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가장 치명적인 교육의 병폐는 무엇일까.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그 핵심에는 서열화된 대학 입시 체제와 이를 뒷받침하는 학벌·기득권의 세습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역대 정부는 입시 부담을 줄이고 사교육을 완화하기 위해 수많은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입시 경쟁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고, 사교육비 부담 역시 계속되고 있다. 이는 개별적인 입시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교육 경쟁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학 서열 구조부터 돌아봐야 한다
진보적 교육행정이 지향해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공고한 대학 서열 구조를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에 있다.
대학의 서열이 취업과 사회적 지위, 소득과 연결되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학생과 학부모는 더 높은 서열의 대학을 향한 경쟁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 입시 전형을 바꾸거나 시험 방식을 조정하더라도 경쟁의 기준만 달라질 뿐, 경쟁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교육개혁의 시야를 입시제도 안에만 가둬서는 안 된다. 대학 체제와 노동시장, 학벌에 따른 사회적 보상 구조까지 함께 바라보는 보다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프랑스 사례가 던지는 질문
프랑스는 1968년 이후 대학 체제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대학 간 연계와 통합을 추진해 왔다. 파리 지역 대학 체제 역시 여러 차례의 개편을 거치며 변화했다.
이러한 사례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대학 서열과 입시 경쟁을 그대로 둔 채 입시제도만 계속 바꾸는 것이 과연 근본적인 교육개혁이 될 수 있는가.
한국에서도 국공립대학 간 공동학위제나 통합전형 등 대학 간 연계를 확대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학 교육에 대한 국가의 재정 책임을 강화하고, 학생과 가정의 교육비 부담을 낮추는 정책 역시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해외의 제도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한국의 대학 체제와 노동시장 구조, 지역 간 교육 격차 등을 고려한 우리만의 개혁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평가 경쟁도 함께 바꿔야 한다
대학 서열 문제와 함께 돌아봐야 할 것이 '학교의 평가 방식'이다. 핀란드는 교사의 평가 자율성과 과정 중심 평가를 중시하는 교육체제를 운영해 온 대표적인 국가로 알려져 있다. 우리 교육 역시 획일적인 시험과 성적 경쟁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 학생의 성장 과정과 학습의 질을 평가에 반영하는 방향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평가는 단순히 학생을 줄 세우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학생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확인하고, 교사가 다음 교육을 설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평가체제를 개선하는 일은 대입제도 개편과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학교에서의 평가가 지나친 경쟁과 서열화를 재생산하고 있는지, 학생의 실제 성장과 배움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입시개혁을 넘어 구조개혁으로
결국 우리 교육의 과제는 단순히 '수능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학생부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대학 서열화와 사교육, 학교 평가, 취업과 사회적 보상 구조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입시제도를 아무리 자주 바꾸더라도 대학 서열과 사회적 보상 구조가 그대로라면 학생과 학부모가 느끼는 경쟁의 압박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입시제도의 세부적인 조정과 함께 '교육 경쟁의 뿌리를 흔드는 구조개혁에 대한 논의'다.
국공립대학 간 연계와 공동학위제, 대학 교육의 공공성 강화, 교육비 부담 완화, 학교 평가체제 개선 등 다양한 정책을 서로 연결해 장기적인 교육개혁의 방향을 세워야 한다.
최교진 교육부에 던지는 과제
최교진 교육부 장관 체제에서 교육개혁을 추진한다면, 이제는 새로운 입시제도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왜 학생과 학부모가 끊임없이 경쟁할 수밖에 없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대학 서열이 존재하고, 대학의 서열이 사회적 기회와 연결되며, 그 경쟁을 학교와 사교육이 떠받치는 구조라면 입시제도의 변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교육개혁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제도를 바꾸었느냐가 아니라 '학생들이 덜 경쟁하면서도 더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이제 교육개혁은 입시제도의 변경을 넘어 대학 체제와 평가체제, 교육의 공공성까지 함께 묻는 구조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