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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화의 초점] '가터벨트·망사스타킹 이모티콘'...경기교육청 감수성은 누가 검증하나

 

더에듀 | 며칠 전 경기도교육청 업무용 메신저(GOE)에 탑재된 이모티콘을 보고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처음에는 잘못 본 줄 알았다.

 

가터벨트를 연상시키는 복장, 망사스타킹을 떠올리게 하는 표현, 바니걸 코스프레처럼 보이는 의상, 특정 신체 부위(엉덩이)를 과도하게 강조한 캐릭터까지 있었다. 과연 교사들이 업무에 사용하는 공식 메신저에 담길 콘텐츠가 맞는지 여러 번 다시 확인하게 됐다.

 

 

경기초등교사협회 회장으로서 항의 및 시정 요청 공문을 보냈고, 하루도 되지 않아 업무용 메신져 이모티콘이 삭제된 것을 확인했다.

 

누군가는 “이 정도도 문제냐”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의 본질은 이모티콘 하나가 아니다. 공공기관이 어떤 기준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검증하는가 하는 점이다.

 

교사들은 학교에서 늘 신중해야 한다. 수업 자료 하나를 만들 때도 학생들에게 부적절하게 받아들여질 표현은 없는지 살핀다. 사진 한 장, 영상 하나를 사용할 때도 교육적 적절성과 성인지 감수성을 먼저 고민한다. 학생들에게 사용하는 말 한마디에도 조심스럽다. 학교 현장에는 그만큼 높은 기준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육청도 같은 기준을 적용받아야 한다. GOE는 사적인 메신저가 아니다. 교사들이 학생 상담을 하고, 생활지도를 협의하며, 학부모 민원을 논의하고, 공문을 주고받는 공식 업무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사용하는 콘텐츠는 자연스럽게 교육청의 가치와 공공성을 보여준다.

 

이번 사안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이모티콘의 디자인보다 검증 과정이다. 이모티콘 하나가 업무 시스템에 탑재되기까지는 기획과 디자인, 내부 검토, 최종 승인 등 여러 절차를 거친다. 그렇다면 그 과정에서 누구도 “공식 업무용으로 적절한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았던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그 질문조차 없었다면 문제는 이모티콘이 아니라 검증 시스템이다.

 

공공기관은 일반 기업과 다르다. 화제성보다 공공성이 우선되어야 하고, 재미보다 신뢰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특히 교육기관이라면 더욱 그렇다. 학교에는 높은 수준의 성인지 감수성과 윤리 기준을 요구하면서 정작 교육청이 제공하는 콘텐츠에는 같은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현장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논란이 단순히 이모티콘 몇 개를 삭제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어떤 기준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누가 검토하며, 어떤 절차를 거쳐 승인하는지 전 과정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업무용 시스템에 적용할 콘텐츠 기준을 명확히 마련하고, 공공기관에 걸맞은 검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신뢰는 거창한 정책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교직원들이 매일 사용하는 작은 콘텐츠 하나에도 공공기관다운 책임감과 감수성이 담겨야 한다. 사소해 보이는 기준 하나를 지키는 일이 결국 교육행정에 대한 신뢰를 만드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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