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현의 THE교육] 누더기 학폭...15분 대화에 '학교폭력·교육활동 침해·학생생활교육·학생인권옹호관' 출동?

  • 등록 2025.12.20 11:3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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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최근 두 명의 고등학교 남학생이 수업 시간에 떠들다가 교원과 발생한 상황 그리고 이를 교무실에서 훈육한 사건에 대해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업 시간 교실과 쉬는 시간 교무실에서 각각 7~8분, 총 15분 동안 일어난 상황일 뿐인데, 학교폭력, 교육활동 침해, 학생생활교육, 학생인권옹호관까지 소환되는 혼란의 도가니입니다.

 

교육전문가들은 학교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해결하겠다며 지난 십여 년 간 관련 법령을 세분화했지만, 이는 전혀 체계적이지 않습니다. 전통적인 학생징계(학생생활교육)에서 학교폭력이 분리되고, 학생 인권이 추가되고, 반작용으로 다시 교육활동 침해(교권침해)와 교원의 생활지도권이 추가되었습니다.

 

이 글을 통해 현재의 학교가 혼란에 빠진 모습을 드러내고 해결방안을 제시해 보려고 합니다.


교실+교무실, 총 15분간의 행동을 시간 순서로 재구성


 

<교실> 남학생 A와 남학생 B는 담임의 수업 중 옆 반 B의 전 여자친구 C에 대해서 속닥거립니다. B는 A에게 ‘C와 헤어졌어’라고 말합니다. A는 B에게 ‘그럼 이제 C를 내가 가진다’라고 말합니다. 이에 B가 자리에서 일어나 반 아이들이 다 들리도록 외칩니다.

 

“선생님, A가 C를 가진대요.”

 

담임은 반 학생들이 모두 듣도록 “A야, 그건 성희롱이야, (경찰) 신고감이다. 네가 그 학생을 가지고 싶다는 거냐? 그 학생이 들으면 기분 나쁠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이거 듣고 기분 나쁜 사람들은 경찰에 신고해라”라며 담임은 어수선한 상황을 정리한 후 수업을 이어갔고, 수업 종료 후 A와 B를 불러 교무실로 따라오라고 합니다.

 

<교무실> 담임은 교무실에서 A와 B로부터 설명을 듣습니다. 설명이 끝난 후 담임은 “너희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알지?”라고 말합니다.

 

이에 A는 “네, 제가 아까 수업 시간에 떠든 것은 잘못이 맞는데요. 그런데 선생님, 그걸 가지고 (경찰에 신고하라고) 굳이 애들 다 듣도록 크게 말씀하실 필요는 없지 않았나요?”라고 말합니다.

 

담임은 “뭐라고?”라고 말합니다.

 

A는 계속 이어 말합니다. “선생님이 사과하실 생각 없으시면 저도 경찰에게 전화할게요”라며 핸드폰을 꺼냅니다. 옆에 있던 학년부장이 “일단 진정하고, 아버지에게 먼저 전화드리렴”하고 말합니다.

 

A는 “제가 왜 아빠에게 전화를 해요? 이거 명예훼손이잖아요”라고 대응합니다. 학년부장은 담임이 교육 목적에서 말씀하신 거라고 설명합니다. 이에 A는 “교육적인 목적으로 법을 어기는 게 상관없으면 경찰관한테 전화하면 되겠네요!”라며 강하게 나옵니다. 쉬는 시간이 끝나며 대화는 중단되고 학생들은 교실로 돌아갑니다.


학생과 보호자에게 지옥이 시작되다


[학교폭력] 담임은 학교폭력예방법 제20조에 따라 A를 가해자로 신고합니다. 학교 전담 기구 조사에서 처음 들은 여학생 C는 “가진다”라는 표현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표현이 아니므로, 학교폭력으로 신고할 의사가 없다고 <학생확인서>를 작성하여 제출합니다. A도 별도로 C에게 사과합니다.

 

이에 A는 ‘학교폭력 아님’으로 종결될 줄 알았으나, 전담 기구는 학교폭력으로 인정하고 학교장 종결로 마무리합니다. 이의를 제기했으나 학교 전담 기구의 판단은 ‘행정처분’이 아니므로 이의 처리 절차가 없다는 설명을 교육청으로부터 듣습니다.

 

[교육활동 침해] 담임은 교무실에서의 경찰에게 신고하겠다고 말한 것은 “협박”이라며 교원보호위원회에 신고합니다. A는 선생님에게 사과할 부분이 분명 있지만, 선생님도 A에게 망신 준 것을 사과해야 한다며 이를 교권보호위원회에 가서 설명하여 사과를 받겠다고 합니다.

 

일단 A는 담임에게 사과문을 제출했고, 담임이 이를 수용하여 [사안종결확인서]를 작성하고 ’학교장 자체해결’로 교육활동 침해에서는 처분 없이 종결합니다.

 

[생활교육위원회] 담임은 교육활동 침해를 종결시키는 대신 A를 생활교육위원회에 회부합니다. 수업 시간에 속닥거리는 행위가 있었으니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침해하고 수업 분위기를 저해하는 행위”라고 합니다.

 

학교는 보호자 고지 없이 A로부터 <학생자기변론서>를 제출받고, 작성 당일 학생을 통해 보호자에게 ’학생생활교육위원회 출석 및 의견제출 요청서’를 보내 다음날 회의에 참석하라고 통지합니다.


학생과 보호자의 반격이 시작되다


여기까지만 해도 2개월이 넘게 사건이 진행되었습니다. 이제 A와 보호자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미성년자의 보호자에게 고지도 없이 <학생자기변론서>를 작성한 것도 의심스러운데, 작성 당일 회의 통보를 고지하고 다음 날 출석하라고 하는 것에 화가 나 반격을 합니다.

 

[학생인권옹호관] A의 보호자는 학생인권옹호관에게 교원이 같은 반 친구들 앞에서 A에게 망신을 줬다며 인격을 침해하는 부적절한 교육행위임을 신고하고, 생활교육위원회 참석 공문을 보호자에게 하루 전에 주는 것도 인권침해는 아닌지 민원 또한 접수합니다. 또한 교원의 폭력적인 행정 집행에 대해 교원을 가해자로 지목해 [학교폭력]으로 신고합니다.

 

최초의 학교폭력 신고 또한 여학생 C에게 확인조차 없이 신고부터 한 점과 B가 피해자임을 A에게 고지하지 않은 점, 정작 여학생 C가 성희롱이 아님을 적극 의사표현하고 있는 점 등을 통해 전담 기구를 다시 개최하여 A의 행위에 대해 ’학교폭력 아님’으로 변경해달라고 교육청에 민원을 제출하기 시작합니다. 또한 A의 보호자는 그 밖의 절차들이 타당한지 감사를 요구하며 학교는 혼란의 도가니에 빠집니다.


20여년간 수십번의 제개정, 더욱 큰 혼란만 증폭시키고 있다


학생 징계와 관련해 [1949년] 신설한 교육법 제76조에서 교육상 필요한 때에 학생에게 징계 또는 처벌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며, 학생의 징계에 관한 내용은 1997년 초·중등교육법으로 전면 개정되어 초·중등교육법 제18조로 옮겨왔고, 이를 근거로 전) 선도위원회, 현) 학생생활교육위원회가 만들어졌습니다.

 

[2004년] 학교폭력예방법이 만들어지고, 2013년 피해 학생 보호 강화 등이 변경됩니다. 이때에도 학생징계와 학교폭력 대상을 구분하지 못하여 혼란스러웠습니다.

 

[2016년] 교원지위법에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신설되고, 초·중등교육법 에는 학생을 처벌할 뿐 교원에 대한 보호조치는 없었기에 교육활동보호센터가 신설됩니다.

 

[2022년] 초·중등교육법 제20조의2 (학교의 장 및 교원의 학생생활지도)라는 조항이 신설되며 지도(조언, 상담, 주의, 훈육, 훈계 등)의 구체적 방법이 설명됩니다. 특히 훈육에는 “학생이 교육활동을 방해하여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분리지도(교실 밖/가정학습) 할 수 있다”가 고시되었습니다.

 

[2025년] 초·중등교육법 제20조의2의 추가 개정으로 교육활동 중 학생의 과다한 행위에 대해 방어 및 보호를 위한 제지를 할 수 있다는 조항 등이 신설되었습니다.

 

이렇게 법은 계속 개정되었지만, 학교 구성원 중 아무도 만족하지 않습니다. 경기교육청의 2025 학생생활규정 운영매뉴얼 P.141 선도의 기준에는 “수업 시간 중 지속해서 소란을 일으키는 행위, 부적절한 언행을 한 학생”이 여전히 있습니다. 이 문구와 초·중등교육법 제20조의 2 및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에 언급된 “학생이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교원지위법 제19조의 “교원의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행위”가 어떻게 다른 것일까요?

 

그보다 더 묻고 싶은 것은, 불과 15분 동안 일어난 학생과 교원 간의 행위를 분단위로 쪼개어 세 가지 법 조항을 각각 적용하는 것이 과연 학교 구성원이 바라는 목표에 도움이 되는 걸까요?

 


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을 행정법 체계에 맞게 정비하자!


 

우선, 학생의 징계와 생활지도, 교원지위법에 대한 체계를 통합해 교원의 지도행위를 행정법 체계에 맞춰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행정기본법에서 처분이란 행정청이 구체적 사실에 관하여 행하는 법 집행으로서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을 말합니다. 행정절차법 제21조는 처분을 위해서는 사전통지를 의무로 정하면서, 단서조항으로 긴급하다면 처분을 선행한 후, 나중에 사유를 알릴 수 있도록 정합니다.

 

이를 학교에 적용하면 교원의 훈육(분리지도)는 ’긴급처분’입니다. 따라서 행정절차법에 따라 교원이 선조치할 수 있는 권한으로 정립하면 됩니다. 단 학생이 억울하다며 이의신청을 한다면 조치 후 그 사유를 설명을 들을 권리 또한 행정절차법과 같아야 합니다.

 

교장의 지도(교실 밖, 가정지도) 또한 학생의 권리를 제한하는 ’처분’입니다. 교원의 긴급처분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교장이 지도해야 한다면 생활교육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통일해야 합니다. 이것이 행정절차법에서 말하는 청문에 해당하는 절차입니다. 생활교육위나 전담 기구가 통합되어 교원과 학부모가 같이 하는 것도 고민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교장이 가정교육을 시키거나, 학교 밖의 시설로 위탁을 보낼 때 보호자의 동의를 구할 이유가 없습니다. 징계가 곧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관련법을 정비하여 보호자까지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다음은, 교육 법령에서도 피해자보호법과 가해자처벌법의 분리를 제안합니다.

 

가해자 처벌은 ’형법’, ’아동학대처벌특별법’, ’성폭력처벌법’등이 있고, 피해자 보호는 ’범죄피해자보호법’, ’아동복지법’과 ’성폭력방지법’ 등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활동 침해의 피해자 보호는 교원지위법에서 하지만, 가해자 처벌은 초·중등교육법에서 두 가지, 교원지위법에서도 한 가지인 삼중 구조를 가집니다. 이를 모두 단일화하고, 피해자인 교원을 보호하는 것만 교원지위법에서 하면 됩니다. 사실 저는 학교폭력도 학부모가 포함된 생활교육위원회로 단일화하고, 학교폭력예방법은 피해자보호법으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절차와 양형 기준의 명확한 공개도 필요하니다.

 

학교폭력에 이어 교육활동 침해도 생기부 기재가 검토되고, 추후 학생징계 및 훈육(분리지도)도 입시에 반영시키겠다는 말이 나올 추세입니다. 입시에 반영된다면 양형 기준은 분명 전국이 오차범위 내에서 동일해야 합니다. 사법도 양형 기준을 공개하고, 행정도 처분에 대한 처분 기준을 공개합니다. 하지만 현재 교육부는 관련된 모든 매뉴얼을 비공개합니다.

 

교원/장학사는 ’교육’이어서 비밀이라 주장하지만, 학교 안에서 끝나지 않고 학교 밖에서 권리의 침해 및 의무의 부과로 사용된다면 이제 ’처분’으로 인정한 후 양형 기준을 만들고 공개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학교 구성원 인권위원회로 통합합시다.

 

사법의 장점은 한 재판에서 본소(A가 B에게)와 반소(B가 A에게)를 통합하는 점입니다. 학생 간의 분쟁인 학교폭력은 현재 통합심의가 가능하지만, 교육활동 침해는 학생은 학교폭력심의위원회나 인권옹호관을, 교원은 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해 처리해야 합니다. 학생 생활 교육은 또 다른 절차이고, 보호자에 대한 처분 권한이 없습니다.

 

교육이라면 당사자들의 입장을 동시에 듣고 양쪽에 적절한 양형을 양쪽에 부과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나의 사건을 분 단위로 쪼개어 판단하지 말고, 양쪽이 말할 수 있는 기회가 공정히 부여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마무리하자면, 초·중등교육법은 교육자치로 전환되면서 많은 권한 관계가 뒤엉켜 있습니다. 중앙정부의 권한이 교육감을 거치지 않고 학교장에게 바로 가거나, 교육감을 거치지 않고 교육장에게 가기도 합니다. 패스가 되어버린다면 상급기관은 하급기관을 지도할 권한이 없습니다. 조례로 정해야 할 일과 학칙으로 정해야 할 일, 학교장이 정할 규정과 학운위를 통해 정해야 하는 규정이 뒤엉키며 법에서 위임받은 지침과 아무 근거 없이 예시로 만들어진 지침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이제 교원들과 입법자들은 사건마다 대응한다며 법을 누더기로 만들지 말고, 교육 관련 법령을 행정법 체계에 맞춰 통합 정비할 것을 제안드립니다.

박태현 상상교육포럼 공동대표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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