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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화의 초점] 교사를 범죄자로 만드는 나라

 

더에듀 | “선생님, 아동학대로 신고하겠습니다.”

 

이 말은 더 이상 학부모의 항의가 아니다. 교사들에게는 사실상의 협박이다. 교실에서 학생을 지도한 대가로 경찰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경고이며, 수개월 동안 피의자 신분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통보다.

 

대한민국에는 이상한 직업이 하나 있다. 법으로는 학생을 지도하라고 명령받지만, 막상 학생을 지도하면 범죄자가 될 수도 있는 직업. 바로 교사다.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제지했다. 친구를 괴롭히는 행동을 멈추게 했다. 교실 규칙을 설명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당연했던 일들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아동학대 신고의 근거가 된다. 교사들은 아이를 가르치기 전에 먼저 변호사를 찾고, 생활지도를 하기 전에 녹음기부터 의식한다. 대한민국 교육은 지금 비정상이다. 교육보다 신고가 강하고, 교사보다 민원이 강하며, 교실보다 경찰서가 가까운 구조가 되었기 때문이다.

 


교육활동이 왜 아동학대가 되는가


현행 아동복지법 제17조는 아동에 대한 금지행위를 규정하고 있으며, 그중 제5호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 조항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점이다. 실제 학대 행위뿐 아니라 교육 목적의 생활지도 과정에서도 누군가가 정서적 불편함을 주장하면 아동학대 신고가 가능하다.

 

반면 초·중등교육법 제20조는 교원이 법령에 따라 학생을 교육하는 자임을 명시하고 있다. 학생을 지도하고, 생활규칙을 가르치고, 수업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교사의 선택이 아니라 국가가 부여한 법적 책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교사에게 교육을 하라고 법으로 명령해 놓고, 교육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위험을 교사 홀로 감수하라고 하는 셈이다.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법체계인가.

 


무혐의가 나와도 이미 교육은 무너진다


아동학대 신고를 받은 대부분의 교사들은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 그러나 무혐의는 결코 면죄부가 아니다. 신고가 접수되는 순간 교사는 피의자가 된다. 경찰 조사를 받고, 진술서를 작성하고, 변호사를 선임하고,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견뎌야 한다.

 

실제로 최근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반복적인 욕설과 교권 침해 행위에 대해 교사가 교육활동 침해를 신고하고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청했다. 상식적으로라면 학교가 교사를 보호해야 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보호가 아니라 아동학대 신고였다. 교권 침해를 신고한 교사가 오히려 피의자가 된 것이다.

 

또 다른 학교에서는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한 뒤 학부모가 교장과 교사를 상대로 아동학대 신고와 각종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했다. 정당한 학교 업무 수행이 순식간에 형사사건으로 비화한 사례다.

 

특수교육 현장에서는 더욱 심각한 일도 벌어졌다. 한 학부모가 수년 동안 담임교사와 특수교사들을 상대로 반복적인 아동학대 신고를 제기하면서 교사가 여러 차례 교체되고 학교 운영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러한 사례들은 더 이상 일부 교사의 개인적 불운이 아니다. 현장 교사들이 매일 체감하는 현실이다. 결국 교사들은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괜히 나섰다가 인생 망친다." "그냥 넘어가자." "모른 척하자." 교육은 그렇게 죽어간다. 문제 학생 한 명을 방치하면 피해를 보는 것은 나머지 20여 명의 학생들이다. 교사가 침묵할수록 교실은 무너지고, 그 대가는 결국 선량한 학생들이 치르게 된다.


왜 법 개정은 번번이 멈춰서는가


교원단체나 현장 교사들이 요구하는 것은 거창한 특권이 아니다. 아동복지법 제17조에 단 한 줄을 추가하자는 것이다. “초·중등교육법 제20조에 따른 교원이 관계 법령에 따라 수행한 정당한 교육활동 및 생활지도는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실제 학대를 보호하자는 것이 아니다. 교육 목적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학대와 구분하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법 개정 논의는 번번이 벽에 부딪힌다. 가장 많이 나오는 반론은 “아동 인권이 후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한다. 정당한 교육활동 보호와 아동 인권 보호는 서로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다. 오히려 교사가 정상적으로 교육활동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학생들의 교육권과 학습권도 보장된다. 실제 학대는 지금보다 더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현재의 법체계가 일부 학부모에게는 교사의 교육활동에 대한 보복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교권보호위원회를 신청한 교사가 되레 아동학대 피의자가 되고,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한 교사가 신고 대상이 되는 현실에서 누가 적극적으로 생활지도를 하겠는가.

 

정당한 교육활동까지 학대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아동 보호가 아니라 교육 포기다. 정치권 역시 아동 인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우려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부담 때문에 필요한 입법을 미루는 사이 현장의 피해는 계속 커지고 있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최근 교육부는 현장체험학습 활성화를 위한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교사 보호를 강화하고 법률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교사가 처음부터 책임에서 제외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경우 면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결국 교사는 수사를 받아야 한다.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고, 법원 판단을 기다려야 하며, 자신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현장에서 교사들이 원했던 것은 변호사를 지원받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국가가 시킨 교육활동 때문에 범죄 혐의자가 되지 않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현장체험학습을 기피하는 이유는 단순히 행정업무 때문이 아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결국 모든 책임이 교사 개인에게 집중되는 구조 때문이다.

 

국가는 체험학습을 가라고 하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교사는 혼자 법정에 선다. 아동학대 신고도 마찬가지다. 현장체험학습도 마찬가지다. 문제의 본질은 하나다. 국가는 교육을 요구하지만 모든 민형사상 책임은 교사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점이다.


5만 명이 외친 국가책임


최근 대한초등교사협회에서 제기한 교사소송 국가책임제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심사 요건을 충족했다.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현장의 절규에 국민들이 응답한 결과다.

 

청원의 핵심은 단순하다.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국가가 만든 규정에 따라 생활지도를 하고, 국가가 요구하는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다 발생한 분쟁이라면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정반대다. 국가는 교사에게 교육하라고 지시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법적 분쟁은 교사 개인이 감당하도록 방치하고 있다. 아동학대 신고 역시 마찬가지다. 교사가 법에 따라 정당한 교육활동을 수행했음에도 수사와 소송의 대상이 된다면 그것은 교사의 개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문제다.

 

아동복지법 개정 요구와 교사소송 국가책임제 요구는 결국 같은 질문에서 출발한다. "국가가 시킨 일을 하다가 발생한 책임을 왜 교사 개인이 홀로 감당해야 하는가." 5만 명의 국민이 동의했다는 사실은 이 문제가 더 이상 일부 교사의 불만이 아니라 공교육의 위기라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면책이 아니라 기준이다


교사들은 특권을 요구하지 않는다. 면책특권도 요구하지 않는다. 학생을 학대할 권리를 달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국가가 시킨 일을 했다는 이유로 범죄자가 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다. 정당한 교육활동과 아동학대를 구분해 달라는 것이다. 그것이 그렇게 무리한 요구인가.

 

지금의 법체계는 교육활동과 학대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교사는 침묵하고, 생활지도는 사라지고, 교실은 흔들리고 있다. 교육은 학생의 미래를 만드는 국가의 핵심 기능이다. 그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가 언제든 범죄자로 몰릴 수 있는 구조라면 결국 무너지는 것은 교사 개인이 아니라 공교육 전체다.

 

아동복지법 개정은 교사를 위한 법안이 아니다. 학생의 학습권을 지키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교사소송 국가책임제 청원이 5만 명의 동의를 얻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국민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지금 무너지고 있는 것은 교사의 권위가 아니라 대한민국 공교육의 기반이라는 사실을.

 

오늘도 수많은 교사들이 교실 문을 연다. 그러나 일부 교사들은 수업 준비보다 “오늘도 신고당하지 않을까.”부터 걱정한다. 만약 교사가 가장 먼저 걱정해야 하는 것이 아이들의 배움이 아니라 자신의 형사처벌 여부라면, 그 나라는 이미 교육을 포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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