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미안해. 그런데…”
명절이면 사촌들이 한자리에 모여 어울리면서 부모들이 난감해지는 일이 생기곤 한다. 명진이 엄마도 아이의 욕심 때문에 걱정이라고 했다.
명진이는 사촌들과 장난감을 펼쳐놓고 놀고 있었다. 블록을 쌓으며 놀고 있는데 사촌 동생이 그 블록을 너무 갖고 싶어 했다. 마침 똑같은 블록이 하나 더 있어 엄마는 별생각 없이 그 블록을 동생에게 내밀었다.
“형은 있으니까, 너한테 줄게.” 그 순간 명진이가 화를 벌컥 냈다. “내가 그거 갖고 놀라고 했단 말이야!”
평소에는 별로 관심도 보이지 않던 블록이었다. 그런데 동생에게 준다고 하니 갑자기 욕심을 부리는 것처럼 보여 엄마는 민망한 마음이 들었다.
잠시 뒤 엄마는 명진이를 조용히 불러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려 했다. 그런데 명진이는 오히려 더 씩씩거리며 말했다. “장난감 내 거잖아. 왜 내 허락도 없이 엄마 마음대로 주는데?”
듣고 보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아무리 부모라도 아이의 물건을 허락 없이 다른 사람에게 줄 수는 없다. 엄마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명진아, 엄마가 네 허락 없이 블록을 준 건 잘못한 것 같아. 미안해.” 엄마의 진심 어린 사과에 명진이의 마음도 조금 풀리는 듯했다.
“알았어, 엄마. 다음부터 엄마 마음대로 주지 마!” 엄마는 그런 명진이를 살포시 안아주었다.
여기서 끝났다면 좋았을 텐데, 엄마는 한마디를 더 보탰다. “근데 엄마는 우리 명진이가 동생들에게도 베푸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너는 갖고 있는 장난감이니까 나눠주고 다른 거 갖고 놀면 좋잖아.”
살포시 안겨 있던 명진이가 이번에는 더 큰 목소리로 외쳤다. “아! 그건 내 거라고! 내 장난감이라고!” 명진이는 휙 돌아섰다. 엄마는 더 난처해졌다.
사과 뒤에 왜 ‘근데’를 붙일까
부모가 자주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바로 사과 뒤에 “근데~”를 붙이는 것이다. “엄마가 잘못했어. 미안해. 근데 너도 그럴 수 있잖아.” “아빠가 미안해. 그런데 네가 먼저 잘못했잖아.”
이렇게 사과 뒤에 자신의 설명이나 가르침을 덧붙이는 순간, 아이에게는 앞선 사과마저 진심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사과는 사과로 마무리되어야 한다.
부모는 아이의 마음이 어렵게 열렸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아이가 “엄마가 내 허락 없이 내 물건을 줬다”고 말했을 때, 엄마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면 그 순간의 대화는 그것으로 충분할 수 있다.
그 뒤에 곧바로 “하지만 나눠주는 것도 배워야지”라는 가르침을 붙이면 어떻게 될까. 아이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준 것이 아니라, 결국 엄마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사과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가르침은 다른 순간에도 할 수 있다
아이에게 베푸는 마음을 알려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꼭 그 순간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아이가 먼저 동생에게 장난감을 양보하거나 나누어주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칭찬해주는 것이 더 좋은 교육이 될 수 있다.
“명진아, 동생이 갖고 싶어 하는 걸 보고 네가 먼저 나눠줬구나. 고마워.” 이렇게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행동을 알아주면, 부모가 억지로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는 나눔의 의미를 경험할 수 있다.
부모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 자체도 아이에게는 중요한 교육이다. “엄마가 잘못했어. 미안해.” 이 말 한마디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것을 가르칠 수 있다.
부모도 실수할 수 있다는 것, 잘못했을 때 인정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상대의 마음을 존중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는 부모의 모습을 통해 배운다. 그래서 때로는 그냥 거기까지면 충분하다.
조금 더 욕심을 부려 “그런데 엄마는…”이라고 말하는 순간, 어렵게 건넨 사과가 다시 아이의 마음을 닫게 만들 수도 있다.
아이에게 무언가를 더 가르치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모든 순간이 훈육의 순간일 필요는 없다.
때로는 사과만 하고 멈추는 용기가 필요하다.
[오늘의 소통레시피]
자녀에게 “미안해”라고 사과하는 것은 어른에게도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 뒤에 붙는 “근데~”는 조금 더 가르치고 싶은 부모의 욕심일 수 있습니다. 그 욕심을 잠시 내려놓고 사과는 사과로만 끝내보세요. 그래야 부모의 미안함이 아이에게 온전히 전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