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정부와 학교 차원에서 오랜 세월 사이버불링 예방 교육과 캠페인이 이루어졌으나, 혐오사회, 혐오경제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몰카, 딥페이크 등 신종 사이버불링 수법이 등장하고, 사회 변화에 따라 사이버불링의 개념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디지털리터러시협회(CDL)와 구글은 2023년부터 사이버불링 문제를 재조명하고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 '잠시만요 캠페인'을 개시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참여해 캠페인 영상을 만들어 사이버불링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해를 돕고,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학교에 보급하고 학교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더에듀>는 박일준 '디지털리터러시협회' 회장을 통해 교육자와 교육 행정가들이 알아야 할 사이버불링의 위험성을 안내하며 '잠시만요 캠페인'의 성과와 실천 방안을 공유로 예방 활동 및 인식 확산에 나서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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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3월 13일, 뉴욕 퀸즈 주택가에서 키티 제노비스라는 여성이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녀는 도움을 요청하며 여러 차례 소리를 질렀지만, 사건 현장을 지켜보던 38명의 목격자 중 누구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목격자는 ‘다른 사람이 하겠지’라고 생각하며 행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라고 부른다. 책임감이 여러 사람에게 분산되어 누구도 행동에 나서지 않는 상황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오늘날 방관자 효과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디지털 공간에서도 강력하게 작용하며, 사이버불링의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이버불링은 피해자에게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안겨준다. 사이버불링 상황에서 방관자는 이러한 고통을 더욱 심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피해자는 주변 사람들이 자신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도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을 때, 더 큰 절망감과 고립감을 느낀다. 아무도 내 편이 아니다’라는 인식은 피해자를 정신적으로 무너뜨리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이다.
방관자의 침묵은 가해자에게는 묵시적 지지를, 피해자에게는 외면당했다는 인식을 준다. 심지어 ‘내가 이런 일을 당할 만한 잘못을 한 건 아닐’ 하는 생각까지 갖게 한다. 관자는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가해자에게 동조하는 것과 다름없고, 2차 가해자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는 피해자가 자신을 방어할 힘을 잃게 하고, 가해자가 더욱 대담하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방관자 효과가 발생하는 주요 이유는 책임감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는 ‘내가 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하겠지’라는 심리가 작용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권위 있는 인물이 상황을 주도하지 않을 때, 대중은 더더욱 수동적으로 변한다.
이러한 심리는 디지털 공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익명성이 보장된 온라인 환경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 속에서 더욱 행동을 미루게 된다. 또한, 물리적 거리가 주는 심리적 거리감이 피해자의 고통을 간접적이고 추상적인 것으로 만들어 긴급성을 약화시킨다.
디지털 공간의 또 다른 문제는 방관이 더 쉽게 확산된다는 점이다. 특정 게시물에 대한 무반응이 하나의 묵시적 동의처럼 간주되며, 이는 다른 사람들 역시 행동을 자제하게 만든다. 방관자 효과는 결국 사이버불링이 더 큰 규모로 퍼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며, 피해자는 점점 더 고립감을 느끼게 된다.
방관자 효과를 막기 위해서는 우리 각자가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디지털 시민이 되어야 한다. 사이버불링을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시민이 행동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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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가해자를 저지하고 타일러야 한다.
사이버불링이 목격되었을 때, 가해자의 행동을 멈추도록 경고하거나 비판하는 댓글을 남길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이건 분명 잘못된 행동입니다. 중단해주세요"와 같은 간단한 메시지로 가해자에게 경각심을 주고, 행동을 저지할 수 있다.
실제 세상에서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도움을 주려다 오히려 타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두려움에 실제 세상에서는 가해자를 저지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사이버 세상에서는 익명성과 물리적 거리 때문에 보다 편한 마음으로 이런 도움을 줄 수 있다.
둘째,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에는 사이버불링 콘텐츠를 신고할 수 있는 기능이 마련되어 있다. 이를 활용해 가해자의 행동을 플랫폼에 알리고, 문제 콘텐츠가 조치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가해자를 저지하고 타이르는 것보다 영향력은 작을 수 있지만,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쉽고 부담도 적다. '한사람이 신고한다고 무슨 영향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그런 생각이 방관자 효과를 일으킨다.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한다면 누구도 행동하지 않겠지만, 누구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행동하게 될 것이다. 작은 한 사람의 실천이지만, 여러 사람의 신고가 모이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셋째, 피해자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이다.
피해자에게 공감과 지지를 표현하는 행동은 큰 힘이 된다. "그런 말들 신경쓰지 마세요. 저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당신을 지지하고 있습니다"와 같은 응원의 메시지는 피해자가 혼자가 아니고, 자신이 잘못한 게 아니라는 믿음을 줄 수 있다.
이런 작은 댓글이 사람을 살릴 수 있고, 죽일 수도 있다. 치유의 언어가 될 수도, 상처의 언어가 될 수도 있다. 작은 친절의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하루를 밝게 만들고, 격려의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우리가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유산 중 하나는 바로 우리의 진심 어린 말과 그것이 만드는 긍정적인 변화이다.
방관하지 않는 행동은 단순히 피해자를 돕는 것을 넘어, 건강하고 존중받는 디지털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이는 결국 그 사회의 일부이자 미래 잠재적인 피해자가 될지도 모르는 나 자신을 돕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의 작은 실천 하나가 사이버불링의 확산을 막고, 모두가 안전하게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다.
자, 이제 우리 모두 방관자가 아닌 행동하는 디지털 시민이 되자. 사이버불링을 목격했을 때는 "잠시만요."라고 외치며, 디지털 시민으로서 책임 있는 행동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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