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의 THE교육] 중국은 '공대', 한국은 '의대'...미래를 버리고 안전만 쫓는 나라

  • 등록 2025.07.31 1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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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사회의 꿈, 유치원부터 다시 써내려가야 할 교육 설계도

더에듀 | 교육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성장 자산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교육의 목적과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있어 학생들의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며, 함께 활용하는 방식을 찾아가는 소통 교육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독자의 관점에서 교육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교육의 방향에 대한 이해와 토론을 이끌어 내는 의미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이루기 위해 교육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충격의 역설: 과학영재들의 청진기 꿈


지난주 한 과학영재학교 진학설명회에서 목격한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졸업 후 진로 희망”에 대한 질문에 학생 10명 중 7명이 의대를 택했다.

 

수학 올림피아드 금메달리스트도, 국제 과학경진대회 수상자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미래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나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있는 천재들이 하나같이 청진기만 꿈꾸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사회의 모습일까?’

 

최근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 ‘공대 집착 중국 Vs. 의대 집착 한국’은 우리 교육의 뼈아픈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미래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동안 우리는 최고의 두뇌들을 면허라는 울타리 안으로만 밀어 넣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미래를 스스로 포기하는 집단적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


뿌리부터 썩은 교육 생태계


문제의 뿌리는 깊다.

 

우리 교육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안전 제일주의’에 매몰되어 있다. 모험보다는 안정을, 창조보다는 암기를, 도전보다는 순응을 가르친다.

 

이 시작은 유치원에서부터다. 5세 아이들이 한글과 영어, 수학을 선행학습 하며 ‘스펙 쌓기’에 내몰린다. 흙을 만지고 자연을 탐구하며 무한한 상상력을 키워야 할 시기에 아이들은 이미 치열한 경쟁의 톱니바퀴가 되어버린다. 창의력과 호기심이라는 인간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 이 시기에 벌써 꺾여버리는 것이다.

 

‘초등학교는 어떤가?’

 

국·영·수 위주의 획일화된 교육과정에서 아이들의 다양한 재능은 설 자리를 잃는다. 프로젝트 학습이나 토론 수업은 ‘입시에 도움이 안 된다’라는 이유로 뒷전으로 밀려난다. 융합적 사고나 문제 해결 능력보다는 정답을 빨리 찾는 기계적 스킬만 중요해진다.

 

중·고등학교에 이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다양한 진로 탐색은 사치가 되고, 오직 ‘좋은 대학 가기’만이 유일한 목표가 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생명공학 같은 미래 핵심 기술에 대한 교육은 뒷전이고, 인문학적 소양은 아예 포기 상태다.


중국의 역공: 국가 전략으로서의 인재 투자


반면 중국의 변화는 가히 혁명적이다. 칭화대와 베이징대에서 AI, 양자컴퓨팅, 반도체 관련 학과가 최고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정부는 ‘천인계획’을 통해 세계적 과학자들을 스카우트하고, 노벨상 수상자에게는 연구비만 수백억 원을 지원한다.

 

저장대학교의 경우 컴퓨터과학과 공학 계열이 입학 커트라인 상위권을 차지한다.

 

학생들이 미래 기술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자발적으로 이공계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는 곧 국가의 장기적 전략과 개인의 꿈이 일치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우리는 어떤가?’

 

카이스트 출신 박사가 치킨집을 차리고, 포스텍 졸업생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현실이다. 20년간 키운 인재를 3년 만에 포기하는 비극적 아이러니가 반복되고 있다.


지속가능사회의 꿈, 교육부터 바꿔야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비전은 어디에 있는가?’

 

환경과의 조화, 사회적 공정성, 미래 세대를 위한 터전 조성이라는 거창한 구호만 무성할 뿐, 정작 그 토대가 될 교육에 대한 근본적 성찰은 없다.

 

지속 가능 사회의 핵심은 ‘다양성’과 ‘혁신’이다. 획일화된 인재로는 절대 달성할 수 없는 목표다. 그렇다면 교육 시스템을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

 

유치원 교육부터 혁신해야 한다. 놀이 중심의 교육을 통해 창의력과 사회성을 기르고,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환경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 주입식 학습이 아니라 ‘스스로 탐구하고 질문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진정한 미래 교육이다.

 

초등교육에서는 국·영·수 편중에서 벗어나 예체능, 코딩, 환경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정답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 협업과 소통의 가치를 체화시키는 것도 필수이다.

 

중등교육은 진로 탐색의 황금기가 되어야 한다. 직업 체험과 멘토링을 통해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게 하고, 미래 핵심 기술에 대한 기초 소양을 쌓아야 한다. 동시에 인문학적 통찰력으로 기술 발전의 사회적 의미를 성찰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인재를 길러야 한다.


고등교육의 혁신: 연구 환경부터 바꿔라


무엇보다 고등교육의 혁신이 시급하다.

 

이공계 기피와 의대 쏠림의 근본 원인은 연구 환경의 열악함과 사회적 대우의 차이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어떤 교육개혁도 공허한 구호에 그칠 뿐이다.

 

정부는 이공계 핵심 인재들에게 의사 수준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보상을 보장해야 한다. 연구비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동시에 기업들도 단기 이익에 몰두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R&D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해외 인재 유치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싱가포르나 스위스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들이 몰려오는 허브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인재들도 굳이 해외로 나가지 않고도 세계적 수준의 연구를 할 수 있다.


선택의 기로: 기술 식민지인가, 혁신 강국인가


지금 우리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현재와 같은 의대 쏠림과 이공계 기피가 지속된다면, 한국은 미래 기술의 식민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미 AI 분야에서는 미국과 중국에 크게 뒤처졌고, 반도체마저도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한국의 교육열과 우수한 인적 자원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이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의대 정원 증원 같은 미봉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교육 시스템 전체를 지속 가능 사회에 맞게 재설계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존중받는 사회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교육이 미래다


교육은 국가의 미래다. 오늘 우리가 내리는 선택이 20년 후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안전만 추구하는 교육으로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 수 없다.

 

창의와 도전, 다양성과 혁신이 꽃피는 교육. 모든 아이가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교육. 이것이 바로 지속가능사회를 향한 우리의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미래를 버리고 안전만 쫓을 것인가, 아니면 과감한 변화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갈 것인가. 시간은 많지 않다.

 

 

김영배= 교육자이자 비영리 사회 단체장으로 25년 이상을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교육은 사회 성장의 기반이 되는 자양분과 같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교육학 박사로서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의 방향은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이기도 하다.

 

특히, 인적자산이 대부분인 대한민국의 현실에 비춰, 소통과 협력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지식보다 인문학적 소양과 다양성 교육이 미래세대에게 더 가치 있고 필요한 생활자산이라 생각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흐름 속에서 교육의 중요성이 더 강화되고 있다는 기본 인식 속에 미래 가치를 어떻게 준비하고 연구해야 하는지를 국내외 사례 분석을 통해 논해 보고 싶어 한다.

김영배 성결대 교수/ K-교육연구원 이사장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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