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윤철순 기자 | 교사는 교실을 나선 뒤에도 ‘정치적으로 중립’이어야 할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실천교육교사모임 등 교사정치기본권찾기연대 소속 7개 교원단체가 1일 국회에서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오는 21일에는 교사들이 작성한 정당 가입서를 정당에 제출하는 공동행동도 예고했다.
교원단체 요구는 “학교 안에서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되, 학교 밖에서는 교사도 시민으로서 정치적 권리를 행사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육의 정치적 중립과 교사의 정치활동은 같은 문제일까.
교실 밖까지 이어지는 제한
교육기본법 제6조는 교육이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는 방편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초·중등 교사의 정치활동 제한은 교실 밖에서도 작동한다.
정당법은 국가·지방공무원과 대학 교원을 제외한 사립학교 교원의 정당 가입을 제한한다.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의 정당 가입과 특정 정당·후보자를 지지·반대하기 위한 정치행위를 제한하고, 공직선거법도 원칙적으로 공무원의 선거운동을 금지한다.
정치후원에도 제한이 있다. 결국 한국의 초·중등 교원에게 요구되는 정치적 제한은 학생에게 특정 정치관을 주입하지 않는 데서 끝나지 않고 학교 밖 개인의 정치활동 일부까지 이어진다.
지난 7월 헌법재판소 결정은 이 경계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헌재는 대학교원노조의 정치활동을 일률적으로 금지한 교원노조법 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대학교원 개인에게 허용된 정치활동을 노동조합이라는 이유만으로 전면 금지하는 건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대학교원노조에 관한 결정이다. 초·중등 교사의 정당 가입이나 선거운동이 허용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영·프·독은 ‘직무’와 ‘시민’ 구분
해외에서는 경계선을 다르게 긋는 사례가 있다. 영국은 학교가 학생에게 당파적 정치견해를 조장하는 것을 금지하면서도 교직원이 자신의 시간과 비용으로 학교 밖에서 정치활동을 할 자유는 인정한다.
프랑스도 공무원의 정치적 의견과 근무 외 선거활동을 인정하되 직무 수행에서는 중립 의무를 요구한다. 독일 역시 공무원의 정치활동 자체를 금지하지 않는다. 다만 정치활동을 할 때 공직에 따른 절제와 자제를 요구한다.
교원의 정치적 중립과 학교 밖 정치활동을 규율하는 방식은 국가마다 다르다. 영국·프랑스·독일은 직무상 중립과 사적 정치활동을 구분하는 반면 한국과 일본은 교원의 정치활동을 상대적으로 폭넓게 제한한다. Ⓒ 더에듀
독일 정치교육의 원칙으로 알려진 ‘보이텔스바흐 합의’도 ▲학생에게 견해를 강요하지 않고, ▲논쟁적인 사안은 논쟁적으로 다루며, ▲학생 스스로 정치적 상황을 판단하도록 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는 교사가 아무런 정치적 견해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일본은 학교 밖서도 강하게 제한
모든 나라가 같은 방식인 건 아니다. 일본 공립학교 교육공무원은 일반 지방공무원보다 강한 정치행위 제한을 받는다. 교육공무원특례법에 따라 국가공무원 수준의 제한이 적용되며, 그 범위도 근무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원칙적으로 근무시간 밖까지 미친다.
따라서 ‘한국처럼 교사의 정치활동을 제한하는 나라는 없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다만 영국·프랑스·독일은 직무 수행 중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과 학교 밖 시민으로서의 정치활동을 구분하는 방식을 취한다는 차이가 있다.
권리 넓히면 교실까지 정치화될까
반대편의 우려도 있다. 교사는 학생의 평가와 생활지도에 영향력을 갖는다. 교사의 정당활동이 공개될 경우 학생·학부모가 수업의 공정성을 의심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정치기본권을 확대한다면 학교 밖 정치활동이 교실 안의 선거운동이나 특정 정당 지지 교육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경계를 설계해야 한다.
해외 사례 역시 이런 위험을 없다고 보지 않는다. 차이는 정치활동 자체를 포괄적으로 제한할 것인지, 직무상 정치적 중립을 엄격하게 규율하면서 학교 밖 권리는 인정할 것인지에 있다.
결국 쟁점은 교사에게 정치활동을 ‘허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만이 아니다. 학생에게 정치적 견해를 강요하지 않을 의무와 교사가 학교 밖에서 시민으로 정치적 견해를 갖고 행동할 자유 사이의 경계를 어디에 그을 것인가.
오는 21일 예고된 교사들의 정당 가입서 제출은 그 경계선을 한국 사회에 다시 묻게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