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더하기-손덕제] 대입이 외면한 또 하나의 폭력, 교권침해

  • 등록 2026.01.19 10: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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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2026학년도 대입 수시전형 결과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 학교폭력 가해 이력이 있는 학생 상당수가 주요 대학 진학에 실패했다. 정부가 2023년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통해 학폭 기록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고 수시·정시 전형에 반영하도록 제도화한 결과이다.

 

학교폭력이 더 이상 ‘성장 과정의 실수’나 ‘학교 안에서만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를 파괴하는 중대한 행위라는 사회적 합의가 제도로 구현된 사례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제도의 공정성이 얼마나 불완전한지 곧바로 드러난다. 학교폭력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또 하나의 폭력, 즉 교권침해는 여전히 대입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수업을 상습적으로 방해하고,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폭언과 협박으로 대응하며, 교실 질서를 붕괴시키는 학생이 있다. 그 피해는 특정 교사 개인에 그치지 않는다. 수업이 중단되고, 학급 전체의 학습권이 침해되며, 다른 학생들은 ‘참고 견뎌야 하는 피해자’가 된다. 그럼에도 이 학생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대학에 진학한다.

 

필자는 학교 현장에서 학생생활부장으로 12년간 근무해 온 현직 선생님이다. 학교폭력 제도가 강화되기 전과 후의 변화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분명한 사실은,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학생들 사이에 ‘선을 넘지 않으려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갈등이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선택지는 분명히 줄었다. 기록이 남고, 진로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학생들의 행동을 바꿨다. 교육적 효과는 분명 존재했다.

 

반면 교권침해는 어떤가? 현장에서는 “그 학생은 원래 그런 아이”, “문제 삼으면 학교만 시끄러워진다”, “결국 졸업하고 대학은 간다”는 체념이 만연하다. 교권침해 사안은 민원과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학교는 ‘관리 리스크’를 이유로 사안을 축소하거나 개별 교사의 문제로 떠넘기기 일쑤다. 학생은 제재받지 않고, 교사는 소진되며, 다른 학생들은 왜곡된 학습 경험을 쌓는다. 이것이 지금 교실의 현실이다.

 

일부에서는 교권침해를 대입에 반영하는 것은 과도한 처벌이며, 소송이 늘어나고, 낙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같은 논리는 과거 학교폭력 입시 반영 논의에서도 반복됐다. 그 결과는 어떠한가. 학교폭력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분명 억제 효과는 있었고, 피해 학생 보호라는 최소한의 안전망은 작동하기 시작했다. 책임을 묻지 않는 교육이 과연 더 교육적인가라는 질문에 사회는 이미 답을 내렸다.

 

더 심각한 문제는 형평성이다.

 

실제로 교권침해 학생에게도 사안에 따라 출석정지, 전학, 퇴학과 같은 중대한 조치가 내려진다. 조치의 무게는 학교폭력과 다르지 않지만, 학생부 기재와 대입 반영에서는 전혀 다른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또래 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하면 불이익을 받지만, 교사를 향해 폭언 또는 폭력을 행사하고 수업을 파괴해도 불이익이 없다면, 학생들은 무엇을 배우겠는가? 교사에 대한 태도와 행동은 무시해도 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셈이다. 이는 교사의 권위를 지키기 위한 문제가 아니라, 교육 자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구조적 모순이다. 최소한 중대사안 교권침해라도 생기부에 기재를 해야 한다.

 

대학입시는 단순히 성적 순으로 학생을 줄 세우는 장치가 아니다. 공동체의 규범을 존중하고, 최소한의 학습 질서를 지킬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공적 제도다.

 

교권침해를 대입에서 외면하는 한, 학교교육 정상화는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학교폭력과 마찬가지로 교권침해 역시 객관적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 중대사안 교권침해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고, 대입 전형에 합리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이는 처벌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책임을 통해 행동을 바꾸고, 학교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교실을 무너뜨리는 행위가 아무 대가 없이 통과되는 사회에서는, 공정한 입시도, 정상적인 교육도 존재할 수 없다. 이제 대입 제도는 또 하나의 폭력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손덕제 국가교육위원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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