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2026년 7월 1일, 전국 16개 시·도에서 교육감들의 임기가 공식 시작되었다.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수호하고 지역 교육 발전을 견인해야 할 막중한 자리이지만, 출범을 앞두고 드러난 자화상은 사뭇 우려스럽다. 선거인단 대리 등록과 참가비 대납 의혹, 후보 단일화 불복 사태 등은 직선제의 폐해를 고스란히 노출하며 교육 자치의 헌법적 가치를 무색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깜깜이 선거의 병폐 속에서 정책 대신 진영 논리만 남았다는 매서운 비판을 신임 교육감들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난장판 선거를 거쳐 출범한 이들이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은 교육 외적 이슈몰이식 아젠다에서 벗어나 학교가 바라는 교육감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과제로 다음과 같은 과제를 제안한다.
제1 과제 : 교권
드라마 참교육이 촉발한 교권 회복 논의는 공교육의 붕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국회도서관에서 발간한 ‘데이터로 보는 교육활동 침해와 교원 보호’ 자료에 따르면 상해·폭행 등 중대 교권 침해 행위가 수업일 기준 매일 평균 4.1건에 달한다.
지난 4월 한국교총에서 실시한 긴급 교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원의 83.9%가 교육활동 침해를 겪으면서도 아동학대 무고나 악성 민원 등의 보복 우려로 교육청에 신고하는 비율은 고작 13.9%에 불과했다.
교권붕괴의 현실을 극복하고자 경기교육감을 비롯한 각 시도교육청에서 앞다투어 드라마속 교권보호국과 유사한 조직의 신설을 제안하고 나섰다. 별도의 조직을 가동하며 원스톱 지원 체계를 약속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변화라는 데 공감한다.
그러나 조직의 실효성을 더 담보하기 위해서는 국과장급 인사 1명과 사무관, 주무관 몇 명으로 구성된 행정조직이 아닌 관내 모든 학교현장에 교권침해 사안 발생 시 즉각 출동하여 대응하고 법적·행정적 대응을 대리할 수 있도록 대규모 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울러 조직이 전시성으로 있다가 사라지는 형태가 되지 않기 위해 관련 법제를 마련하는 등 안정적 운영의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제2 과제 : 학교 교육 자치 현실화
또 명심해야 할 것은 교육청으로 집중된 자치권한을 단위학교로 돌려주는 것이다. 교육 자치의 종착지는 단위학교 자율권의 확대로 실현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교육부에서 내려간 권한들이 학교로까지 퍼지지 못하고 교육감이 쥐고 휘두르는 권력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5월 한국교육개발원이 2006~2022년 PISA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 16년간 교육청 권한은 늘고, 교사·학교장의 권한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중간에서 교육감이 각종 예산·행정·인사에 대한 권한을 쥐고 교육감의 치적 쌓기용 일회성 정책들을 무차별적으로 학교에 투하한 것이다.
교육청으로 내려온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예산 중 학교가 자율적으로 기획해 쓸 수 있는 ‘학교기본운영비’는 고작 5%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일선 학교는 예산의 용처를 조정하지 못하고, 교육감 기획 사업을 대행하는 하부 집행기관으로 전락했다.
신임 교육감들은 교육청 차원의 목적 사업 중 교육본질에서 벗어난 복지사업성 예산은 과감히 없애고 교육활동을 뒷받침하는 본질적 예산과 학교기본운영비를 늘려 단위학교의 자율권을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
제3 과제 : 비본질적 행정업무 학교 밖 이관
또 다른 과제는 학교가 교육기관으로서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 비본질적 행정업무의 학교 밖 이관이다.
오늘날 학교 현장에서는 ‘행정만 남고 교육은 사라졌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교사들은 수업 준비와 학생 생활지도라는 교육의 본질적 책무 대신 온갖 채용 지원 업무, 외부 시설 용역 관리, 방대한 공문 처리와 까다로운 매뉴얼 숙지에 끊임없이 시달리며 교육 전문가로서의 자긍심을 잃어가고 있다.
비본질적인 행정 업무 과중은 교실 안에서 교사가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을 차단하고, 학교를 교육기관이 아닌 행정 집행기관으로 변질시키는 핵심 원인이 되고 있다.
가르치는 본연의 임무보다 행정의 달인이 되기를 강요당하는 현실을 방치하는 한, 공교육의 내실화는 결코 이룰 수 없다. 교사들이 오롯이 수업과 학생 지도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학교에 둘 필요가 없는 각종 교육 외적 업무를 완전히 걷어내어, 교육(지원)청 단위의 ‘행정업무전담기구’ 및 지자체로 이관하는 전향적인 행정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제4 과제 : 학력 격차 해소
학력 격차 해소에 대해서도 지역 유·초·중등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의 중요한 숙제가 되는 상황이다. 특히 기초학력 저하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2024년 한국교총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교원의 92%가 과거에 비해 학생들의 기초 문해력 저하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OECD 디지털 리터러시 조사에서도 우리 학생들의 사실과 의견 구별 능력이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기초학력이야말로 학생에게 공교육이 보장해야 할 기본권적 책무이며, 이를 보장하기 위해 학생 개개인의 학력수준을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너무도 당연한 것이지만, 현재 교육 당국은 줄 세우기, 낙인효과라는 핑계로 진단에 소극적이다.
객관적 평가 체계를 구축해 학생 개개인이 해당 학년의 어느 수준에 있는지를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이 중 기초학력 미달이나 성취수준이 낮은 경우에 맞춤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기초학력전담교사의 대폭 증원 등 과감한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
전남광주통합교육도 성공해야
한편, 이번 교육감 중 특히 어려운 과제가 부여된 곳은 바로 대한민국 최초의 교육행정 통합 모델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의 교육감이다.
전남광주교육청 규모는 학생 수 약 36만 명, 교직원 5만 1431명, 연간 세출 약 7조 2666억 원으로 경기·서울·경남에 이은 전국 4위 수준이 되었다.
전남광주교육감은 2028년 완전통합에 이르기까지 과도기 행정 과정에서의 혼란을 완벽히 차단해야 하는 숙제를 추가로 부여받았다. 무엇보다 세심히 살펴야 할 것은 행정 통합이 자칫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의 고사를 촉진하지 않고 도농 간 학력 격차를 메울 수 있도록 정교한 상생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교육을 백년대계라고 하지만 우리의 공교육 시스템은 관료주의와 정치권의 치적성 사업에 밀려 방향을 잃어왔다. 신임 교육감들은 권한 독점과 학교 통제의 유혹에서 단호히 벗어나야 한다. 교실을 바꾸는 힘은 언제나 현장 전문가에게서 나온다.
위에서 제안한 과제들에 더해 교총이 제안한 ‘9대 방향 31대 공약과제’의 세부 실천과제를 임기 내 정책으로 구현해 가르치는 보람이 다시 살아나는 교실, 선생님이 가르치고자 하는 열정을 지원해 주는 행정을 펼쳐주시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