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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공백’ 정규수업 확대로 해결해선 안 돼

국교위의 초등 저학년 3시 하교 논의를 바라보며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오후 3시까지 학교에 머물게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맞벌이 가정의 돌봄 공백을 줄이기 위해 정규수업 시간을 늘리는 방식이다.

 

맞벌이 부모들이 겪는 어려움은 분명하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일찍 하교한 뒤 어디에서, 누구와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는 오래된 사회적 문제다. 그러나 돌봄의 공백이 있다는 사실과 정규수업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결론은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돌봄의 공백을 수업으로 메워야 하는가

초등 저학년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학교에 오래 머무는 시간이 아니다. 수업이 끝난 뒤에는 놀고, 쉬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 이런 시간을 정규수업으로 채우는 것이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일인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돌봄이 부족하다면 국가가 책임지고 돌봄체계를 확대해야 한다. 국가는 재정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지자체와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어 지역 여건에 맞는 돌봄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돌봄 국가책임제가 아이들을 학교에 더 오래 머물게 하는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과 돌봄은 모두 중요하지만 같은 것은 아니다. 수업시간을 늘리려면 왜 그만큼의 수업이 필요한지 교육적인 이유가 먼저 있어야 한다. 초등학교 1, 2학년의 수업시간을 더 늘리는 것이 아이들의 발달과 학습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충분한 검토가 있었는지도 묻고 싶다.

 

만약 오후 3시까지 학교에 있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돌봄 공백이라면 더욱 그렇다.

 

수업은 늘리고, 수업할 교사는 줄이고

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정부는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교과교원 정원을 계속 줄이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교과전담교사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초등 저학년의 수업시수를 늘리겠다고 한다.

 

수업시간을 늘리면 누군가는 그 수업을 해야 한다. 수업은 늘리겠다면서 정작 수업을 담당할 교사는 줄이는 정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정말 정규수업 확대가 필요하다면 필요한 교원이 몇 명인지, 늘어난 시간을 어떤 교육과정으로 채울 것인지, 추가 재정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그런 대책 없이 수업시간부터 늘리면 결국 현재 학교에 있는 교사들이 그 부담을 떠안게 된다.

 

아이를 더 오래 학교에 있게 하는 것이 답인가

맞벌이 가정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 한 가지 더 생각해볼 것이 있다. 왜 아이를 학교에 더 오래 있게 하는 방법부터 찾는가. 부모가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육아휴직을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필요한 경우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저녁을 보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노력도 필요하다.

 

아이의 하교시간을 부모의 퇴근시간에 맞추는 것만으로 돌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돌봄은 교육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정책이고, 복지정책이며, 가족정책이기도 하다.

 

돌봄 국가책임제의 방향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이 문제를 교사의 업무 부담 문제로만 봐서도 안 된다.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아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한가이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오후 3시까지의 정규수업이 정말 필요한지, 그 시간이 교육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인지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인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국가가 돌봄을 책임지고, 지자체와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는 돌봄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부모가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도 늘려야 한다.

 

학교에 아이를 더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일 수는 있다. 하지만 가장 쉬운 방법이 가장 좋은 정책은 아니다.

 

아이를 학교에 더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이 돌봄 국가책임제의 답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돌봄의 공백을 정규수업 확대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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