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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이슈] 영화 ‘암살자(들)’ 관람 현황 요구...교육위 국감 논란

이인선 의원 ‘긴급’ 자료요구
정치권 역사왜곡 공방 확산
교사노조 “교육 검열” 반발
자료요구권 경계 어디까지

 

더에듀 윤철순 기자 | 정치권에서 역사왜곡 논란이 벌어진 영화 한 편을 놓고 국회 교육위원회가 학교별 단체관람 현황 파악에 나서면서 논란이 교육현장으로 번지고 있다.

 

국회 교육위 소속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의 자료요구에 따라 서울·전북교육청은 전날 일선 학교에 영화 ‘암살자(들)’의 학교 주관 단체관람 현황을 제출하도록 조치했다. 이에 교사들은 학교 자율성을 침해하는 ‘교육 검열’이라고 반발했다.

 

국정감사를 위해 교육행정을 감시하는 국회의 자료요구는 개별 학교의 교육활동 어디까지 들어갈 수 있을까.

 

‘긴급’ 공문…특정 영화 관람 여부 파악

서울·전북교육청이 학교에 보낸 공문엔 [긴급] 표시가 붙었다. 전북교육청은 ‘학교 주관 단체 관람 현황’을 파악한다며 해당 사항이 없는 학교도 제출하도록 했다. 서울교육청은 기한 내 제출하지 않은 학교는 ‘해당 사항 없음’으로 간주한다고 안내했다. 제출기한은 각각 10월 2일과 1일이다.

 

현재 공개자료로 확인되는 것은 이인선 의원실 자료요구 → 교육청 → 학교별 현황 파악 → 교육청 취합 구조다. 다른 시도교육청의 조사 여부와 구체적인 요구범위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암살자(들)’은 허진호 감독이 연출해 지난 23일 개봉한 극영화다.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사건을 소재로 사건을 둘러싼 의문과 가설을 다루면서 정치권에서는 역사왜곡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제작진은 실제 사건과 기록에 영화적 상상력을 결합한 극영화라며 특정 인물을 배후로 규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런 정치적 공방 직후 학교별 단체관람 현황 자료요구가 이뤄졌다.

 

국회도 자료 요구…경계는 어디까지

국회가 국정감사 등을 위해 행정기관에 자료를 요구할 법적 근거는 있다. 국회법 제128조는 본회의·위원회·소위원회가 안건 심의 또는 국정감사·국정조사와 직접 관련된 자료 제출을 정부와 행정기관 등에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정감사와 관련해서는 위원회 의결 또는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 등 절차도 규정한다.

 

 

그러나 반대편에는 학교 교육활동의 자율성도 있다. 교육기본법 제5조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고 학교운영의 자율성을 존중하도록 한다. 6조는 교육이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들만으로 학교의 영화 선택이 언제나 보호된다는 결론도, 정치적 논란이 생긴 작품이란 이유로 학교별 관람여부를 파악하는 게 당연하다는 결론도 나오지 않는다. 이번 사안은 국회의 교육행정 감시와 학교 교육활동의 자율성,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2022년에도 조사…이번엔 ‘한 작품’ 지목

국회의 학교 영화관람 자료요구가 처음은 아니다. 2022년 박덕흠 당시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경기·인천 전체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영화관람 현황 제출을 요구했다.

 

당시 요구 항목엔 관람학년과 인원, 영화명, 상영일자, 상영목적 등이 포함됐다. 의원실은 중학생 이상 관람가 영화를 초등학생에게 보여줬다는 제보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엔 성격이 다르다. 여러 해 동안 학교에서 어떤 영화를 관람했는지 조사한 게 아니라 정치권에서 역사왜곡 논쟁이 진행 중인 개봉 직후의 특정 영화 한 편을 지목해 [긴급]으로 학교별 관람 여부를 파악하도록 했다.

 

서울교사노조 측은 영화 관람을 포함한 체험·문화 활동은 학교가 교육과정과 연계해 판단할 교육활동이라며 특정 영화의 관람 여부를 국회의원이 파악하는 것은 학교 자율성을 위축시키는 ‘교육 검열’이라고 반발했다.

 

이와 관련, 이 의원실은 자료요구 목적과 학교 자율성 침해라는 비판에 대한 언론 질의에 입장을 기사에 싣지 말아 달라는 뜻을 밝혔다.

 

국회에는 교육행정을 감시할 권한이 있고 학교에는 교육활동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원칙이 있다. 교육에는 정치적 중립성도 요구된다. 이번 논란이 남긴 질문은 영화 ‘암살자(들)’이 역사왜곡 작품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과는 별개다.

 

정치적 논쟁에 오른 영화·책·영상의 학교별 사용 여부를 국회가 파악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국회의 교육행정 감시와 개별 학교의 교육자료 선택 사이 경계는 어디에 그어져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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