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교육이 나라의 백년대계라는 말은 이제 구호가 됐다. 백년을 설계해야 할 교사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보면 안다. 시설 점검을 하고, 채용 공고를 내고, 회계 장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교단이 아니라 행정실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최근 교원 4291명을 조사했더니 응답자의 93.3%가 “시설·채용·회계 업무는 교사의 법적 직무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절반 이상의 학교에서 교사들이 그 일을 직접 하고 있다고 한다. 유치원은 93%에 달한다. 아이들의 첫 교육을 책임져야 할 선생님이 하루의 대부분을 서류와 씨름하고 있다는 뜻이다.
교육부가 이른바 ‘가짜 일 줄이기’ 2차 대책을 내놨다. 개인정보 동의서 온라인 전환, 위원회 운영 부담 완화, 채용 절차 간소화 등 12개 과제다. 방향은 옳다. 그러나 교원단체들이 한목소리로 지적하듯 이것은 근본 처방이 아니다. 복잡한 배관이 터진 집에서 걸레질만 하는 격이다.
문제의 본질은 간단하다. 우리 교육 행정 시스템이 수십 년간 학교를 ‘만능 민원 창구’로 활용해 왔다는 것이다. 복지 행정도 학교, 소재 파악도 학교, 안전 점검도 학교. 국가가 해야 할 일을 교사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 행정 비용을 절감해 온 것이다. 그 청구서는 교사의 탈진으로, 그리고 결국 아이들의 교육 질 저하로 돌아왔다.
선진국의 교사는 가르치는 일에만 집중한다. 행정과 교무는 명확히 분리돼 있고, 전담 인력이 처리한다. 우리는 그 반대다. 가르치는 사람이 행정도 하고, 회계도 보고, 민원도 받는다. 이런 구조에서 교육의 질을 논하는 것은 연료 없이 엔진을 돌리라는 것과 같다.
교원단체들이 요구하는 것은 과격한 주장이 아니다. 교육지원청이 실질적인 행정을 흡수하고, 지자체가 복지 행정을 맡으며, 학교는 가르치는 일에 집중하게 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상식이다. 보수든 진보든 이 상식에는 이견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상식이 실현되려면 돈이 필요하다. 교육지원청 인력을 늘리고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역대 정부들이 이 문제를 방치한 것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였다. 교사 업무 경감은 표가 되지 않는다. 반면 예산은 늘려야 한다. 그러니 늘 구호만 있고 실행은 없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정확히 짚었다.
“제도 개선의 성과는 발표 건수가 아니라 교원들이 실제로 업무 부담 감소를 체감하는 데서 확인돼야 한다.”
정부는 매번 대책을 발표하고 성과를 자랑한다. 그러나 교실 현장은 바뀌지 않는다.
교권이 무너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충남에서는 제자가 교사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일까지 벌어졌다. 교사의 권위가 이렇게 추락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교사 스스로가 자신의 본업을 지키지 못하는 구조가 그 한 원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행정 잡무에 치인 교사가 어떻게 학생 앞에서 당당히 설 수 있겠는가.
교육은 국가의 미래다.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에게 걸레질을 시키는 나라가 어떻게 미래를 논할 수 있겠는가.
교육부는 ‘가짜 일 줄이기’라는 이름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가짜 일이 아니라 남의 일을 교사에게 시켜온 것이다. 그 남의 일을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것, 그것이 진짜 교육 개혁의 출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