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관리자 기자 | 교육 기회와 과정 불평등의 발견과 지원을 어렵게 만든 원인으로 ‘학생 중심의 진보주의 교육’과 ‘지나친 자유주의적 정책’이 제시됐다. 특히 자유학년(학기)제와 수능 5등급제 등이 대표적 정책으로 꼽혔으며, 취약계층 학생들의 학습 효과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이광현 부산교대 교수는 지난 18일 국회 국회입법조사처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연 ‘2025 국가비전 입법정책 컨퍼런스’에서 교육분야 ‘사회 변동에 따른 교육불평등의 변화 양상 및 과제’ 발제에 나서 이 같이 밝혔다.
자유학기(년)제, 수능 5등급제, 역량중심교육...학생들의 정보 격차 불러와
이 교수는 교육 불평등을 ‘교육 기회’의 불평등과 ‘교육 결과’의 불평등으로 나으며 ‘교육의 기회와 과정이 동일하게 혹은 유사하게만 잘 제공된다면, 결과의 불평등은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능력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고 이로 인한 불평등은 용인될 수 있다’는 전제를 두고 말을 이어갔다.
이 같은 관점에서 그는 자유학기(년)제를 ‘지나치게 자유주의적인 정책’이라고 규정했다.
자유학기제는 박근혜 정부의 교육 공약 중 하나로 2013학년도부터 2015학년도 시범 실시 후 2016학년도에 전면 도입됐다. 중학교 과정에서 1~2학기를 운영하며, 진로체험 중심 프로그램으로 구성해 학생들의 꿈을 키우자는 의도이다. 대신 중간고사 등은 보지 않아 학력 우려와 함께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학원 등 사교육을 찾는다는 주장도 있다.
이 교수도 성취도 평가를 없앤 정책에 대해 “교사가 각 학생의 과목별 학업역량에서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지원하기 어렵게 만든다”며 “뿐만 아니라 아예 파악과 지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정책으로도 볼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생 중심의 진보주의 교육은 학생들의 진정한 학습에 당연히 도움이 된다”면서도 “지나친 반지식주의 교육은 오히려 학생들이 교육받아야 할 학습에 손실을 가져온다”고 비판했다.
학생중심 교육의 긍정적인 부분이 분명 존재하지만, 반지식주의적 교육으로 치우치면 안 된다는 것.
이 교수는 수능 5등급제로의 전환 주장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봤다.
정부는 지난해 2028 수능 대입개편안 시안을 내놓으며, 고교 내신을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꿨다. 그러나 수능은 9등급제를 유지하자, 고교 내신 등급과 맞춰 5등급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왔다.
이에 교육부는 “수능은 약 50만명이 치르는 대규모 국가시험이라 내신과 다를 뿐만 아니라 수시 최저학력기준 등 큰 틀의 변화가 나타나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이 커질 수 있어 안정을 위해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도 “수능은 전국 단위로 학생들의 역량을 측정해서 비교 가능하도록 제공하는 주요 정보재”라며 “5등급제가 도입될 경우, 이 같은 정보의 제한으로 학생 역량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더욱 악화한다. 특히 취약계층 중에서 능력 있는 학생들을 찾아내고 주요 대학의 입학 기회를 확대하는 데에 한계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에 더해 최근 유행하는 역량중심교육은 교육 불평등 발생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역량 중심 교육은 지식과 기능뿐만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심리 사회적 자원을 이용하거나 동원하여 복잡한 요구를 성공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 주는 것을 의미하며,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자기관리 ▲지식정보처러 ▲창의적 사고 ▲심미적 감성 ▲협력적 소통 ▲공동체 등 6대 역량을 핵심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이를 비인지적 역량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교육과정 정책으로 보고 “학생들이 배워야 할 핵심 지식을 간과하게 한다”고 주장하며 “학교에서 취약계층 아동들의 학습 효과를 약화해 교육 불평등을 낳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문제 극복책으로 ▲교사들의 적극적 가르침 필요 ▲비인지적 역량 강조의 지양 ▲지나치게 잦은 교육과정 개정의 지양 ▲자유학기제 폐지 ▲개천 용 지수의 주기적 산출 ▲대입 제도에서의 주관적 평가 배제 등 6가지를 제시했다.
김경년 교수, “진단은 낙인이 아니라 정교한 시스템 마련하는 일”
김경년 강원대 교수는 진단 부재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진정한 평등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진정한 교육 평등은 차이를 무시하거나 숨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차이를 드러내고 제도적으로 응답하는 방식으로 실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에게 초래할 수 있는 낙인 효과에 대한 우려에는 “최근의 제도적 노력과 기술적 발전은 공적인 낙인의 가능성을 줄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별적 맞춤 지원을 위한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차이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그 차이에 응답할 수 있는 정교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에서의 평등은 같게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처한 이들을 다르게 대우할 수 있는 것”이라며 “민감하고 구체적인 제도 설계를 통해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토론자였던 김범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역시 “학교 교육에서의 인지적 측면에 대한 편견의 재확인이 필요하다”며 교육 불평등 차원에서 인지적 측면에 대한 재고려를 강조했다.
한편, 이번 컨퍼런스에는 총 18개 학회가 참여했으며, 교육 분야는 한국교육정치학회(회장 박대권), 한국교육사회학회(회장 김성식)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