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Q’는 이미 나온 뉴스를 다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교육현상의 이면에서 다른 매체가 놓친 본질적인 질문을 발견하고, 팩트와 제도, 현장의 맥락을 따라가며 그 답을 찾아갑니다.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해 우리 교육이 정말 묻고 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독자와 함께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더에듀 윤철순 기자 | 7세 아이가 휴대전화를 가지고 교실에 들어갔다. 목적은 교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녹음하는 것이었다. 대한초등교사협회(대초협)가 27일 공개한 회원 사건이다.
대초협에 따르면 사건은 2023년 시작됐다. 학부모의 지시를 받은 학생이 교실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녹음했고, 이후 학교 교권보호위원회와 경찰, 검찰, 법원을 거치는 절차가 이어졌다.
대초협은 학교 교권보호위원회가 6개의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인정했고, 경기도교육감의 수사의뢰를 거쳐 경찰이 학부모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초협에 따르면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학부모를 기소하지 않았다. 이후 재정신청과 즉시항고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지난 12일 헌법소원까지 각하되면서 약 3년에 걸친 사법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게 대초협의 설명이다. 피해 교사는 이 사건과 관련해 957일의 공무상 요양을 승인받았다고 협회는 밝혔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검찰의 정확한 불기소 처분 유형과 이유, 이후 각 사법절차의 구체적인 결정 이유까지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검찰이 해당 녹음을 ‘적법하다’고 판단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의 각하 역시 교실 녹음의 적법성을 인정한 판단이라고 해석할 수 없다.
사법절차는 끝났지만 질문은 남았다. 아이를 통해 교실을 녹음하는 건 어디까지 허용될까.
교실에 있다고 모든 대화를 녹음할 수 있을까
출발점은 통신비밀보호법이다. 현행법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해 청취하는 것을 금지한다.
쉽게 풀면 두 가지를 따져야 한다. 그 대화가 공개된 대화인가. 그리고 녹음하는 사람이 그 대화의 당사자인가.
자신이 상대방과 나누고 있는 대화를 녹음하는 건 원칙적으로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타인 간의 대화’ 녹음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이 참여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기계를 이용해 몰래 녹음하는 건 다르다.
그렇다면 학생 수십 명이 함께 있는 교실은 어떨까. 여러 학생이 듣고 있는 교사의 수업시간 발언이라면 이미 ‘공개된 말’이라고 볼 수 있을까. 대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봤다.
대법, “수업시간 발언, 공개된 대화 아냐”
지난 2024년 1월 11일 선고된 ‘대법원 2020도1538’ 판결은 교실 녹음의 법적 경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 초등학교 교사가 한 학생에게 정서적 학대를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었다.
해당 학생의 부모는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사가 수업시간에 하는 말을 몰래 녹음했다. 하급심은 이 녹음파일을 증거로 인정해 교사의 일부 혐의에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초등학교 교실이 출입이 통제되는 공간이고, 수업시간 중 불특정 다수가 드나드는 장소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했다. 담임교사가 교실에서 수업시간에 한 발언은 교실의 학생들에게 전달되는 것이지만, 일반 공중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한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30명 정도의 학생이 듣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공개된 대화’가 되는 것도 아니라고 봤다. 부모 역시 교사의 수업시간 발언 상대방, 즉 원래부터 그 대화에 참여한 당사자가 아니었다.
따라서 부모가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확보한 수업시간 발언은 통신비밀보호법이 규정한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 결과 해당 녹음파일과 녹취록의 형사재판상 증거능력도 인정하지 않았다.
여기서 주의할 게 있다. 대법원이 이 사건에서 해당 부모에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로 유죄를 선고한 건 아니다. 재판의 피고인은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교사였다. 대법이 판단한 핵심은 부모가 확보한 녹음파일을 교사의 아동학대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느냐였다.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부정했다고 해서 대법이 '교사의 행위는 아동학대가 아니었다'고 판단한 것도 아니다. 녹음행위의 법적 평가와 녹음파일의 증거능력, 교사의 아동학대 성립 여부는 서로 다른 문제다.
그런데 아이가 직접 녹음하면?
여기서 이번 대초협 사건이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2024년 대법원 사건에서는 부모가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넣었다. 이번 사건은 대초협의 설명대로라면 학부모가 7세 자녀에게 녹음을 지시하고 아이가 휴대전화를 교실에 가지고 들어간 경우다.
학생은 실제 교실 구성원이다. 그 학생에게 교사가 직접 말을 건넨다면 학생은 그 대화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자신이 참여한 대화를 녹음하는 건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금지하는 ‘타인 간의 대화’ 녹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바로 ‘학생이 교실에 있으니 수업시간 내내 벌어지는 모든 대화를 녹음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지는 않는다. 한 학생이 교실에 있다는 것과 그 학생이 교실 안에서 오가는 모든 대화의 당사자라는 건 같은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사와 다른 학생의 대화가 있을 수 있다. 친구들끼리 나누는 이야기도 있다. 생활지도 과정에서 특정 학생의 개인적인 사정이 언급되거나 상담에 가까운 대화가 오갈 수도 있다.
때문에 현재 공개된 판례와 이번 사건 자료만으로 이런 모든 상황에 적용할 하나의 답을 내리기는 어렵다. 적어도 ‘아이가 직접 녹음하면 합법’이라고 일반화할 수 있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는다.
녹음기에는 ‘다른 아이’의 목소리도 들어간다
교실 ‘몰래녹음’을 교사와 학부모의 권리 충돌로만 보면 놓치는 사람들이 있다. 같은 반의 다른 학생들이다.
수업시간에는 발표와 질문이 오간다. 친구들끼리 얘기도 나눈다. 교사가 특정 학생의 행동을 지도하거나 갈등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개인적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 녹음기가 장시간 켜져 있다면 녹음을 지시한 보호자의 자녀뿐 아니라 교사와 다른 학생들이 한 말까지 함께 기록될 수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이 보호하려는 것도 결국 이런 ‘대화의 비밀’이다. 대법원 역시 대화가 공개됐는지를 판단할 때 단순히 몇 명이 듣고 있었는지만 보지 않는다. 발언자의 의사와 기대, 대화의 내용과 목적, 상대방의 수, 장소의 성격과 규모, 출입 통제 정도, 청중의 자격 제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판시했다.
교실이라는 하나의 공간 안에서도 법적으로 성격이 다른 여러 대화가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한 학생이 교실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공간에서 이뤄지는 모든 대화의 당사자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교실 녹음 문제를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 차원에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학대가 의심되는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나 여기에서 질문의 방향을 반대로 돌려볼 필요가 있다. 어린 자녀가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폭언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말한다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가 자신의 경험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면 어떻게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까. 특히 장애가 있거나 의사표현이 어려운 학생이라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부모가 교실 녹음을 시도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아동학대의 정황이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외면한 채 ‘녹음해서는 안 된다’고만 하는 것도 충분한 답은 아니다.
실제 2024년 대법원 사건의 원심도 부모가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 녹음했고, 녹음 이외에 별다른 유효한 수단이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런 사정만으로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해 확보한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다고 현행 제도가 부모에게 허용하는 방법이 몰래녹음 아니면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니다.
아동학대가 의심될 경우 누구나 112 등을 통해 신고할 수 있다.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조사, 아동학대 여부 판단, 피해아동 보호조치 등의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교원이 아동학대로 신고된 사건에서는 교육청이 해당 행위가 정당한 교육활동에 해당하는지 확인해 수사기관 등에 의견을 제출하는 절차도 마련돼 있다.
그러나 공식적인 신고절차가 존재한다는 것과 부모가 신고 이전에 자녀의 피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특히 피해 사실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어린 아동이나 장애학생의 경우 부모가 학대 정황을 어떻게 확인하고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할 것인가는 여전히 현실적인 문제로 남는다.
교실 구성원의 대화권을 보호하는 것과 피해를 제대로 말하기 어려운 아이에게 충분한 보호수단을 제공하는 건 함께 풀어야 할 문제다.
법이 답한 것, 그리고 아직 남은 질문
지금까지의 법과 판례가 아무것도 답하지 않은 건 아니다. 몇 가지 원칙은 비교적 분명하다.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는 공개되지 않은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몰래 녹음해서는 안 된다.
교실에서 이뤄진 교사의 수업시간 발언도 여러 학생이 듣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반 공중에게 공개된 대화가 되는 건 아니다. 부모가 대화의 당사자가 아닌 상태에서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실 수업을 녹음한 사건에서는 대법원이 해당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공개된 판례와 이번 사건 자료만으로 모든 상황에 적용할 하나의 답을 내리기는 어렵다.
어린 학생이 직접 녹음을 실행한 경우 어디까지 그 학생 자신의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볼 것인가. 부모가 어린 자녀에게 녹음을 지시한 경우 부모의 행위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한 학생이 참여하는 대화와 그 학생이 참여하지 않은 다른 학생들의 대화까지 함께 녹음되는 상황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실제 아동학대가 강하게 의심되는 상황에서 피해아동 보호와 증거 확보의 필요성을 어디까지 고려할 것인가.
이 문제들은 ‘교실 녹음은 합법인가, 불법인가’라는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 어렵다. 대초협은 이번 회원 사건을 계기로 교실 무단녹음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법이 아무런 선도 긋지 않고 있는 건 아니다.
대법원은 이미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부모가 아이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실 수업을 녹음하는 행위에 분명한 법적 경계를 제시했다.
이제 질문은 그 다음으로 향한다.
한 아이가 교실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교실에서 벌어지는 모든 대화의 당사자가 되는가. 그리고 이 질문에 답할 때 보호해야 할 사람 역시 교사와 녹음을 지시한 학부모만이 아니다. 녹음기에 목소리가 함께 담기는 다른 아이들이 있다.
반대편에는 자신의 피해를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워 보호가 필요한 아이도 있다. 교실 녹음의 경계는 결국 '누가 녹음했는가' 하나만으로 정할 수 없다. 누구의 대화였는지, 무엇을 녹음했는지, 어떤 상황에서 녹음했는지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