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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교사의 독서교육] ⑫ 읽기에서 삶으로, 생각을 행동으로 이끄는 13번째 기록

15년 차 사서교사가 말하는 ‘집중 독서 에세이 쓰기’ 이야기

 

「‘독서 국가 선포식’으로 독서 진흥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학교 독서교육의 핵심인 사서교사의 역할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이에 <더에듀>는 사서교사들의 생생한 교육 실천 사례를 공유해 현장의 독서교육 방향성을 정립하고, 지속 가능한 독서문화를 확산하고자 ‘전국사서교사노동조합’ 소속 사서교사들의 수업 이야기를 살피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더에듀 | 책을 읽는 행위는 흔히 지식을 쌓거나 정보를 얻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독서의 진짜 가치는 문자를 받아들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생각의 결을 바꾸는 데 있다. 학교 현장에서 15년간 아이들과 책을 매개로 만나온 사서교사로서, 독서가 개인의 삶과 깊이 연결되는 순간을 함께하는 것은 언제나 특별한 경험이다.

 

올해로 13기를 맞이하는 ‘집중 독서 에세이 쓰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정해진 책을 읽고 줄거리를 요약하거나 감상평을 남기는 활동이 아니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책 읽기를 통해 스스로 생각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나아가 일상의 행동과 삶의 태도를 바꿔나가는 독서의 실천적 과정을 글로 기록하는 데 있다.

 

왜 ‘에세이’인가…고등학생도 부담 없이 시작하는 자기 고백의 글쓰기

그렇다면 왜 ‘에세이’라는 형식을 선택했을까. 에세이는 엄격한 논문이나 정형화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일상의 경험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내는 산문 양식이다.

 

무엇보다 글 쓰는 사람의 개성과 고유한 사고방식이 가장 잘 드러나는 글쓰기 방식이기 때문에 학술적인 글쓰기에 부담을 느끼는 고등학생이라 할지라도 진입장벽 없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솔직하게 풀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깊이 있는 한 편의 글이 완성될 수 있다.

 

3개월간 진행되는 4단계 과정과 사서교사의 동행

본 프로그램은 총 3개월 동안 체계적인 4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학생들은 각 단계를 완료할 때마다 사서교사의 피드백을 받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며, 교사는 학생이 도중에 포기하지 않도록 적절히 완급을 조절하며 지도한다.

 

1단계: 기획 및 계획서 제출. 자신의 사소한 호기심, 흥미와 적성, 진로 문제 혹은 주변 사회 이슈 등 탐구하고 싶은 주제를 명확히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쓰기 방향을 잡는 계획서를 작성한다.

 

2단계: 작가 소개 및 프롤로그 작성. 스스로를 해당 글의 ‘작가’로 정의하는 작가 소개를 작성한 뒤, 에세이 주제와 연결된 자신만의 인상 깊은 에피소드를 담아 프롤로그를 쓴다. 실제 경험했던 장면을 서두에 배치해 독자의 몰입을 이끌어내고 글 전체에 개연성을 불어넣는다.

 

3단계: 도서 3권 이상 독서 및 서평 작성. 에세이의 글감이 될 책을 최소 3권 이상 읽고 서평을 작성한다. 이때 단순한 소감 수준의 독후감이 아닌, 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담도록 지도한다. 기대했던 내용과 실제 내용의 차이에서 느낀 아쉬움이나, 읽은 후 꼬리를 물고 생겨난 추가 탐구 도서에 대한 이야기 등을 깊이 있게 다룬다.

 

4단계: 최종 에세이 완성 및 제출. 앞선 단계에서 쌓은 생각과 책을 통한 탐구 내용을 바탕으로 삶과 연결된 완성된 에세이를 작성해 제출한다.

 

한 가지 질문에서 여러 책으로…‘엮어 읽기’의 힘

특히 3단계에서 3권 이상의 책을 선정하고 읽는 방식은 이 프로그램이 가진 독보적인 강점이다. 하나의 주제를 다루더라도 단일 분야의 책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학문의 시각을 입체적으로 엮어가며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간의 불안’이라는 주제를 탐구한다면, 불안을 다룬 문학 작품으로 공감을 얻고 뇌과학 서적을 통해 생물학적 원리를 이해하며, 심리학 책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실제적 대안을 찾는 식이다. 하나의 질문을 중심에 두고 문학, 과학, 사회학, 심리학 등의 책을 자유롭게 교차해 읽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사고는 폭발적으로 확장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을 바라본 작은 질문이 사회구조 탐구로

지난 기수에 참여했던 한 학생의 사례가 떠오른다. 이 학생은 집 앞 편의점에 갈 때마다 친해질 만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자주 교체되는 대학생 아르바이트 언니, 오빠들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 누군가에게는 무심코 지나칠 법한 풍경이었지만, 이 학생은 ‘왜 저들은 오래 일하지 못하고 계속 바뀌는 것일까’라는 사소한 의문을 품었다.

 

이 일상의 에피소드는 비정규직 문제라는 진지한 사회적 탐구로 이어졌다. 학생은 여러 분야의 관련 도서를 찾아 읽으며 우리 사회 노동구조의 이면을 다각도로 공부했고, 프롤로그에 그 편의점 경험담을 생생하게 녹여내며 ‘비정규직 문제를 통해 바라본 불합리한 사회구조와 대안 제시’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완성했다. 자신만의 구체적인 삶의 장면에서 출발했기에 그 글은 단순한 이론의 나열을 넘어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죽음’에서 ‘좋은 간호사’로…2년에 걸쳐 깊어진 질문

또 다른 인상 깊은 사례도 있다. 간호학과 진로를 희망하던 한 학생은 1학년과 2학년, 2년에 걸쳐 연속으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1학년 때는 ‘죽음에 대하여’라는 근본적이고 깊이 있는 주제로 에세이를 썼고, 2학년 때는 이를 발전시켜 ‘좋은 간호사란 무엇인가’라는 진로와 직결된 주제로 글을 이어갔다.

 

두 해 동안 독서와 글쓰기를 이어가며 학생의 고민은 점점 깊어졌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한층 성숙해졌다. 결국 자신이 원하던 대학 진학에도 성공했다. 책을 통한 탐구와 글쓰기가 진로·진학은 물론, 한 인간의 성숙에도 실질적인 바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지난 12기 학생들이 쓴 에세이

학생들의 깊어진 시선과 다채로운 주제 의식은 지난 12기 학생들이 제출한 최종 에세이 주제 목록에서도 확인된다.

 

 

13기를 준비하며

어느덧 집중 독서 에세이 쓰기 13번째 기수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시간 동안 수많은 학생들이 이 3개월의 4단계 과정을 거쳐가며 저마다의 깊은 문장을 남겼다. 화려한 문장이나 매끄러운 수식어가 없더라도 자신의 실제 삶과 에피소드를 솔직하게 담아낸 에세이는 그 자체로 강한 힘을 가진다.

 

13기 프로그램 역시 학생들이 책을 매개로 자신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세상과 건강하게 소통하는 통로가 되어 줄 것이다. 계획서를 쓰고 자신의 경험을 담아 프롤로그를 열고, 3개월간 다방면의 책을 엮어 읽으며 고민을 심화해 마침내 행동으로 이어가는 이 정직한 과정을 통해 독서가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것을 기대해 본다.

 

강경화 = 성심여자고등학교 사서교사로, 15년 동안 여러 학교 도서관에서 학생들을 만나며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단순히 책을 읽고 정보를 습득하는 정적인 독서에 머무르기보다, 책을 매개로 할 수 있는 다채로운 활동과 확장되는 경험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좋은 책 한 권은 사람의 내면을 건드려 생각을 바꾸고, 변화된 생각은 결국 삶을 대하는 행동까지 달라지게 만든다. 오늘도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책을 통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삶의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든든한 조력자로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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