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초등 교사, 백승아 의원이 1학년 입학 학부모에게 드리는 글

  • 등록 2025.03.04 19: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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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SNS에 총 15개 항목 정리해 소개

 

더에듀 지성배 기자 | “관계 맺는 법을 가르치자. 책을 읽을 수 있고 손가락을 셈을 할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

 

17년의 초등학교 교사 경력을 갖춘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교육위원회)이 2025학년도 1학기 개학을 앞두고 자신의 SNS에 초등학교 1학년 입학을 앞둔 학부모에게 준비사항을 남겨 화제이다.

 

백 의원은 “제가 교사일 때, 정확히는 9년 1학년 담임 시절, 다음 해야 입학시키는 부모님들께 써드린 글입니다”라며 “내일 첫 아이가 입학하는 부모님들이 걱정에 잠 못 이루실까 봐 가져와 봐요”라는 ‘첫 아이가 1학년에 입학하는 부모님께’를 SNS에 게재했다.

 

그는 이 글을 통해 ▲학교는 유치원보다 조금 더 큰 사회, 관계 맺는 법을 가르치자 ▲교사도 그냥 나랑 똑같은 사람이다. 서로 예의를 지키자 ▲학습적인 면은 책 읽을 수 있고, 손가락으로 셈할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 ▲담임교사의 관찰 의견을 무시하지 말고 들어보자 ▲아이가 1학년이면 부모도 1학년이다. 모르는 것은 여쭤 보고 요청드리기 등 총 15가지 사항을 알기 쉽게 남겨 놨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학교에 금방 적응하고 다들 잘 해낼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아이를 믿어주세요”라며 “그동안 갓난쟁이를 학교 갈 만큼 키워 내시느라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안아드립니다. 토닥토닥. 다들 내일 새로운 마음으로 화이팅!!”이라고 마무리했다.

 

아래는 백승아 의원이 SNS에 남긴 포스팅 전문.


1. 학교는 유치원보다 조금 더 큰 사회, 관계 맺는 법을 가르치자.

어른인 우리도 가장 어려운 것이 인간관계지요. 친구 간에 서로 ‘존중’할 수 있도록 지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은 ‘나’가 아주 커요. 내 기분, 내 욕구가 너무 중요해서 상대방의 기분을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 어리니까 당연하지요.

 

그래도 실수든 고의든 친구를 아프게 했으면 ‘미안해’, 내가 어려울 때 친구가 도와주면 ‘고마워’, 호감이 가는 친구에게 ‘네가 좋다’, ‘같이 놀자’, 친구가 먼저 놀이를 하고 있으면 뺏지 말고, 마음대로 끼지 말고 ‘나도 같이 끼워줘’, ‘같이 놀자’, 친구가 괴롭히면 ‘하지마’, ‘네가 그러면 내가 아파’, ‘니가 ~하니까 내가 속상해, 화가 나’라고 표현할 수 있도록 집에서 역할극이라도 해서 연습을 시켜주세요.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일은 교사에게 도움을 청하라고도 알려주시고요. 갑자기 길러지기는 참 힘들겠지만, 학교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은 결국 ‘관계’입니다.

 

2. 교사도 그냥 나랑 똑같은 사람이다. 서로 예의를 지키자.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서로 예의를 지킬 필요가 있습니다. 너무 이르거나 늦은 시각에 전화는 피해주세요.

 

저는 밤 10시 간신히 아토피로 괴로워하는 아이 재웠는데 전화 와서 깬 적도 있어요.ㅠㅠ 준비물이나 숙제 문의 연락이 대부분인데, 준비물과 숙제는 주간 학습 안내와 알림장, 하이클래스 어플 등을 통해서 매일 공지합니다.

 

또, 아이가 교사에게 존댓말을 쓰도록 가르쳐주시는 게 좋아요. 화나거나 어깃장 놓고 싶을 때 반말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답니다.

 

3. 학습적인 면은 책 읽을 수 있고, 손가락으로 셈할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

학습적인 면은 제가 보기에는(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책을 읽을 수 있고, 손가락을 이용해서 10 이하 덧셈과 뺄셈을 할 수 있으면 1학년 될 준비는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책을 더듬더듬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점입니다. 문법에 맞게 글씨를 써야 한다는 것이 아니고요.

 

저희 반에 한글을 모르는 친구들이 8명이었는데, 1학기 동안 수학익힘책을 제가 읽어주며 풀게 하려니 아주 어렵더라고요. ㄱ, ㄴ부터 학교에서 배워야 하는 게 맞지만, 우리나라 교육열 특성상 대부분 한글을 알고 와요. 글자를 모르는 친구들은 30분 정도 방과 후에 따로 저랑 공부를 했는데 학원 스케쥴이 있어서 많이는 못했어요.(부모님께서 싫어하셔서 못한 아이도 있고요.)

 

매일 아이와 그림책 읽기 30분 정도 하시면 8세 전에 한글을 혼자 떼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요즘 좋은 문제집도 많아서 몇 권 풀다 보면 익혀져요. 할리갈리, 랫어탯캣 같은 보드게임 하다 보면 간단한 셈도 익혀집니다.

 

4. 담임교사의 관찰 의견을 무시하지 말고 들어보자.

저희 반에 심리치료가 필요한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몇 달 관찰 후, 부모님께 상담이 필요하다 했더니, 다들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시더라고요.

 

제가 의뢰한 결과 진단받고 ADHD 약 먹는 친구도 있었고, 한 친구는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 봐야 하는데 부모님이 받아들이지 못하셔서 방치하다가 더 심해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 친구는 우울증이 심해서 바우처 제도 이용해서 상담사랑 연결해 주려고 했는데, 부모님이 바우처 신청을 계속 안 하셔서 못 받았어요.ㅠㅠ

 

요즘은 교권하락으로 담임선생님께서 상담이나 치료 권유도 잘 못하는 분위기인데, 이야기 해주시는 선생님은 정말 아이를 위해 말씀드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아이가 설마’ 하고 생각하지 마시고 귀 기울여 주세요.

 

외부기관에서 상담받았던 한 친구는 심리상담 받을 때 정말 규칙을 잘 지킨대요. 받고 싶은 애정이 큰 친구인데, 학교에서는 분산되는 관심이 상담에서는 본인에게만 집중되니까 잘 하는 거예요. 부모님께서 심리상담센터에서는 너무 잘하는데 학교에서 정말 그런 행동을 했냐고 믿기 어려워하시기도 하는데, 학교는 단체생활이니까 다르답니다.

 

심리상담이 문제 있는 아이들 치료한다는 개념으로 생각하지 마시고, 우리 아이가 감기 앓듯 지금 마음에 감기가 들었는데, 잘 나을 수 있게 도와주는거다 하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그게 부모로서 해야 할 역할이잖아요. 어릴 때 시작할수록 성장은 눈부시게 일어납니다.

 

시청, 주민센터에서 바우처 신청을 하시면 난독증 치료와 상담치료 시 지원해 주는 제도가 있으니 알아보시면 좋아요.

 

5. 아이가 1학년이면 부모도 1학년이다. 모르는 것은 여쭤보고 요청 드리기.

처음 학부모가 되면 학교생활의 전반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으실 거예요. 모르는 부분이 생기면 담임선생님께 부탁하세요. 알림장 통해 편지를 쓰셔도 되고 하이클래스 어플의 하이톡이나 하이콜 등 선생님마다 소통하는 방법이 있으실 겁니다.

 

6. 잘 깍은 연필 3자루와 지우개, 10칸국어공책, 줄공책, 알림장, 받아쓰기 공책 등 담임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준비물 꼭 챙기기.

 

공책이 없는 아이들이 많아서 참 난감했어요. 아직 글자도 서투른데 이면지에 받아쓰기를 써서 내는데 교육적이지 않더라고요.

 

연필은 꼭 잘 깎아서 3자루 이상 보내주시고, 지우개, 공책도 꼭 챙겨주세요. 쉬는 시간에 깎으라고 해도 수업시간에 연필 깎는 친구들이 많고, 연필 없이 오는 친구들도 있어요. 수업 시간에 연필 깎으면 흐름이 끊깁니다.

 

7. 가방과 필통 등 학교에 가지고 다닐 물건은 단순한 것으로 준비하기.

요즘 필통이 장난감이더라고요~ 게임 할 수 있는 필통은 사지 마시고, 단순한 헝겊 필통이 좋습니다. 게임 가능한 필통은 수업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들고, 플라스틱 필통은 떨어뜨리면 듣기 싫은 소리가 나요.

 

8. 가정통신문은 따로 보관하자.

학기 초에 가정통신문이 엄청 많이 나가요. 따로 보관함이나 ㄱ자 화일을 사셔서 보관하세요. 그래서 학교에서 요구하는 신청서나 동의서 등은 바로 바로 다음날 보내시는 편이 좋습니다. 금요일까지라고 그때까지 기다리시면 잃어버리세요. 가방에 넣기만 하면 아이들이 잘 모르니, 이거 넣었으니 선생님께 꼭 드려라, 하고 말씀해 주세요.

 

9. 준비물은 미리 사지 마세요.

요즘은 학습준비물 명목으로 예산이 나옵니다. 그걸로 학기 초에 필요한 준비물을 한꺼번에 구입해요. 그래서 준비물을 살 필요가 거의 없습니다. 연필, 지우개, 필통, 각종 공책, 딱풀, 사인펜, 색연필, 크레파스, 실내화 정도가 되겠네요. 사인펜, 색연필, 딱풀도 학급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 갈 때까지 미리 사지 마시고 기다리세요.

 

10. 여행을 갈 때는 '교외체험학습신청서 및 결과서' 내기.

교외체험학습 신청 양식이 홈피에 올라오고 이제는 온라인 나이스로도 신청 가능해요. 평일에 여행을 가거나 친지 방문을 한다거나 할 때 신청서를 며칠 전에 미리 내시고, 다녀와서 결과서를 내면 출석 인정됩니다. 당일 연락하시면 안 돼요~ 정해진 기일이 있습니다.

 

11. 방과 후 수업은 아이가 좋아하는 것으로 고르기.

학교 수업이 끝나면 방과후 학교를 운영합니다. 클레이, 바이올린, 로봇과학, 요리, 플룻, 영어, 독서논술, 배드민턴 등 학교마다 다양한데, 이때 부모님이 배우게 하고 싶은 것보다는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고를 수 있게 해주세요. 하기 싫은데 억지로 가야 하는 아이 같은 경우 시간을 지켜서 잘 참여하지 않고 교실에 남아서 보드게임을 하다가 가는 경우도 있었어요ㅎㅎ

 

12. 우유 먹는 것은 선택이지 의무가 아니다.

학교에서 우유를 먹는 것은 부모님과 아이의 선택사항입니다. 의무적으로 먹어야 하는 걸로 아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우유 대신 야채주스(?) 같은 것을 가져와 먹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몰래 버리기도 하고 집에 가져가다가 터지기도 하니, 꼭 먹고 싶은 아이들만 신청하시는 게 좋아요.

 

13. 못 먹는 음식이 있으면 학기 초에 미리 말씀해 주세요.

학기 초에 알레르기를 일으킨다거나 부모님이 특정한 이유로 먹이지 않는 음식이 있으시면 미리 말씀해 주세요. 그래야 영양선생님과 담임선생님이 챙겨줄 수 있습니다.

 

14. 기본 생활 습관을 잡아서 보내시면 좋아요.

수업 시간에는 앉아있기, 화장실은 쉬는 시간에 가기, 목이 마르면 손을 들고 선생님께 말씀 드리고 갔다 오기,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기, 가방은 책상 옆 고리에 걸기, 교실에서는 실내화 신기, 대변 보고 휴지로 앞에서 뒤로 닦기, 밥 먹기 전에 비누로 손 씻기, 밥 먹고 양치질 하기, 우유갑 뜯기 등 기본적인 생활 습관을 익혀서 학교를 가야 아이가 적응하기가 쉽습니다.

 

물론 학교에서도 지도하지만 1학년이 끝나가는 지금도 안되는 부분들이 많아요. 걸어 다니기가 제일 안 돼요ㅎㅎ

 

15. 자기 자리 정리하는 방법을 가르치자.

쓰레기가 생기면 바닥에 버리거나 여러 물건을 책상에 올려놓기도 해요. 외투는 교실 저쪽에 가 있고 가방이 바닥에 누워있고 등 주변 정리가 안 되는 친구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지성배 기자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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