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교원의 정치기본권은 대통령의 공약으로 최근 토론회가 많이 개최되고 있으며, 민주시민교육도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사회교사에게 힘든 해였을 것입니다. 계엄과 탄핵,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많은 학생이 교사에게 질문하고 답했을 것입니다.
필자도 중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수업의 정치적 편향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민원을 받았습니다. 대선을 앞 둔 사회시간에 교사가 “전두환의 계엄은 국가비상사태였기 때문에 잘한 것이다”, “나는 문재인이 집값을 올린 것 때문에 증오한다”, “나는 연금정책에서 개혁신당을 지지한다”라고 말했다고 학생들은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학교 밖에서 교원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들이 정치활동을 하는 것에는 이의가 없습니다. 근무시간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정치성향이나 지지를 밝히는 것 또한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교원이 수업시간에 학생에게 정치 편향을 말하는 것은 완전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교원과 학부모의 이해충돌. 합의를 시도할 자리조차 없다!
교원의 정치 기본권 제한은 국가공무원법 제65조(정치 운동의 금지)와 교원노조법 제3조(정치활동의 금지)에 정당의 가입이나 정치활동의 금지에 대한 포괄적 조항이 있고, 공직선거법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금지 및 후보자 입후보시 사퇴 의무, 정치자금법에서는 정치자금 기부 금지 등을 말합니다.
위 조항들은 교원만이 아니라, 모든 국가/지방 공무원에게 적용됩니다. 따라서 교원만 이 제약을 풀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보다는 모든 공무원에게 이러한 제약이 정당한가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사실 학부모들은 공무원(교원 포함)이 개인 자격으로 정치적 성향이 어떤지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습니다. 지금도 행정(=정책)에 대해서는 교원단체나 교원노조 등이 신설/개선/폐지 의견을 밝히며, 교원은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정책 제안과 민원을 통해 충분히 의견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교사 개인이 대외적으로 SNS에 밝히는 것 정도가 일부 학부모의 관심사일 뿐, 교원이 정치기부금을 내지 못하는 것, 그리고 후보자 등록시 사퇴를 강제하는 것은 학부모들의 관심사는 아닙니다.
하지만, 교원의 고유기능인 ‘수업’에서 벌어지는 일은 학부모에게 첨예합니다. 올해 사회시간에 자체 검열을 했다는 교원의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는 올해가 좀 더 유난했을 뿐, 선거가 있는 해에는 항상 반복되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누구도 공론의 장에서 이 문제에 대해 세부적으로 찬성과 반대, 장점과 단점, 금지와 허용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찬성끼리 또는 반대끼리 모여 주장할 뿐입니다.
교육기본법의 정치적, 파당적, 개인적 편견을 구분하는 사회합의가 필요하다!
많은 토론회에서 학교의 교원은 정치 수업을 한다고 발표합니다. 특히 ‘학생이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특정 사회문제를 분석하여, 이를 시군구청이나 국회/광역/기초의원에게 제안했다’를 모범사례로 많이 발표합니다. 이는 이미 교육과정에서 허용하는 범주에 들어갑니다. 교육기본법 제6조(교육의 중립성)에서 언급한 ‘정치적, 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된다”를 위반하지 않으며 학부모 대부분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만약 학생이 같은 문서를 행정기관이 아닌 지역정당에 제출하거나, 여의도 중앙당에 제출하면 문제가 되는 것일까요? 일부 정당에게만 제출하고, 일부 정당에게는 제출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는 것일까요? 정당 또한 법에서 정한 기구이므로 저는 여기까지도 괜찮지만, 학부모의 이의제기는 제법 늘어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보다 학부모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수업에서 사용하는 교원의 정치적, 편향적, 개인적 편견을 설명하는 수업입니다.
“잘했다/증오한다/지지한다”는 교원의 생각을 학생은 정답으로 인식하는 오류!
정치수업에 대한 고발성 신문기사를 보면 공통된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교원은 수업의도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학부모와 학생은 설명방식을 문제 삼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학생들은 교원이 계엄령/집값/연금을 언급한 의도를 문제 삼지 않고, 잘했다/증오한다/지지한다는 교원의 편향적 설명을 문제 삼았습니다.
학생 하나둘은 부족하므로 “전두환, 계엄, 문재인, 집값, 개혁신당, 국민연금”이라는 단어를 기억하는 학생들이 더 찾게 했습니다. 이때 주의할 점으로 “잘했다/증오한다/지지한다”는 설명없이 계엄/집값/연금만으로 학생들을 찾으라고 했습니다. 사회수업은 한 교사로부터 한 학년이 동일한 수업을 듣기에 많은 학생을 찾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 수업을 기억못하는 학생들도 많다는 점입니다.
기억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시 “잘했다/증오한다/지지한다”라는 교원의 설명을 확인하자 학생들은 또 갈렸습니다. 분명하게 그 말을 듣고 부모님에게 당일 전달한 학생도 있었으며, 그 표현이 왜 문제인지 되묻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학부모회를 통한 의견수렴도 결과는 비슷했습니다.
교육은 정답의 세뇌인가, 판단기준 정립을 위한 생각기회의 부여인가?
기억이 있는 학생들에게 다음으로 확인한 것은 수업방법입니다. 그 수업이 교원만 말하는 단순설명이었는지, 사건을 조사한 후, 장점과 단점 또는 찬성과 반대 등을 발표하며 토론하게 하는 다양한 관점이 있었는지를 물었습니다.
학생들의 동일한 기억은 “단순 설명이었고, 토론과정은 없었다”입니다. 자기들은 이상해서 친구들끼리 이야기하다가 이렇게 저를 찾아왔지만, 상당수 학생들은 교원이 말한 내용 중 세부내용은 기억도 못하면서 “전두환이 잘했다 / 문재인을 증오한다 / 개혁신당을 지지한다”를 선생님이 옳은 것을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어 이것이 정당한 수업인지 궁금하다고 말했습니다.
여기까지 확인했으니, 이제는 교원과 대화를 나눌 차례입니다. 학생들이 정리한 자료를 모두 익명처리하고 교장/교감을 통해 교원에게 면담을 신청했습니다.
수업은 교장/교감은 물론, 말한 교원조차 입증 불가능한 미지의 세계
교장과 교감에게 학생들의 기억과 주장을 전달하고, 교원에게도 동일한 순서로 확인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전두환, 계엄, 문재인, 집값, 개혁신당, 연금”이라는 단어를 수업시간에 썼는지 먼저 확인하고, 두 번째로 “잘했다/증오한다/지지한다”를 말했는지의 순서입니다.
답변은 “수업에 말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표현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입니다. 단, 집값 상승으로 본인이 고생했던 것과 공무원 연금 고갈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며, 그 단원은 토론없이 단순한 설명으로 진행한다고 답했습니다.
학부모에게 수업의 참관은 1년에 한 번 제공되지만, 예민한 쟁점은 제외합니다. 수업은 제3자가 청강할 수 없으며, 교실 천장에 CCTV를 설치해도 녹음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금지입니다. 이동식 CCTV는 녹음녹화가 가능하지만 학생과 교원 모두 매번 동의해야 하므로 비현실적이고, 교원을 제외한 성인이 들어가려면 일반교육은 보조교사, 특수교육은 보조교사 또는 활동보조인이지만 교원들이 반대하고 인력과 예산도 없이 소규모 시범사업이 반복되고 있을 뿐입니다.
학생들은 ①듣지 못했거나 ②비슷하게 들었지만 다르게 기억하는 경우 ③정확히 기억하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경우 ④정확히 기억하며 큰 문제로 인식하는 경우로 분열되고, 교원은 수업의 존재는 인정하지만 구체적 표현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동의 없는 녹음은 특수학생일지라도 법원에서 증거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즉, 수업시간에 벌어진 대화는 분명 일정부분 존재하되, 쟁점부분은 확인할 방법이 없는 미지의 세계입니다.
다행스런 학생과 교원의 대화의지, 합의, 교육과정의 재설계
다행히도 대표로 나선 중학생 7명과 교원은 만나서 서로의 기억을 듣되 기억의 다름에 대해 증명하려 하지 않는 것을 동의했고, 교원으로부터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수업방식에 대한 개선을 논의할 것을 합의하였습니다. 학생들은 중재인으로 학부모 측은 저를, 교원 측은 교감을 요청했습니다.
저는 모두발언으로 교사에게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미명하에 수업을 회피하지 않고 다양한 사회현실을 학생들에게 제공한 것과 수업방법에 대해 학생들이 의견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교원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교감은 이런 첨예한 사항을 민원과 분쟁이 아닌 토론으로 만든 학생의 결정과 차분하게 진행하는 것에 동의해 준 학부모들에게도 감사를 표했습니다.
학생들은 앞서 설명한 정치분야의 첨예한 표현 이외에도 성차별과 편애 사례 등을 나열하고, 자신들이 느낀 감정을 표현했습니다. 교원에겐 각 상황을 어떻게 기억하는지를 물었고, 교원은 기억 그대로 또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의도와 표현이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일정부분은 사과했으며, 나머지는 해명을 이해해 줄 것을 학생들에게 부탁했습니다.
학생과 교원이 합의한 교수방법은 사회수업할 때 ①’역사적 사실‘과 ’평가‘를 나누고, 교원이 평가를 다룰 때는 ②다양한 평가기준을 학생들에게 제시하며 ③각 기준에 따른 각 사건의 좋은 점(장점)과 나쁜 점(단점)을 설명한 후 ④각 평가기준 중 무엇을 중시할 것인지에 대해서 학생들이 생각할 수 있도록 한 후 ⑤필요시 교원의 생각을 개인의견으로 전제하여 표현하는 것입니다.
합의 반영여부를 학부모가 수업에서 확인할 수 없다면, 교원의 정치기본권도 없다!
이 과정은 3개월이 넘습니다. 학생은 유도질문을 하지 않고 친구들이 스스로 말하게 하는 연습 후 증인을 모았습니다. 교원 앞에서 말하기 위해 생각을 완전한 문장으로 준비하고, 발언시간에 맞춰 표현하는 연습을 했고, 요구사항에 대해 학생 간 합의까지 도출했습니다. 각 주제별로 발언을 분담하고, 교원의 반응에 대응하는 시나리오도 준비했습니다. 토론 시 교원이 학생들에게 존칭을 쓰도록 해 위축되지 않도록 하자는 요구도 있었습니다.
학생만 준비한 것이 아닙니다. 수업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교원의 과도한 위축이나 교육활동 침해로 보는 과민 반응을 막기 위해 교장/교감/교원과 충분한 대화가 필요했고, 학부모에게도 학생들의 의지로 하도록 기다려 달라고 설득했습니다.
이렇게 만든 합의 5가지는 매우 단순하지만, 수업에 반영한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무엇보다도 학부모에게 내년 사회수업이 바뀌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전국 시도교육청은 교육부의 유권해석에 반대하며, “정규교과에 대해 학부모는 의견을 낼 수 있을 뿐 답변을 들을 수 없으며, 수업을 확인하는 것은 교육활동 침해행위다”라고 유권해석합니다.
저는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에 해당하는 대한민국의 사회적 합의는 논의된 바 없으며, 상당수의 교원이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고의 또는 과실, 미필적 고의, 부지불식간에 위반하여 수업한다고 감히 말합니다. 이 의심을 확인할 수 있는 투명한 수업공개 제도 속에서 학부모가 확인 가능하고, 이후 상당기간 신뢰가 쌓여야 교원의 정치기본권 요구가 타당할 것입니다. 그때까지 교원의 정치기본권 요구, 특히 수업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