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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서의 회고(回顧)] '홀짝 등교제'...코로나19, 아이들의 등굣길을 열다

더에듀 | 현재는 과거의 결과이며 미래의 과정이다. 백년지대계라 불리는 교육은 과거 없이 현재를 평가할 수 없으며, 미래를 논할 수 없다. 손기서 전 서울 강서양천교육장은 38년의 교직 생활을 하며 과거 교육의 변곡점을 현장에서 바라보고 경험했다. <더에듀>는 그의 기억에 존재하는 교육의 길을 다시 찾아보는 기행을 시작한다.

 

 

세상이 멈춘 것 같았던 2020년의 봄을 기억합니다.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 학교 문은 굳게 닫혔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교정에는 막막한 정적만이 감돌았습니다. 그 혼란의 한복판에서 저는 ‘홀짝 등교제’를 제안했습니다.

 

개학은 다가오는데 감염의 위협은 잦아들지 않던 그해 봄, 학교 문을 열기에는 아이들의 안전이 걱정되고, 계속 닫아두기에는 배움의 공백이 너무나 무거웠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교장으로서 수업 현장 상황을 걱정하던 중,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가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걱정하며 건넨 한마디에 가슴이 울렸습니다.

 

“아이들이 딱 절반만 올 수 있어도 교실이 훨씬 안전해질 텐데.”

 

 

그 절박한 한마디는 제 머릿속에 ‘차량 홀짝제’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한 학급을 출석번호 홀짝으로 나눠 원격과 등교를 병행하면 거리두기를 지키면서도 배움을 이어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자마자 저는 펜을 들었습니다.

 

아이들의 안전과 학습권 중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다는 간절함은 ‘홀짝 등교제’라는 구체적인 제안으로 피어났습니다. 늦은 밤 당시 조희연 서울교육감님과 긴박하게 소통했고, 이 제안은 행정의 벽을 넘어 빠르게 정책화되었습니다.

 

곧이어 교육부 박백범 차관님도 브리핑에서 홀짝 등교제를 안내했습니다. 서울 중학교 교장의 아이디어로 소개된 이 제안은 전국 학교의 문을 다시 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교문이 열리고, 출석번호 홀수와 짝수로 나뉜 아이들이 거리두기를 지키며 교실로 들어서던 그날의 풍경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인원은 줄었지만 배움의 열기는 더 뜨거웠고, 우리 아이들이 다시 미래의 꿈을 그리게 하였습니다.

 

 

회고해 보면 그것은 위기의 순간에도 결코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으려 했던 교육 현장의 사랑과, 그 간절함이 빚어낸 집단지성의 산물이었습니다.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하는 기술이 아니라, 가장 어두운 순간에도 아이들의 앞길을 밝히는 등불입니다. ‘홀짝 등교제’가 그 시절 따뜻한 해답이 되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우리는 어떤 거센 파도 앞에서도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내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합니다.

 

아이들의 배움이 멈추지 않는 한, 우리의 길은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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