이동한다. 재판은 열려 있지만, 정치가 개입해 그 문을 닫을 수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사법절차가 아니다. 절차의 외피를 두른 정치적 면책이다.

 


민주주의 교육의 기준인 5.18 교육, 사법절차 우회하는 현실과 정면으로 충돌


이 지점에서 광주의 5.18 정신을 다시 보아야 한다. 5.18은 특정 정파의 상징이 아니다. 5.18 정신은 국내의 역사적 기억에 머물지 않는다. 5.18 민주화 운동 기록물은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고, 이는 5.18이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넘어 인권과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로 기억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즉, 5·18은 특정 정치세력이 독점할 수 있는 명분이 아니라, 국가권력이 법과 헌정질서를 넘어설 때 시민이 그것을 거부한 민주주의의 기준으로 읽혀야 한다.

 

국가기록원은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되었고, 정치활동 금지, 집회·시위 금지, 언론 검열, 대학 휴교령 등이 시행되었다고 기록한다. 신군부는 민주화 요구를 억압했고, 광주는 그 권력의 폭력에 맞섰다. 국가기록원은 5.18을 신군부의 비상계엄 확대와 시위 봉쇄, 광주에서의 잔혹한 진압 속에서 전개된 민주화 운동으로 설명한다.

 

5.18 정신은 그래서 민주주의 교육의 핵심 내용이기도 하다. 민주주의 교육은 선거 절차나 다수결 원리를 가르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학생들이 배워야 할 민주주의는 권력이 법에 의해 제한되고, 국가기관이 서로 견제하며, 누구도 자기 사건의 심판자가 될 수 없다는 법치의 감각과 헌정질서에 대한 이해다.

 

학교가 5.18을 가르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5.18 교육은 특정 정치적 입장을 주입하는 일이 아니라, 국가권력이 시민의 기본권과 사법절차를 침해할 때 왜 그것이 민주주의의 붕괴인지 이해하게 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5.18 정신은 과거를 추모하는 기억에 머물지 않고, 현재의 제도를 판단하는 시민교육의 기준이 된다.

 

더구나 지금 교육부는 민주시민교육과 헌법교육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교육부는 ‘2026년 민주시민교육 추진계획’에서 헌법 가치를 중심으로 시민 역량을 함양하겠다고 밝혔고, 교육부·법무부·헌법재판연구원은 학생과 교원을 대상으로 헌법교육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이러한 교육정책의 방향 자체가 아니다. 헌법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은 필요하다. 그러나 학교에는 법치주의와 권력분립을 가르치라고 하면서, 현실 정치에서는 대통령 관련 사건의 사법절차를 우회할 수 있는 길을 여는 입법이 추진된다면 교육정책의 언어와 제도의 현실은 정면으로 충돌한다.

 

입법이 예외 절차를 만들고, 행정 권력이 그 절차의 인선에 관여하며, 그 결과 사법부의 판단 기회가 축소된다면, 그것은 권력분립을 가르치는 교육의 언어와 양립하기 어렵다. 학생들에게 헌법을 가르치는 사회가 권력자에게는 헌법의 기본 원리를 예외로 적용한다면, 민주시민교육은 설득력을 잃는다.

 

따라서 권력자가 자기에게 불리한 사법 절차를 우회하거나 제거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학교가 5.18을 통해 지금까지 학생들에게 가르쳐 온 민주주의의 언어는 공허해진다.

 

교실에서는 권력분립을 말하고, 헌법 교과서에서는 법치주의를 가르치고, 5.18 교육에서는 국가권력의 남용을 비판하면서도, 현실 정치가 권력자의 자기 사건에 예외 절차를 허용한다면 학생들은 시민으로서 무엇을 배우겠는가.

 

민주주의는 교과서 안에서만 작동하는 원리가 아니라, 실제 권력자가 불리한 상황에 놓였을 때 더 엄격하게 지켜져야 할 제도적 원리다.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는 주장과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가능성을 열어두는 특검 추진 역시 같은 민주주의의 언어로 설명되기 어렵다.

 

5.18 정신의 헌법화는 국가권력이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원칙을 헌정질서 안에 더 분명히 새기자는 뜻이어야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5.18 정신의 헌법화를 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권력자의 사법 절차를 우회할 수 있는 길을 열려 한다면, 그것은 5.18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 아니다.

 


5.18 정신의 핵심은 권력의 자기정당화 아닌 권력 제한


5.18을 특정 정파의 명분으로 사유화하고, 필요할 때마다 정치적 도구로 동원하는 일은 발생해서는 안 된다. 5.18을 권력자의 예외를 막는 기준이 아니라 권력자의 예외를 포장하는 명분으로 사용하는 순간, 그것은 계승이 아니라 왜곡이다.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사법의 독립성과 법 앞의 평등을 흔드는 일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반한다. 이는 민주주의의 언어로 민주주의의 토대를 흔드는 자기모순이다.

 

따라서 5.18 정신의 핵심은 권력의 자기정당화가 아니다. 권력 제한이다. 국가권력이 스스로를 위해 법을 비틀고, 절차를 장악하며, 법원의 판단 기회마저 차단할 때 민주주의는 무너진다. 광주의 5.18은 바로 그 민주주의의 무너짐에 대한 저항이었다.

 

5.18 정신의 이름으로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것은 권력자의 이익이 아니라 권력을 법 아래 묶어두는 헌정질서다.

 


공소취소는 진실 규명이 아닌 권력 남용... 법 앞의 평등 수호해야


조작기소 의혹을 규명하는 일은 필요할 수 있다. 검찰권 남용이 있었다면 엄정하게 밝혀야 한다. 그러나 진상규명의 방식이 대통령 관련 재판을 공소취소로 제거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조작기소가 문제라면 증거로 다투어야 한다. 수사 과정의 위법이 있었다면 법정에서 다투어야 한다. 검찰이 권한을 남용했다면 그 책임을 묻는 별도의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진행 중인 재판 자체를 법원의 판단이 아니라 특검의 공소취소로 끝내는 방식은 진실 규명이 아니라 사법 회피이며, 또 다른 권력 남용이다.

 

교권침해, 학교폭력, 아동학대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거나 유죄 판단을 받은 교육주체가 자신에게 불리한 재판을 중단시키거나 유죄 판단을 없애기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특별 절차를 만들겠다고 한다면, 국민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교사든 학생이든 학부모든, 국민 누구에게도 허용될 수 없는 일이 대통령과 권력자에게만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법 앞의 평등은 민주주의의 최소 조건이다. 이 원칙이 무너지는 순간, 정의와 상식은 권력자의 필요에 따라 선택되는 언어로 전락한다.

 

광주의 5.18은 권력자의 면죄부를 만들기 위한 기억이 아니다. 권력이 법 위에 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남겨진 민주주의의 기준이다. 그러므로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가능성을 열어두는 특검은 5.18 정신과 명백히 양립하기 어렵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특검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사법을 우회하는 특검이다.

 

검찰의 정치화를 비판하면서, 특검을 수단으로 사법의 정치화를 제도화할 수는 없다. 권력기관의 오남용을 바로잡겠다며 또 다른 권력 오남용의 통로를 만드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교육은 학생들에게 말과 현실이 다른 사회를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가르치는 일이 아니다. 교육은 현실의 권력이 민주주의의 원칙을 어길 때, 그것이 왜 잘못인지 판단할 수 있는 시민의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침묵이 아니다. 권력이 법 위에 서려 할 때, 교육은 그 위험을 말할 책임이 있다. 그래서 5.18 정신을 말하는 교육자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권력은 법 아래 있는가, 아니면 법을 자신에게 맞게 고쳐 쓰는가.

 

이 질문 앞에서 공소취소 특검은 답을 잃는다. 특검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존재해야지, 권력자의 재판을 없애기 위해 존재해서는 안 된다. 권력 감시 장치를 권력 자기보호 장치로 바꾸는 순간, 특검은 더 이상 특검이 아니다. 사법을 우회하는 정치적 면책 장치일 뿐이다.

 

그런 제도를 민주주의라고 부른다면, 학교는 더 이상 학생들에게 법치와 권력분립을 진지하게 가르칠 언어를 잃게 된다.

 

광주의 5.18 정신은 권력의 예외를 허락하는 기억이 아니라, 어떤 권력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민주주의의 기준이다. 5.18 교육은 그 기준을 기억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의 권력이 그 원칙을 어길 때 그것을 판단하게 하는 일이다.

 

그것이 광주가 남긴 헌정의 교훈이고, 권력자와 우리 사회 모두가 5.18 정신을 오늘의 헌정질서 안에서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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