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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주의 초점] 학교를 정치판으로 만들 정근식 서울교육감의 '민주시민 과목 신설'

 

더에듀 | 정근식 서울교육감이 배재고 야구부 응원 사건을 이유로 정규 수업 체계에 포함되는 민주시민교육 과목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교육청은 국가 교육과정에 명시된 기존 정규 과목 외에 학생들의 다양한 진로나 학업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시·도교육감 승인을 거쳐 신설하는 교육감 승인과목으로 ‘공존과 소통의 민주시민’(가칭)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을 최근 공고했다.

 

교육청은 독립된 별도 과목으로 우선 고등학생용 교과서를 개발한 뒤, 향후 중학교와 초등학교까지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교과서는 학교별 수요조사 등을 토대로 과목 개설이 확정되면 내년도 교과서 집필 작업 등을 거쳐 이르면 2028학년도부터 서울 지역 학교에 선택과목으로 보급될 예정이다.

 

또한 교육청은 학교 현장에서 ‘논쟁적 사안’을 다루더라도 교사의 지도 부담을 줄이고, 정치적 중립성과 편향성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엄격한 평가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미 교육부는 「2026년 민주시민교육 추진계획」에서 국민이 이념적·정치적 분열을 주요 사회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증가함에 따라 ‘사회 현안’에 대해 토의·토론 수업을 할 수 있는 교수학습 원칙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가교육위원회에도 ‘학교시민교육 국가 기본원칙(안)’ 제13조(시의성의 원칙)에서 “학교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는 시의성 있는 공적 사안들을 교육활동의 주제로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다룬다”라고 규정하였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극단적인 진영 논리와 정치적 양극화로 인해 깊은 분열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는 정치적으로 예민한 ‘논쟁적 사안’이나 ‘사회 현안’, ‘시의성 있는 공적 사안’들에 대해 교육하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민주시민 과목 수업 시간에 교사들이 논쟁적 사안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을 준수하고 있는지 일일이 점검하고 강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신설되는 민주시민 과목이 과거 반공교육처럼 편향적 정치 이념을 주입하는 과목으로 변질될지도 모른다.

 

이미 정 교육감은 배재고 야구부의 우발적 사건을 정치적 극우 몰이로 이용함으로써 선량한 학생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정 교육감은 배재고 사건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청룡기 고교야구대회 경기장에서 발생한 배재고 야구부의 응원 사건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역사적 아픔을 간직한 광주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최교진 교육부장관이 우발적 응원을 “왜곡된 역사 인식과 지역 비하성 응원”이라고 성급하게 단정해 버리자 정 교육감까지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직접 사과까지 한 것이다.

 

또한 정 교육감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배재고 야구부 6개월 출전정지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서도 협회의 결정을 이번 사안의 엄중함을 보여주는 조치로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정 교육감이 정치적 응원이라고 규정하고 중징계를 긍정하는 바람에 배재고 학생 전체를 극우 일베로 낙인찍고 비난하는 근조화환들이 교문에 즐비했다. 심지어 배재고는 학생들이 봉변을 당할까 우려되어 교복을 입지 않고 등교하도록 결정할 정도로 학생들이 심대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런데 정 교육감은 지난해 서울 어느 중학교에서 학생 신문 <토끼풀>을 정치적 중립성 위반을 이유로 배포 금지한 사건과 관련해서는 “정당한 표현의 자유가 보다 강화돼야 한다”며 “시행착오를 돌아보며 새로운 배움을 얻고, 갈등을 풀고 화해를 이루며,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었다.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유사한 학생들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학교에 압력을 넣더니, 다른 학생들에 대해서는 엄벌에 처할 것을 요구하면서 정치적 적대감을 키우는 양극단 진영정치에 가담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정근식 교육감은 더 이상 정치적 극우몰이 광풍을 일으키지 말고, 수도 서울교육의 책임자로서 정치적 광풍의 바람막이가 되어 학생들의 인권과 생명권을 지켜 주기 바란다. 역사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념적 정치인들과 달리, 역사를 잘 모르고 관심도 없는 아이들 대부분은 극우든 극좌든 편향적 역사의식을 가질 수가 없다.

 


극단적인 양극화 사회, 민주시민 과목이 학교를 정치판으로 만든다


어른들도 자신이 스스로 극우나 극좌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중세 시대 마녀 사냥처럼 정치적 반대 세력을 비난하고 사멸시키기 위해서 극우 일베나 극좌 빨갱이로 몰아가는 것뿐이다. 당시에는 마녀를 판정하는 객관적 기준도 없이 물에 던져 뜨면 유죄, 가라앉으면 무죄라는 엉터리 기준으로 집단 낙인과 살인을 정당화했다.

 

과거 매카시즘 빨갱이 몰이가 정치적 반대세력을 극좌 빨갱이로 몰아서 사멸시키려 했던 반민주적 마녀 사냥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 극우 몰이도 정치적 반대세력을 극우로 몰아서 사멸시키겠다는 반민주적 마녀 사냥에 불과하다. 심지어 현재의 극우 몰이는 10대 어린 학생들을 주로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위험하고 잔인하다.

 

가장 큰 문제는 극단적인 진영 논리와 정치적 양극화로 인해 깊은 분열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시민 과목이 학교를 정치판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민주시민 과목 수업 시간에 정치적 쟁점을 다루고, 혐오와 차별 교육을 실시한다면, 교사와 학생 간에는 물론이고 학생 사이에서도 극우니 극좌니, 1찍이니 2찍이니 하는 정치적 대립과 갈등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지금 가족이나 친구 간에도 정치 현안에 대해 얘기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학교에서도 교사, 학생, 학부모들이 극단적인 진영 논리와 정치적 양극화로 인해 깊이 분열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대립과 갈등 없이 현실 정치 쟁점을 다루고, 혐오와 차별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특히 16세 이상은 정당 가입이 가능하고, 18세 이상은 투표권도 주어지기 때문에 고등학교에서는 정치적 갈등과 대립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정치판이 될 수도 있다. 만약 교사의 정당 가입이나 선거운동마저 허용된다면, 특정 정당에 가입되어 있는 교사들이 소속 정당의 편향적 의식을 주입하고,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학생들을 혐오와 차별로 처벌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될지도 모른다.

 

학생들도 수업 시간에 정치적 입장이 다른 교사의 발언을 꼬투리 잡아서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민원을 제기하거나 신고함으로써 교권이 더욱 침해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이미 지금도 5·18 민주화운동이나 6·25 전쟁 등 현대사 수업 시간에 교사들이 좌파 사상을 주입한다고 항의하는 민원이 적지 않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더구나 ‘혐오 표현’이라고 판단되는 발언을 한 공무원을 최소 감봉, 최대 파면 징계하는 내용을 담은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가장 먼저 민주시민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징계를 당할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지금 학부모들이 아동복지법의 ‘정서적 학대’ 규정을 악용해서 교사들을 무분별하게 아동학대로 신고하고 있듯이 앞으로는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의 ‘인간 존엄성 침해’ 규정을 악용해서 교사들을 무분별하게 혐오 표현으로 신고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정근식 서울교육감은 정치적 논쟁과 갈등을 부추기는 민주시민교육 과목을 별도로 신설하여 학교를 정치판으로 만들지 말고, 현행 교육과정 내에서 국민주권, 법치주의, 삼권분립 등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가르치는 자유민주 시민교육에 집중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학생들은 학교폭력, 마약, 도박 등 학생 범죄로 인해 인권과 생명권이 위협받고 있다. 여기에다 학교를 정치판으로 만들어 극우몰이까지 더해진다면 학생들의 인권과 생명권이 더욱 위태로워질 뿐만 아니라, 학교가 교육 기관으로서 지속 가능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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