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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혐의 나와도 교사는 이미 무너진다”…초등교사노조, 아동학대 신고 기준 손본다

정서적 학대 판단기준 법제화하고 정당한 교육·지도행위 보호
교육활동 침해 대응 국가 책임 강화…관할청 고발·소송비 선부담
교권침해 대응도 국가·관할청으로…고발·법률지원 의무화 요구
아동복지법에 내용 명문화…9월 정기국회 여야 공동발의 추진

 

더에듀 윤철순 기자 | 초등교사노동조합이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교원의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아동복지법’과 ‘교원지위법’ 개정을 추진한다.

 

초등교사노조(노조)는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9월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의 여야 공동발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아동학대 책임을 제한하고,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국가와 관할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다.

 

특히 노조는 정당한 교육활동이 사후적으로 ‘아동학대가 아니다’라는 판단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신고 초기 단계에서부터 정서적 학대 여부를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법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혐의 받아도 이미 교사는 조사·수사 부담”
현행 ‘초·중등교육법’에는 교원의 정당한 학생생활지도 등이 ‘아동복지법’상 일부 금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규정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노조는 현장에서는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는 것만으로도 교원이 조사와 수사 절차에 들어가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고 이후 교사는 출석 조사와 법률 대응을 해야 하고, 수개월에 걸친 절차가 이어질 경우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불기소나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더라도 조사와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부담은 되돌리기 어렵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노조는 정당한 교육활동을 사후적으로 면책하는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신고 및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정서적 학대 해당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법률에 명문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서적 학대 판단기준 법률에 명문화
노조에 따르면 현재 정서적 학대와 관련한 ‘아동복지법’ 개정안 5건은 모두 소관 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 가운데 정서적 학대의 범위를 구체화하고 정당한 교육·지도행위를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안에 대해 교육부는 찬성 의견을 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아동 보호범위가 과도하게 축소될 우려가 있거나, ‘초·중등교육법’ 개정 이후에는 입법 실익이 크지 않다는 취지의 반대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는 게 노조 설명이다.

 

 

노조는 이 같은 우려를 고려해 특정 직군인 교원에게만 적용되는 예외를 두기보다, 모든 행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정서적 학대 판단기준을 ‘아동복지법’에 명문화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한다.

 

노조가 제시한 판단요소는 ▲행위의 동기와 목적 및 경위 ▲행위의 방법과 표현의 강도, 지속기간·빈도·반복성 ▲아동의 연령과 발달단계, 장애 특성 및 건강상태 ▲아동에게 발생한 피해 또는 위험의 정도 ▲행위 당시의 구체적 상황 ▲교육·보호·양육·지도를 목적으로 한 경우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필요성·상당성 등이다.

 

현재 법원이 사후적으로 판단하는 요소를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 신고와 수사의 초기 단계부터 적용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노조는 이를 통해 아동 보호의 범위를 약화시키지 않으면서도 정당한 교육활동이 불필요한 형사절차로 이어지는 사례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활동 침해 대응, 교사 개인에서 국가·관할청으로
‘교원지위법’ 개정도 함께 추진한다. 초등교사노조가 제시한 핵심 방향은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대응 주체를 교사 개인에서 국가와 관할청으로 옮기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교권보호위원회가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심의·의결한 일정 사안에 대한 관할청의 고발 의무화 ▲교육활동 관련 조사·수사 및 민·형사·행정소송에 대한 관할청의 법률지원 ▲소송비용의 관할청 선부담과 침해행위자에 대한 구상권 행사 ▲학교장의 민원 보호조치 이행 및 관할청의 점검·시정 요구 ▲교육감 의견서를 제출받은 기관의 의견 고려 의무 등을 담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행 ‘교원지위법’에도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대한 고발과 피해교원 보호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상당 부분이 재량에 맡겨져 실제 제도의 작동 여부에 차이가 있다는 게 노조의 판단이다.

 

특히 현행법은 관할청이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형사처벌 규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경우 고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의무가 아닌 재량규정이라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노조는 이번 개정이 새로운 처벌을 신설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마련된 교원 보호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국가와 관할청의 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석조 초등교사노조 위원장은 “아동학대가 아니면 말고 식의 신고는 한순간이지만, 수사가 시작된 교사는 무혐의가 나오기까지 자신의 직업과 삶을 걸고 버텨야 한다”며 “정당한 교육활동이라면 사후에 면책받는 것에서 더 나아가, 애초에 불필요한 수사로 넘어가지 않도록 법이 명확한 판단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의 교육활동은 개인의 취향이나 감정에 따른 행동이 아니라 국가가 법률로 부여한 직무”라며 “교원이 안심하고 학생을 가르치고 지도할 수 있도록 정당한 교육활동은 분명히 보호하고,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대응은 더 이상 교사 개인에게 떠넘기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등교사노조는 국회 의원실 및 법제실과 협의를 거쳐 ‘아동복지법’과 ‘교원지위법’ 개정안의 여야 공동발의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어 국회 교육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을 대상으로 입법 필요성을 설명할 계획이다.

 

노조는 정당한 민원과 신고의 권리는 보장하면서도 반복적·악의적인 교육활동 침해에는 책임이 따르도록 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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