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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과제에 챗GPT 써도 될까?...AI 활용 가이드라인 나왔다

AI 사용 땐 사실·출처 밝혀야…생성물 그대로 제출하면 부정행위 가능
교수가 강의계획서에 활용 범위 정해…AI 탐지 결과만으론 징계 못해
교육부·대교협 가이드라인 확정…법적 강제력 없고 연구논문은 적용 제외

 

더에듀 윤철순 기자 |

대학 과제를 작성할 때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이용해도 될까. 정부가 내놓은 답은 ‘무조건 허용’도 ‘무조건 금지’도 아니다. 수업의 목적과 평가방식에 따라 교수가 AI 사용을 전면 금지하거나 일부만 허용할 수 있고 자유로운 사용을 인정할 수도 있다.

 

다만 AI 사용이 허용된 수업이라고 해서 AI가 작성한 결과물을 그대로 제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AI를 사용했다면 수업에서 정한 방식에 따라 사용 사실과 출처를 밝히고, 생성된 내용의 사실 여부를 직접 검증해야 한다. AI 탐지 프로그램에서 높은 탐지율이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학생을 곧바로 부정행위자로 판단해서도 안 된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최근 대학에 배포한 '대학 AI 활용 윤리 가이드라인'의 핵심이다. 대교협은 지난 24일 가이드라인 전문을 공개했다. 지난 2월 공개한 시안을 대학·전문가 의견 등을 거쳐 보완한 최종안이다.

 

챗GPT 사용 여부, ‘대학 전체’보다 ‘수업마다’ 달라진다

최종안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AI 사용 여부를 전국 대학에 하나의 기준으로 일률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교수자는 학습 목표와 과제·평가 방법 등을 고려해 각 수업에서 AI 사용 기준을 정한다.

 

가이드라인은 AI 활용 범위의 예시로 '사용 금지', '제한적 사용', '사용 허용' 등 세 가지 형태를 제시한다. 사용 금지를 선택하면 수업 활동과 과제, 시험 등 학습 전 과정에서 AI를 사용할 수 없고 이를 어기면 부정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

 

제한적으로 허용할 경우에는 교수가 사용할 수 있는 AI 종류와 활용 가능 범위 등을 정한다. 학생은 사전 승인된 수업 활동이나 과제에서 AI를 이용할 수 있다.

 

자유로운 사용을 허용하는 수업에서는 수업 활동이나 과제를 수행할 때 AI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자유 사용이라고 해서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그대로 제출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종안은 AI 생성물을 학생이 검토·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제출하면 부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교수자는 이러한 AI 활용 방침을 강의계획서에 구체적으로 밝히고, 개별 과제에서는 별도의 세부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 AI 사용 여부가 명확하지 않으면 학생이 사용 전에 교수자에게 확인하고 동의를 받도록 했다.

 

 

AI 썼다면 밝히고 출처도 표시…‘복붙’은 표절 될 수도

AI 사용 사실을 공개하는 것도 기본 원칙이다. 학생이 과제·발표·시험 등에 AI를 사용했다면 교수가 안내한 방식에 따라 그 사실을 밝혀야 한다.

 

교수는 필요한 경우 어떤 AI를 사용했는지뿐만 아니라 AI를 어느 단계에서 사용했는지, 어떤 프롬프트를 입력했는지, AI 생성물을 어떻게 재구성했는지, 출력 화면 등을 제출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AI 생성물을 과제 등에 활용할 때는 출처도 표시해야 한다. 교수자가 별도의 기준을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APA나 MLA 등의 생성형 AI 인용 기준을 참고할 수 있다.

 

가이드라인은 AI가 만든 정보를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거나 AI 생성물의 출처를 밝히지 않을 경우 표절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허용되지 않은 과목에서 AI를 사용하거나 교수가 금지한 방법을 이용한 경우, AI 사용 사실을 숨긴 경우, 생성물을 그대로 붙여 넣은 경우 등도 부정행위 사례로 제시됐다. 구체적인 감점이나 징계 기준은 대학이나 수업별 방침에 따른다.

 

AI가 알려준 정보, 학생이 다시 확인해야

AI 사용 사실을 밝히는 것만으로 책임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가이드라인은 AI가 최신 정보가 아니거나 오류·편향·환각을 포함할 수 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자료와 비교해 정확성을 직접 검증하도록 했다.

 

특히 학술자료는 AI가 제시한 내용을 신뢰할 만한 출처와 대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저작권과 개인정보 문제에 대한 책임도 AI가 대신 지지 않는다.

 

AI 생성물에 타인의 저작권·초상권·인격권을 침해하는 내용이 없는지 사용자가 확인해야 한다. 학생이나 교수자의 이름, 연락처, 주소, 소속, 학번처럼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는 AI에 입력하지 않도록 했다. 과제나 시험문제, 교수자의 피드백과 같은 비공개 학습자료도 AI에 입력해서는 안 된다.

 

가이드라인은 AI 사용으로 발생하는 결과물의 진실성이나 성적, 부정행위, 저작권 등 문제의 최종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다고 규정했다.

 

시험은 오프라인 권장…온라인이면 AI가 대신하기 어려운 문제로

시험도 AI 등장에 맞춰 달라질 것을 권고했다. 가이드라인은 답안 작성 과정을 통제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오프라인 시험을 권장한다.

 

온라인 시험을 실시할 경우에는 단순 지식 확인보다 개인의 경험과 성찰, 수업에서 수행한 과정 등 AI가 그대로 대신하기 어려운 내용을 묻거나 종합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서술형 문제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필요하면 교수자가 제출한 답안에 대해 추가 구술 인터뷰를 실시해 학생의 이해 수준과 실제 수행 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다.

 

 

AI 탐지기 90% 나와도 ‘부정행위 확정’ 아니다

학생 입장에서 주목할 부분은 AI 탐지 프로그램에 대한 기준이다. 최종안은 대학이 AI 탐지 도구를 보조적 점검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그 결과를 그대로 부정행위 판단의 근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현재 AI 탐지 도구의 정확도와 신뢰도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탐지 결과는 참고자료로만 사용하고 교수자가 다시 확인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은 특히 AI 탐지 결과를 학술적 부정행위 징계의 '결정적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학생의 평소 문체와 갑자기 달라진 표현이나 존재하지 않는 참고문헌, 지나치게 일반적인 서술 등이 AI 사용을 의심할 단서가 될 수 있지만 이 같은 징후만으로도 부정행위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교수자는 결과물과 작성 과정 등 정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부정행위로 판단하기 전에 학생에게 면담이나 소명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도록 했다.

 

지난 2월 시안보다 ‘어떻게 적용할지’ 구체화

교육부와 대교협이 지난 2월 공개한 시안에서도 학문적 진실성, 인간 중심성과 책임성, 투명성과 신뢰성, 공정성, 정보 보호 및 보안 등 5대 핵심원칙과 12개 세부원칙은 제시돼 있었다. AI를 활용한 과제의 출처 표기와 활용보고서, 오프라인 시험 권장 등도 당시 시안에 포함됐다.

 

이번 최종안은 이 같은 큰 방향을 유지하면서 교수자와 학생이 실제 수업에서 적용할 방법을 구체화했다. 교수자의 수업 설계·운영 지침과 체크리스트, 학생용 체크리스트가 추가됐고, AI 사용 범위를 수업별로 어떻게 정할지, 어떤 경우 부정행위로 판단할 수 있는지, AI 탐지기를 어디까지 활용할지 등이 상세하게 제시됐다.

 

다만 이번 가이드라인은 법적 강제규정은 아니다. 교육부는 각 대학에 보낸 안내에서 가이드라인에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대학에 특정 조치를 의무화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각 대학은 대학의 여건과 특성, 학생 등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해 자체 지침을 만들어 운영할 수 있다.

 

적용 범위도 대학의 모든 AI 활용을 포괄하지 않는다. 가이드라인은 수업·과제·평가 등 교수·학습 활동을 대상으로 하며 연구 활동에서 AI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포함하지 않았다.

 

따라서 학위논문이나 연구논문에서 생성형 AI를 사용할 때는 해당 대학의 연구윤리 규정과 학회·학술지 등의 별도 기준을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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