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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THE교육] 선관위의 ‘빵점’ 선거관리와 ‘부정선거 음모론’,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

 

더에듀 | 대한민국 교육열은 세계가 알아주는 민족성으로 부각되어 있다. 예컨대, 시험 날 아침에 전 국의 학부모들은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하고, 수험생들은 OMR 카드를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정성스레 채운다.

 

만약 어떤 학생이 시험 시간에 지각하고, 필기도구도 안 챙겨와 옆 사람에게 빌려달라고 강압적으로 떼를 쓰며, 급기야 “시험지가 모자라요!”라고 아우성이라면 어떻게 될까? 현장에서 즉각적인 해결이 불가하니 교무실로 불려가 시험 규정에 따른 ‘불이익’ 처리를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

 

 

그런데 최근 우리가 목격한 6.3 지방선거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였다는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정확히 이 ‘빵점짜리’ 수험생의 행태를 보여주었다.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각종 선거관리 부실이라는 황당한 뉴스를 접했을 때 필자는 눈과 귀를 의심했다. 동네 반장 선거에서도 투표용지는 사람 수 맞춰 인쇄한다. 하물며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가 모자라 국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들다니, 이건 무능을 넘어 나태와 게으름의 극치이자, 선거관리의 기본조차 망각한 ‘한심한 행정의 끝판왕’이라 할 것이다.

 

선관위의 이번 직무 유기는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가장 신성한 교실에서 시험 감독관이 대놓고 졸아버린 격과 하등의 차이가 없다. 감독관이 졸고 있으니, 교실 뒤편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온갖 해괴한 소란이 일어난다.

 

“이 시험, 애초에 채점 기준이 조작된 거 아니야?”

“선생님이 특정 학생한테 정답을 미리 알려준 게 틀림없어!”

 

여기저기서 근거 없는 추측 소리가 봇물과 같이 터져 나온다.

 

 

​아니나 다를까. 선관위가 던진 ‘부실 관리’라는 대형 떡밥을 낚아챈 이들이 있다. ‘부정선거론’이라는 달콤한 호랑이 등에 올라탄 야당 대표, 왕년에 나라의 살림을 책임졌다는 전직 국무총리, 그리고 조회수라면 영혼도 팔 기세인 우익 성향의 유튜버들, 심지어 한국인의 DNA를 가진 외국 대학의 교수조차 내한하여 감시하고 헛소문을 퍼트리며 정치적 이득을 얻고자 하는 바로 그들이다. ​

 

이들의 혹세무민(惑世誣民)은 이제 한계가 없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건 선관위의 눈물겨운 무능 때문인데, 이들은 이를 마치 거대한 어둠의 세력이 배후에서 조종한 ‘정밀한 시나리오’인 양 포장한다.

 

유튜버들의 대본을 보면 거의 할리우드 첩보 영화 수준이다. 이 정도 상상력이면 적성에 맞을 것 같은 넷플릭스 시나리오 작가로 전업하는 게 대한민국 문화 콘텐츠 발전에 훨씬 이득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사실(Fact)에 기반해 사고하라”고 가르친다. 수학 문제를 풀 때도 공식과 논리에 따라 답을 도출하라고 엄히 교육하지 않는가? 하지만 지금 정치권과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행태는 아이들에게 부끄럽기 짝이 없는 ‘반면교사(反面敎師)’ 그 자체이다. ​

 

선관위의 나태함이 빌미를 제공했고, 극단주의자들은 그 틈새를 타 ‘부정선거’라는 자극적인 불량 식품을 막무가내로 유통하고 있다. 불량 식품은 처음엔 입에 달고 자극적이지만, 결국 먹는 사람의 위장을 훼손한다. 마찬가지로 근거 없는 음모론은 민주주의의 기초 체력인 ‘신뢰’를 통째로 갉아먹는다.

 

진짜 코미디는 전직 국무총리까지 지낸 사람이 이 대열에 합류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오히려 전국적으로 현수막을 붙여 이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고위 공직자로서 국가 시스템의 메커니즘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선관위의 ‘바보짓’을 ‘음모’로 격상시켜 주니 유튜버들은 신이 나서 춤을 추지 않는가? “거 봐라, 전직 총리도 내 말이 맞다잖아!”라면서 말이다.

 

이참에 ​선관위 공무원 여러분께 교육자의 마음으로 따끔하게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 여러분이 지킨 것은 책상 줄 맞추기였는가, 아니면 민주주의의 가치였는가?

 

 

​선거는 국가의 가장 거대한 ‘교육의 장’이다. 국민들이 주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하고 그 결과에 승복하는 과정을 통해 성숙한 시민의식을 배우는 살아있는 교과서라 할 것이다. 그런데 여러분의 게으름과 무능함 때문에 교과서의 핵심 페이지가 찢겨 나갔고, 그 찢어진 틈새로 온갖 오물 같은 음모론이 들이닥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징계나 ‘재발 방지 대책’이라는 뻔한 서류 몇 장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선관위는 조직 전체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선거 관리의 기본’이라는 유치원 과정부터 다시 학습해야 한다.

 

투표용지 수량 체크는 산수(算數) 영역이다. 고도의 정치학이 아니다. 산수조차 못 해서 나라를 이 지경으로 시끄럽게 만들었다면, 철저한 문책과 인적 쇄신이라는 혹독한 ‘나머지 공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독감에 걸리지 않으려면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선관위의 무능이 불러온 ‘음모론 바이러스’를 치료할 백신은 두 가지뿐이다.

 

​첫째, 선관위의 뼈를 깎는 쇄신과 철저한 투명성 확보이다. 다음 선거에서는 투표용지가 아니라 행정의 신뢰가 넘쳐흘러야 할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

 

둘째, 국민들의 냉정하고 엄격한 시선이다. 유튜버들과 정치인들이 “이것은 음모다!”라며 호들갑을 떨 때, 우리는 차분하게 한마디만 건네면 된다. “아니요, 그건 음모가 아니라 그냥 그 사람들이 일을 너무 못 한 것이오.”라고 말이다.

 

​아무리 화려한 거짓말도 투명한 진실 앞에서는 힘을 잃고, 아무리 극단적인 선동도 건강한 상식을 가진 시민들 앞에서는 한낱 해프닝으로 끝나게 된다. ​선관위는 이번에 맞은 회초리의 아픔을 뼈에 새겨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혹세무민하는 이들에게 경고하고자 한다.

 

국민들을 더 이상 바보로 보지 말라. 대한민국의 시민의식은 당신들의 얄팍한 조회수 놀이터나 정치적 야욕의 발판이 될 만큼 만만하지 않다. 이제 그 징글징글한 ‘빵점짜리 행정’과 ‘공상과학 음모론’의 셔터를 내릴 시간이다. 우리는 이를 계기로 학교에서 ‘선거와 민주주의’라는 기본 항목을 더욱 철저하게 가르쳐야 할 것이다. 그 교육적 자료에 이보다 더 적합한 것은 없을 것이다.

 

선관위의 한심한 선거관리와 행정, 그리고 이를 악용하는 민주주의의 파괴자들이 난리를 치는 이 시국을 납득할 수 있는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진상을 소상하게 밝히고 썩은 환부를 도려내는 데에 한 치의 망설임과 관용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이 나라를 부정선거 음모론에서 구제할 유일한 비책이자 정도(正道)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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