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정부와 학교 차원에서 오랜 세월 사이버불링 예방 교육과 캠페인이 이루어졌으나, 혐오사회, 혐오경제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몰카, 딥페이크 등 신종 사이버불링 수법이 등장하고, 사회 변화에 따라 사이버불링의 개념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디지털리터러시협회(CDL)와 구글은 2023년부터 사이버불링 문제를 재조명하고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 '잠시만요 캠페인'을 개시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참여해 캠페인 영상을 만들어 사이버불링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해를 돕고,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학교에 보급하고 학교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더에듀>는 박일준 '디지털리터러시협회' 회장을 통해 교육자와 교육 행정가들이 알아야 할 사이버불링의 위험성을 안내하며 '잠시만요 캠페인'의 성과와 실천 방안을 공유로 예방 활동 및 인식 확산에 나서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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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리터러시협회가 2024년 4월, 14세부터 69세까지의 대한민국 거주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4.4%가 사이버불링 콘텐츠를 가장 심각한 사이버불링 방식으로 꼽았다.
이는 과거 주요한 문제로 여겨졌던 메시지, 이메일, 댓글을 통한 괴롭힘보다 사이버불링 콘텐츠가 더 심각한 사회 문제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제 단순한 악성 댓글을 넘어, 특정인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영상과 게시물이 빠르게 확산되며 더 큰 피해를 초래하는 시대가 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사이버 렉카’(Cyber Wrecker)라 불리는 콘텐츠 제작자들이 등장해 이러한 문제를 심화하고 있다. ‘렉카’는 사고 현장에 출동하는 견인차를 뜻하는데, 이들은 자극적인 사건이나 논란이 될 만한 인물을 대상으로 한 영상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한다. 허위 정보나 사실을 왜곡한 자극적인 썸네일로 시청자의 클릭을 유도하고, 조회수를 통해 광고 수익을 챙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고(故) 설리·구하라 씨의 사망 당시, 그녀의 죽음을 흥미로운 소재처럼 다룬 영상이 범람했던 것을 들 수 있다. 고인의 명예나 유가족의 아픔은 뒤로하고, 오직 조회수만을 쫓는 것이다.
최근 유명인의 사생활을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추측하고 논란을 키우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채널들이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콘텐츠가 사람들의 호기심과 감정을 자극해 빠르게 확산한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이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라는 호기심에 클릭하게 되는데, 이런 사소한 행위가 사이버불링 콘텐츠를 확산한다.
원래 보지 말라고 하면 더 보고 싶어지는 것이 인간의 심리다. “저쪽에 차에 치인 고양이가 있으니 보지 마세요!”라고 하면 오히려 본능적으로 그쪽을 바라보게 되는 것처럼, 사람들은 금지되거나 논란이 되는 것일수록 더 큰 관심을 갖는다. 이러한 현상을 ‘스트라이샌드 효과’라고 한다.
이러한 효과는 사이버 공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며, 사이버불링 콘텐츠의 확산을 촉진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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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불구경이나 싸움 구경을 하듯 사이버불링 콘텐츠를 보게 되고, 분노하거나 안타까워하면서도 클릭한다. 그리고 이런 클릭과 시청 시간이 쌓이면,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들은 해당 콘텐츠를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인기 콘텐츠’로 인식하여 더 많은 사람에게 추천하게 된다.
심지어 해당 콘텐츠에 부정적인 의견을 달아도 플랫폼은 이를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콘텐츠’로 판단해 더 널리 퍼뜨릴 수 있다. 결국, 사이버불링을 비판하려던 우리의 행동이 오히려 가해자의 콘텐츠를 널리 알려주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유도 마찬가지다. 콘텐츠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공유하기’를 클릭해 누군가에게 전송한다면,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이 역시 인기 있는 콘텐츠로 파악해 더 많은 사람에게 추천할 수 있다. 그렇게 사이버 빌런이 성장하고, 번창한다.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면 광고 수익이 발생하고, 후원까지 받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콘텐츠 제작자들은 이러한 ‘혐오 경제(hate economy)’를 활용해 의도적으로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든다. 누군가를 비하하고 공격하면서도, 논란이 될수록 자신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수익이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이버불링 콘텐츠 제작자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우리는 그들이 만들어낸 유해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사이버불링 콘텐츠에 반응하지 않고, 무시할 필요가 있다.
지난주 칼럼에서는 사이버불링에서 방관자 문제의 중요성을 다루었다. 방관자 효과는 누군가를 돕는 행동을 다른 사람이 할 것이라 믿으며 아무도 행동하지 않는 심리적 현상이다. 방관자 효과로 인해 아무도 행동하지 않게 되면서 사이버불링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또한,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괴롭힘보다 주변의 침묵에서 더 큰 상처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방관자 문제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따라서 ① 가해자를 저지하고, ② 적극적으로 신고하며, ③ 피해자가 고립되지 않도록 피해자를 응원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방관자가 되지 않는 것과 콘텐츠에 반응하지 않고 무시하는 것을 혼동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최선일까?
우선은 사이버불링 콘텐츠 자체에 반응하지 않고 무시해야 한다. 사이버 렉카의 허위 콘텐츠가 의심되면 클릭하지 말고 넘겨버려야 한다. 자극적인 썸네일을 통해 의심해 볼 수 있고, 궁금하더라도 해당 콘텐츠를 보지 말고 관련 내용을 인터넷에 검색하여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사이버 렉카 콘텐츠가 맞는다면 신고하기를 누르고, 만약 할 수 있다면 해당 콘텐츠의 잠재적 피해자를 긍정적으로 다룬 콘텐츠에 응원 댓글을 남기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나쁜 콘텐츠에 반응하지 않고 무시하며, 가해자를 신고하고 피해자를 응원한다면, 이러한 콘텐츠가 생산되고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렇게 하면 건강한 유튜브 생태계를 만들고, 우리 모두가 안전하고 깨끗한 인터넷 공간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