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연동 방식을 폐지하는 구체적인 개편안이 발표됐다. 54년을 이어온 제도를 뜯어고친다니 교육계가 발끈할 만하다. 학부모와 시민단체가 “교육재정을 지키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교육은 숫자가 아니고, 재정의 안정성은 교육의 질을 떠받치는 중요한 토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논쟁을 ‘교육재정 사수’와 ‘재정권 빼앗기’의 프레임에만 가둬도 되는 걸까.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를 자동 배분하는 구조다. 이 제도는 교육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학생이 늘고 학교를 짓고 교원을 확충해야 했던 시대에는 특히 그랬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학령인구는 급감하고 있다. 학교는 남는데 학생이 사라지는 지역이 늘고 있다. 동시에 교육의 모습은 오히려 복잡해졌다. AI와 디지털 전환, 기초학력, 특수교육, 다문화교육, 지역소멸, 대학 경쟁력, 평생교육, 영유아 교육, 국가 인재 유출까지 교육의 경계는 이미 학교 담장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1970년대의 학생을 위해 만들어진 ‘재정 공식’을 2026년에도 그대로 붙들고 있는 게 과연 ‘교육을 지키는 일’일까.
더구나 정부가 내놓은 방안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초·중등교육 예산을 깎겠다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기본적인 교육재정은 보장하고, 교부금이 전년보다 감소할 경우 이를 보전하는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기존 방식과 새로운 산식의 차액은 미래대응기금의 교육·인재 계정으로 돌려 영유아·고등교육·평생교육과 미래 인재 양성 등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누가 교육비를 가져가느냐’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교육에 돈을 어떻게 쓸 것이냐’를 물어야 한다.
물론 교육계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된다. 중앙정부가 교부금 산식을 바꾸면 교육재정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고, 결국 중앙정부가 교육재정을 쥐락펴락하는 구조로 변질될 수 있다는 걱정도 일리가 있다. 특히 ‘미래투자’라는 이름으로 확보한 재원이 정권의 정책적 필요에 따라 이곳저곳으로 흘러간다면 개편의 명분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그러나 반대의 이유도 따져봐야 한다. 54년 전 만들어진 제도를 지키는 것 자체가 교육의 미래를 지키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과거 국회의원 시절 교육교부금 확대를 주장하며 내국세 연동률을 높이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이제는 20.79% 자동연동 구조를 손보겠다고 나섰다.
사람이 변한 것인가. 아니면 시대가 변한 것인가. 개인적으론 후자일 가능성을 먼저 열어두고 싶다.
정치인 출신 대통령과 장관이 수십 년 묵은 교육재정의 틀을 건드리는 데에는 적어도 ‘돈을 빼내려는 것’ 이상의 국가적 계산이 있어야 한다. 만약 그 계산의 끝에 정말 미래세대와 국가 인재 양성을 위한 새로운 교육재정 체계가 놓여 있다면, 교육계도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그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가 약속한 대로 기본적인 초·중등교육 재정은 보장하면서 추가 재원을 미래교육에 투입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교육재정의 파이를 줄이는 게 아니라, 파이의 쓰임새를 바꾸는 개혁이라면 말이다.
다만 정부는 반드시 증명해야 한다. ‘기본재정 보장’이라는 약속이 실제 학교 현장에서 지켜지는지, 미래대응기금이 다른 재정의 구멍을 메우는 통로로 변질되지 않는지, 대학과 영유아·평생교육에 투입되는 돈이 특정 지역이나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로 흘러가지 않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 돈이 정말 대한민국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쓰이는지를 말이다.
교육계 역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가 지키려는 건 교육재정인가, 아니면 54년 동안 익숙해진 재정 배분 방식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교육재정 사수’만 외친다면, 미래교육을 말할 자격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의 성패가 경제나 복지에서만 갈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일 수 있다. 어쩌면 가장 오래 남는 평가는 학교에서 나올지도 모른다.
수십 년간 고착된 교육재정의 틀을 바꾼 정부가 ‘교육비를 줄인 정부로 기억될 것’인지, ‘대한민국 교육의 물길을 미래로 돌린 정부로 기억될 것’인지는 결국 지금의 약속을 어떻게 실행하느냐에 달렸다. 그러니 지금은 무조건 싸울 때도, 무조건 박수칠 때도 아니다.
지켜보자. 다만 아주 매섭게 지켜봐야 한다. 교육의 미래를 위한 개혁이라면 기득권의 벽을 넘어야 한다. 그러나 교육재정을 다른 곳에 쓰기 위한 포장이라면 교육계와 국민이 가장 먼저 막아야 한다.
결국 이번 개편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단 하나다. ‘돈의 주인이 누가 되느냐’가 아니라, 그 돈으로 ‘미래의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기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