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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육쟁점] ‘정보교사’ 없는 학교 학생은 뭘 잃을까…AI 시대 ‘교육격차’ 괜찮나

중학교 정보 34→68시간 확대…데이터·알고리즘·프로그래밍 넘어 ‘AI’까지
국·공립중 951곳 전문교사 없이 운영…강원 31.0%·경기 93.2% 배치 격차
중학교 정보교육 차이, 고교 과목·진로·대입 준비까지…“정말 불이익 없나”

 

더에듀 윤철순 기자 | 정부가 중학교 '정보수업'을 두 배로 늘렸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 일상이 된 시대에 학생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역량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전국 국·공립 중학교 2657곳 가운데 951곳엔 정보교사가 없다.

 

그렇다면 정보교사가 있는 학교와 없는 학교에서 배우는 학생들의 68시간은 같을까. 정보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한 학생이 당장 잃는 건 무엇이고, 그 차이는 고교 진학과 대학입시, 나아가 AI가 일하는 사회에서 필요한 역량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정보교사가 없는 학교가 951곳이라는 숫자보다 학생에겐 이 질문이 더 중요하다.

 

코딩만 배운다?…데이터·알고리즘부터 AI 윤리까지

우선 ‘정보수업’에서 뭘 배우는지를 볼 필요가 있다. 2022 개정 정보과 교육과정에서 중학교 정보는 디지털 민주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디지털 소양의 근본이 되고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정보교과 역량을 기르기 위한 필수 교과로 설계됐다.

 

단순히 컴퓨터 사용법이나 코딩만 배우는 게 아니다. 학생들은 컴퓨팅 시스템의 동작 원리를 이해하고 데이터를 수집·관리·구조화·분석한다. 문제에서 핵심 요소를 찾아 추상화하고 알고리즘을 만들며, 프로그래밍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배운다.

 

여기에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인공지능 영역이 새로 들어왔다. 인공지능의 개념과 특성, 인공지능 시스템뿐 아니라 인공지능 윤리도 학습 대상이다.

 

교육부가 정보교육 시간을 기존 34시간에서 68시간 이상으로 두 배 확대하기로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디지털 신기술을 이해하고 융·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컴퓨팅 사고력을 학생들에게 길러주겠다는 것이다.

 

수업시간만 늘어난 것도 아니다. 중학교 정보과 성취기준은 기존 17개에서 25개로 늘었다. 국가가 학생들이 배워야 할 게 그만큼 많아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구나 교육부는 올해 전국 1141개교를 ‘AI 중점학교’로 선정하면서 AI 관련 교과수업 확대뿐 아니라 국어·수학·과학·사회 등과 연계한 융합교육, AI 윤리교육 강화, AI 기술을 직접 경험하고 활용하는 학교 환경 조성까지 추진하고 있다.

 

AI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일부 학생의 선택적 경험이 아니라 학교교육에서 길러야 할 역량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중요하다면서 951개 학교엔 정보교사가 없다

문제는 이 교육을 담당할 사람이다. 한병도 국회 교육위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1일 기준 전국 국·공립 중학교 2657곳 가운데 정보교사가 배치된 학교는 1706곳, 64.2%다.

 

951곳, 35.8%에는 정보교사가 아예 없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더 벌어진다. 경기도의 정보교사 배치율은 93.2%, 서울 81.9%, 울산 80.6%인 반면 강원은 31.0%다. 전남 33.2%, 전북 33.8%, 경북 41.2%, 대전 41.9%도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정보교사가 없는 학교 가운데 전남·경북·전북·강원 4개 지역에만 459곳이 몰려 있다. 물론 정보교사가 없다고 정보수업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교육부는 정보교사 한 명이 평균 1.3개 학교를 순회하는 방식 등으로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수업이 있다’는 것과 ‘같은 교육기회를 보장받는다’는 것은 같은 말일까.

 

학교에 상주하면서 학생을 지속적으로 가르치는 전공교사가 있는 경우와 여러 학교를 오가며 정해진 시간의 수업을 담당하는 경우에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정보교육의 범위와 깊이, 질문과 피드백, 관련 활동과 진로 탐색의 기회까지 같다고 볼 수 있을까.

 

더구나 내년이면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중학교 전 학년에 적용된다. 시간표에 68시간을 채우는 것과 국가가 그 68시간을 통해 기르겠다고 한 정보역량을 실제 학생에게 길러주는 건 다른 문제다.

 

 

정보·AI 수업, 실제 학생 역량과 무관치 않아

정보교육의 차이가 학생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기도 어렵다. 올해 한국컴퓨터교육학회 논문지에 실린 중학생 대상 연구에서는 광주지역 중학교 1학년 6개 학급을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으로 나눠 생성형 AI를 활용한 프로그래밍 수업 효과를 분석했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프롬프트 설계, 코드 작성, 오류 수정 등을 수행한 학생들은 인공지능 리터러시의 모든 하위 영역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향상을 보였다. 특히 프롬프트 작성 능력과 윤리 인식, 비판적 사고에서 변화가 나타났다.

 

학업성취도 역시 실험집단에서 78.5점에서 85.3점으로 유의미하게 상승했다. 제한된 연구대상을 분석한 결과를 전국 학생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이 연구 역시 ‘정보교사가 배치된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를 직접 비교한 연구는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제대로 설계된 정보·AI 교육 경험이 학생의 AI 활용능력과 학습성과에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근거는 된다.

 

교육부의 정책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올해 AI 중점학교에서는 AI 이해·활용뿐 아니라 여러 교과와 연결한 융합교육과 AI 윤리교육까지 강화한다. 대학에서도 전공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AI 기본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학교에서는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이라며 정보교육을 확대하고, 일부 학교에서는 AI 교육을 더 강화하며, 대학에서는 전공과 관계없이 AI 기본역량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출발점에 있는 중학생들이 어느 학교에 다니느냐에 따라 전문교사의 지속적인 정보교육을 받을 기회부터 달라지는 건 단순한 교원 배치 문제라고만 볼 수 있을까.

 

대입 불이익은?…중학교서 시작되는 정보교육 격차

학생과 학부모에게 더 민감한 문제는 대학입시다. 정보교사가 없는 중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대학입시에서 직접 감점을 받는 구조는 아니다. 2028학년도 대학별 권장과목도 대학과 모집단위마다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입시 불이익이 없다’고 결론 내릴 수도 없다. 대학입시는 고등학교 3학년 어느 하루에 갑자기 시작되지 않는다.

 

중학교에서 어떤 과목을 어떻게 배웠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에 흥미와 소질을 발견했는지는 고교 진학 후 과목 선택과 진로 탐색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고교에서 ‘어떤 과목을 선택하고 어떤 학업과 진로 활동을 이어가느냐’는 다시 대학 진학 준비와 연결된다.

 

일부 대학의 AI·소프트웨어 관련 모집단위에서는 고교 ‘정보’나 관련 과목을 반영·권장과목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중학교 정보교육은 그보다 앞선 단계다.

 

데이터와 알고리즘, 프로그래밍, 인공지능을 전문교사와 지속적으로 경험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이 고등학교에 올라가 관련 과목을 선택하고 AI·소프트웨어 분야의 진로를 탐색하는 출발점까지 정말 같다고 할 수 있을까.

 

특히 고등학교 2022 개정 정보과에는 ‘정보’뿐 아니라 ‘인공지능 기초’, ‘정보과학’, 새로 만들어진 ‘데이터 과학’과 ‘소프트웨어와 생활’까지 이어지는 과목 체계가 마련됐다.

 

중학교에서 시작된 교육기회의 차이가 고교 과목 선택과 관련 활동, 전공 탐색으로 이어지고, 그게 다시 대학 진학 준비의 차이로 연결될 가능성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국가가 동일한 교육과정을 적용하면서 어느 학교 학생에게는 전문교사의 지속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다른 학교 학생에게는 그러지 못한다면, 입시에서 직접 몇 점을 손해 보는지만으로 교육격차를 판단할 문제도 아니다.

 

 

에이전트 AI 시대, 잃는 건 ‘코딩 34시간’뿐일까

더 큰 문제는 학교를 졸업한 뒤다. 생성형 AI를 넘어 사람의 지시를 받아 여러 단계의 업무를 스스로 수행하는 에이전트형 AI가 현실의 업무 도구로 들어오고 있다.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할 때쯤 AI는 지금보다 더 많은 영역에서 사람과 함께 일할 가능성이 높다. 그때 필요한 능력이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를 외우는 것에 그치지는 않는다.

 

어떤 문제를 AI에 맡길지 판단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이해하며, AI가 내놓은 결과가 맞는지 검증하고, 오류와 편향을 찾아내고, 개인정보·저작권·윤리 문제를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공교롭게도 국가가 새 정보교육과정과 AI 중점학교에서 가르치겠다고 한 내용과 맞닿아 있다. 정부 스스로 AI 관련 교과수업을 확대하고 여러 교과와의 융합교육, AI 윤리교육, AI 기술을 직접 경험하고 활용하는 학교 환경까지 만들겠다고 한다.

 

그만큼 중요한 교육이라면 그 교육을 제대로 받을 기회가 학교와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걸 단순히 ‘정보교사 배치율’이라는 숫자로만 볼 수는 없다. 정보교사 부족은 교원정원표의 빈칸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전문적인 정보·AI 교육을 받을 기회의 차이는 학생이 지금 무엇을 배우느냐의 차이가 될 수 있고, 고교에서 어떤 과목과 진로를 선택하느냐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경험의 차이가 될 수도 있으며, 더 멀리는 AI와 함께 일해야 할 사회에서 필요한 역량을 갖추는 출발점의 차이가 될 가능성도 있다.

 

그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국가가 확인하고 해소해야 할 문제다. 학생에게 실제 불이익이 발생한 뒤에야 교육격차였다고 확인하는 것으로는 늦다. 정부는 이미 중학교 정보교육 시간을 두 배로 늘렸다. 정보교육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가가 미래를 살아가는 데 필요하다며 모든 학생에게 68시간의 정보교육을 가르치도록 했다면, 어느 지역 어느 학교에 다니든 그 68시간을 제대로 배울 권리까지 보장하고 있는가.

 

정보교사가 있는 학교와 없는 학교의 학생들이 실제로 같은 교육기회를 누리고 있는지, 그 차이가 고교 과목 선택과 진로·대입 준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이제 정부가 확인하고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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