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의 THE교육] 교원 감축, 교육시스템 도약 기회 날릴 우(愚)

  • 등록 2025.08.20 13:3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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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교육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성장 자산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교육의 목적과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있어 학생들의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며, 함께 활용하는 방식을 찾아가는 소통 교육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독자의 관점에서 교육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교육의 방향에 대한 이해와 토론을 이끌어 내는 의미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이루기 위해 교육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대한민국 교육이 또다시 중대한 기로에 섰습니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거스를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정부는 ‘교원 감축’이라는 칼을 빼 들었습니다.

 

2025학년도부터 교대 입학정원을 12% 감축하고, 2027년까지 교사 선발 인원을 2300여명 줄이겠다는 계획은 교육 현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과연 이러한 ‘숫자 줄이기’가 우리 교육의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일까요?


교원 감축 기준의 허상: ‘교원 1인당 학생 수’의 맹점


현재 교육부가 교원 수급 계획의 기본 방향으로 삼는 기준 중 하나는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OECD 평균 수준에 도달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기준은 심각한 허점을 안고 있습니다.

 

첫째, 통계의 함정입니다.

 

교원 1인당 학생 수 통계에는 영양교사 등 실제 수업하지 않는 교사들도 포함되어 있어, 실제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원의 수는 통계보다 훨씬 부족할 수 있습니다. 즉, 통계상으로는 OECD 평균에 근접하거나 심지어 더 나은 수치를 보일지라도, 실제 교실은 여전히 과밀학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2023년 기준 전체 초등 과밀학급 12만 5000여개 중 8만 4000개가 학급당 20명 이상이라고 지적하며,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로의 감축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합니다.

 

둘째, 현실을 외면한 탁상공론입니다.

 

교원 1인당 학생 수 기준은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의 교사 부족 문제와 대도시 과밀학급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지 못하는 모순으로 이어집니다.

 

소규모 학교는 교사 확보가 어려워 기간제 교사 비율이 높고, 대도시 학교는 여전히 콩나물시루 교실에서 허덕이고 있습니다.

 

서울교육청은 최근 3년간 서울 초·중등교사 정원이 전국 평균보다 더 크게 감소했음을 지적하며 내년도 초등교사 감축률을 1.7%로 낮추고 중등교사 정원은 동결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는 지역별, 학교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감축 기준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보여줍니다.

 

셋째, 미래 교육에 대한 역행입니다.

 

2025년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의 다양한 선택과목 개설을 위해 대폭적인 교원 증원을 필요로 합니다. 또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위해서도 교원 증원을 통한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이 필수적입니다.

 

때문에 현재의 ‘교원 감축 기조’는 이러한 미래 교육 정책의 성공적인 안착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기초학력 보장, 다양한 학교 운영 등 미래 교육 정책 방향을 고려해 교원 수급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실제 감축 규모는 이러한 정책 목표와 상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고려할 때, 교원 정원 산정 기준을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아닌 ‘학급당 학생 수’로 변경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숫자를 줄이는 것을 넘어, 실제 교육 현장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공교육 활성화와 교사 전문성 강화, 선순위는?


교원 감축 논의는 ‘경영 효율성’이라는 핑계로 공교육 활성화와 교사 전문성 강화라는 핵심 가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교육의 본질을 이루는 양대 축입니다.

 

공교육 활성화, 교사 전문성 강화 없이 불가능

 

공교육이 활성화되려면 학생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 간의 긴밀한 상호작용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적을수록 교육이 내실 있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교육 여건을 판단하는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교원 감축은 과밀학급을 심화시켜 이러한 상호작용을 저해하고, 결국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것입니다. 또한, 공교육 활성화는 농어촌 지역의 소규모 학교를 지키고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는 것과도 직결됩니다.

 

‘교원 감축’은 ‘학교 수 축소’로 이어져 지역 소멸을 가속화할 우려도 큽니다. 이는 교육의 기회균등을 훼손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교사 전문성 강화, 공교육 활성화를 위한 핵심 동력

 

우리나라 교사들은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수성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효과적인 교원 정책이 필요합니다.

 

교육 선진국들은 교원 처우 개선, 채용 확대, 업무 부담 감경을 통해 교원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핀란드’는 교사를 ‘신뢰받는 전문직’으로 대우하며, 교원 평가나 성과급 없이 교사에게 고도의 자율성을 부여합니다. 이는 교사들이 교육 본연의 활동에 집중하고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독일’은 교사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예비 교사의 수업 시간을 확대하고, 교직을 전공하지 않은 석사 학위 소지자도 교사 준비 과정에 지원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시골 지역 교사에게 보너스 급여를 지급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선진국 사례들은 교원 수를 단순히 줄이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이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야말로 미래 교육의 핵심임을 보여줍니다.

 

‘교원 감축’은 교사들의 사기를 저하하고, 우수 인재의 교직 유입을 막아 장기적으로 교사 전문성 약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따라서, 공교육 활성화와 교사 전문성 강화는 ‘선순위’를 따질 문제가 아니라, 동시에 추진되어야 할 교육 정책의 핵심 목표입니다.

 

학령인구 감소를 단순히 비용 절감의 기회로 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사의 전문성을 심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미래를 위한 전략적 투자, 교원 정책의 대전환을 촉구한다


‘교원 감축’은 단기적인 재정 효율성이라는 렌즈로만 교육을 바라보는 근시안적인 정책입니다.

 

진정한 효율성은 비효율적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시스템을 개혁해 낭비를 줄이고, 그 절감된 재원을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노후 시설 개선, 디지털 교육 인프라 구축 등 공교육의 질적 향상에 재투자하는 데 있습니다.

 

교사들을 단순한 인력 감축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미래 인재 양성의 핵심 주체로서 전문성을 존중하고 강화해야 합니다.

 

교사들이 교육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행정 부담을 경감하고, 자율성을 부여하며, 지속적인 전문성 개발을 지원해야 합니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이자 미래 세대에 대한 가장 확실한 투자입니다. 학령인구 감소는 위기이지만, 동시에 우리 교육 시스템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단기적 비용 절감이라는 유혹에 빠져 미래를 위한 투자를 포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정부와 교육 당국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공교육 활성화와 교사 전문성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전략적인 교원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 교육의 밝은 미래를 여는 유일한 길입니다.

 

 

김영배= 교육자이자 비영리 사회 단체장으로 25년 이상을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교육은 사회 성장의 기반이 되는 자양분과 같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교육학 박사로서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의 방향은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이기도 하다.

 

특히, 인적자산이 대부분인 대한민국의 현실에 비춰, 소통과 협력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지식보다 인문학적 소양과 다양성 교육이 미래세대에게 더 가치 있고 필요한 생활자산이라 생각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흐름 속에서 교육의 중요성이 더 강화되고 있다는 기본 인식 속에 미래 가치를 어떻게 준비하고 연구해야 하는지를 국내외 사례 분석을 통해 논해 보고 싶어 한다.

김영배 성결대 교수/ 지속가능경영학회장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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