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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교사의 독서교육] ⑧발췌독에서 나라 탐구까지...도서관 협력수업 "세계시민과 지리 교과를 완성하다"

사서교사와 지리교사가 함께 설계한 세계시민 교육, 어떻게 실현했나

더에듀 | ‘독서 국가 선포식'으로 독서 진흥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학교 독서 교육의 핵심인 사서교사의 역할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이에 <더에듀>는 사서교사들의 생생한 교육 실천 사례를 공유해 현장의 독서 교육 방향성을 정립하고, 지속 가능한 독서 문화를 확산하고자 '전국사서교사노동조합' 소속 사서교사들의 수업 이야기를 살피는 시간을 마련했다.

 


책 한 챕터를 깊이 읽고, 낯선 나라를 새롭게 바라보며 편견을 질문으로 바꾸다


“‘세계시민과 지리’ 교과를 어떻게 가르쳐야 학생들이 세계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문화 다양성을 존중하는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교실의 변화에 신도림고등학교는 도서관 협력수업으로 답했다.

 

발췌독을 통해 교과 개념을 깊이 이해하고, 낯선 나라를 탐구하며 편견을 검증하는 두 개의 프로젝트를 하나의 교육과정으로 엮어 ‘세계시민과 지리’ 교과의 본질을 교실 속 배움으로 구현했다.

 

이번 학기 지리교사와 함께 고등학교 2학년 ‘세계시민과 지리’ 교과에서 두 가지 도서관 협력수업을 설계했다. 하나는 책 한 챕터를 깊이 읽으며 사고를 확장하는 ‘독서전략으로 여는 지리 탐구’이고, 다른 하나는 낯선 나라를 세계시민의 시선으로 탐구하는 ‘모자이크 세계 나라 리플릿 만들기’다.

 

독서와 탐구라는 서로 다른 접근은 학생들이 교과 개념을 스스로 탐색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세계를 이해하도록 이끄는 하나의 배움으로 완성됐다.

 


책 한 챕터가 만든 질문...발췌독으로 교과를 읽다


첫 번째 협력수업인 ‘독서전략으로 여는 지리 탐구’는 완독보다 깊이 읽기에 초점을 맞췄다. 학생들은 교과와 연계한 6개 책바구니, 50권의 도서 가운데 관심 있는 책을 선택한 뒤 목차를 살펴 10~15쪽 분량의 한 챕터를 발췌해 읽었다.

 

수업은 CATAPULT 읽기전략으로 표지와 제목, 저자, 목차 등을 살펴 내용을 예측하는 활동으로 시작됐다. 이어 KWL 활동을 통해 읽기 전 알고 있던 내용과 알고 싶은 점을 정리하고, 독서 후 새롭게 알게 된 내용과 생각의 변화를 기록했다.

 

학생들은 북큐레이션 카드를 작성하며 교과 개념과 책의 내용을 연결하고, 인상 깊은 문장과 함께 독자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을 담았다. 읽기 전과 후 달라진 생각과 감정을 성찰하며 자신의 배움을 돌아보는 과정도 함께 기록했다.

 

같은 책을 읽어도 학생마다 연결한 개념과 질문, 성찰의 내용은 달랐다. 발췌독은 단순한 독후활동이 아니라 교과 개념을 스스로 이해하고 사회정서적 성장을 함께 이끄는 배움의 과정이 됐다.

 


유명한 나라보다 낯선 나라...세계시민의 시선으로 다시 보다


두 번째 협력수업은 여행 정보를 소개하는 리플릿에서 출발했지만, 세계시민교육의 관점을 더하며 새로운 프로젝트로 발전했다.

 

지리교사는 익숙한 관광국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나라를 깊이 탐구하는 것이 세계를 이해하는 데 더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여기에 ‘세계시민의 눈으로 읽는 나라’라는 관점을 더해 단순한 국가 소개를 넘어 문화 다양성과 상호 이해의 가치를 담도록 수업을 설계했다.

 

학생들은 이집트, 모로코, 튀르키예, 인도, 스리랑카, 부탄, 말레이시아, 타이 등 8개국을 탐구하며 자연환경과 종교, 음식, 문화, 사회적 특징을 조사했다.

 

탐구는 자신이 갖고 있던 선입견을 기록하는 것에서 시작해, 조사 후 달라진 인식을 ‘Before-After’ 형식으로 정리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리플릿의 마지막에는 각 나라가 전하는 세계시민 메시지를 직접 담아 단순한 여행 안내서를 넘어 서로 다른 문화와 삶을 이해하는 학습 자료로 완성했다.

 

활동을 마친 학생들은 한 나라를 깊이 이해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스스로 검증하고, 문화적 다양성과 상호 존중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여행지를 소개하는 리플릿은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넓히는 세계시민 리플릿으로 확장됐다.


정보를 찾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판단하는 법을 배우다


국가를 탐구하는 과정은 정보를 많이 찾는 활동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선별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국가별 추천 도서와 참고 쪽수, 공식기관 자료, 학술논문 등을 담은 ‘정보길잡이’를 제작해 학생들이 근거에 기반한 탐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학생들은 도서와 공식기관 자료, 학술논문을 교차 확인하며 정보를 정리했고, 생성형 AI나 블로그의 단편적인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출처와 근거를 직접 확인하는 과정을 경험했다. 정보활용교육은 단순한 자료 조사에 머물지 않고 정보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활용하는 리터러시 교육으로 이어졌다.

 

정보를 보는 시선이 바뀌자 나라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낙후된 나라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인도는 세계적인 IT 산업을 이끄는 국가로, 위험한 여행지로만 여겼던 타이는 높은 치안 수준과 다양한 사회 제도를 갖춘 나라로 새롭게 이해했다. 관광객을 제한하는 부탄의 정책 역시 폐쇄성이 아니라 환경 보전과 국민 행복을 위한 선택이라는 점을 발견했다.

 

학생들은 근거를 바탕으로 편견을 검증하는 경험을 통해 ‘아는 것’보다 ‘확인하는 것’의 중요성을 배웠다.

 


독서와 탐구가 만난 교실,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수업의 마지막은 갤러리 워크였다. 학생들은 완성한 리플릿을 전시하고 서로의 결과물을 살펴보며 관찰과 놀람, 연결, 질문을 중심으로 의견을 나눴다. 발표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다시 점검하고 다른 문화와 사회를 이해하는 시야를 넓혀갔다.

 

이번 협력수업은 독서와 교과, 정보활용교육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발췌독 수업에서는 책을 통해 질문하는 힘을 길렀고, 국가 탐구 수업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편견을 넘어서는 경험을 쌓았다. 서로 다른 두 수업은 결국 학생들이 세계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이끄는 하나의 교육과정이었다.

 

책 한 챕터를 읽으며 시작된 질문은 낯선 나라를 이해하는 탐구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탐구는 학생들에게 ‘다름’을 이해하는 눈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남겼다. 그것이 이번 도서관 협력수업이 학생들에게 남긴 가장 큰 배움이었다.

 

도서관 협력수업은 학생들이 교과서의 개념을 단순히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스스로 탐구하며 자신의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앞으로도 독서와 정보활용교육, 미디어 리터러시를 교과와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협력수업을 꾸준히 확대해 나가려 한다.

 

황신애 = 지역대표 공공도서관에서 사서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지금은 학교도서관에서 5년째 사서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좌측 눈 시력 0.04, 우측 눈 전맹의 저시력 시각장애인으로, 업무지원인과 함께 도서관 현장을 지키며 협력수업을 설계해 왔다. 보이지 않는다는 제약은 오히려 ‘어떤 정보를 신뢰할 것인가’를 더 치밀하게 고민하게 했고, 그 물음은 교과연계 협력수업 설계의 핵심이 됐다. 수업은 ‘정보를 많이 찾는 것’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스스로 판단하는 법’을 가르치는 데 초점을 둔다. 교과 교사와 함께 발췌독 전략, 정보길잡이 제작 등을 시도하며 학생들이 스스로 근거를 확인하고 답을 찾아가도록 돕는다. 완독보다 깊이 읽기를, 정답보다 탐구 과정을 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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