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대한민국에서 ‘입시’는 단순한 교육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측정하는 최후의 보루이자, 국가의 기틀을 지탱하는 정의의 척도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교육 현장을 보라. 영재교육은 기득권의 신분 세습 통로로 변질됐고, 농어촌 특례는 도시 사람들의 ‘꼼수 전입’ 무대로 전락했다. 부모의 정보력과 재력이 아이의 실력으로 둔갑하는 이 기막힌 현실 앞에서 학부모들의 분노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
“정의는 죽었는가”라는 냉소적인 탄식이 이 나라를 뒤덮고 있다.
가장 먼저 짚어야 할 대목은 이공계 인재 양성의 요람이어야 할 영재학교의 타락이다.
국가가 막대한 혈세를 쏟아부어 천재들을 키우는 이유는 단 하나, 대한민국의 미래 과학 기술을 선도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그 수재들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영재학교는 고수익이 보장되는 병원의 ‘흰 가운’을 입기 위해 의대 진학의 징검다리로 전락했다.
영재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공분은 극에 달해 있다. 영재학교 학생이 의대로 눈을 돌리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영재가 아니라 국가 자원을 좀먹는 ‘특권층의 탐욕’일 뿐이다. 이것은 명백한 국가적 인재 배분 시스템의 대실패이자,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이제 미온적인 대처는 끝내야 한다. 의대 진학 시 장학금 환수라는 가벼운 징벌이 아니라, 학적 말소와 졸업 취소에 준하는 가혹할 정도의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 국가적 혜택을 가로챈 자들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것이 바로 공정의 시작이다. 국가가 영재를 키우는 이유는 사익이 아닌 국익을 위해서라는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
농어촌 특례입학 제도의 변질 또한 묵과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지역 소멸을 막고 교육 소외 지역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숭고한 취지는 ‘가짜 시골 학생’들에 의해 난도질당하고 있다.
부모는 강남에 살며 돈을 벌고 아이만 시골로 주소지를 옮겨 혜택을 가로채는 ‘무늬만 농어촌’ 전형이 판을 친다. 정보력 빠른 도시 기득권층이 시골 아이들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이 기괴한 반칙을 언제까지 방치할 셈인가.
행정의 무능은 곧 범죄이다. 부모와 학생이 실제 그 지역에서 생활하는지 실시간으로 검증하는 시스템을 즉각 구축해야 한다. 거주 요건을 대폭 강화하고, 위장 전입이 적발될 경우 입학 취소는 물론 형사 처벌까지 불사하는 엄격함을 보여야 한다.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특례는 지역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마지막 신뢰 자산을 갉아먹는 독약이 될 뿐이다. 가짜를 솎아낼 배짱도 없으면서 교육의 균형을 논하는 것은 기만이다.
반면, 우리가 진짜 집중해야 할 곳은 따로 있다. 바로 사각지대에 놓인 ‘진짜 사회적 약자’들이다.
이들에게 단순히 입학 쿼터 몇 퍼센트를 내어주는 생색내기 행정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기초 학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대학 문을 열어준 뒤 나 몰라라 방치하는 것은 그들을 두 번 죽이는 무책임한 처사이다. 입학이 끝이 아니라, 그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 당당히 제 몫을 할 수 있도록 졸업까지 책임지는 ‘밀착형 포스트 케어’가 작동해야 한다.
학습 지원부터 생활비 보조, 심리 상담까지 이어지는 촘촘한 그물망 지원이야말로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복원하는 실질적인 동력이 된다. ‘숫자’로만 증명하는 결과 중심의 복지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이 실질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 중심의 교육 정의가 실현되어야 한다.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학벌은 그들에게 날개가 아니라 오히려 무거운 짐이 될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라.
학부모들이 갈구하는 것은 대단한 특혜가 아니다. 내 아이가 흘린 땀방울이 반칙과 꼼수에 의해 부정당하지 않는 세상, 가난이 대물림되지 않는 정직한 교육 현장을 원하는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 정의가 죽으면 그 나라의 미래는 보지 않아도 자명하다. 정부는 지금 당장 입시의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가짜들을 솎아내고 법치를 바로 세워라. 정신이 빠진 행정과 책임 없는 교육은 국가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꼼수가 실력을 이기고 반칙이 정의를 비웃는 사회에 내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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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 교육자이자 비영리 사회 단체장으로 25년 이상을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교육은 사회 성장의 기반이 되는 자양분과 같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교육학 박사로서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의 방향은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이기도 하다.
특히, 인적자산이 대부분인 대한민국의 현실에 비춰, 소통과 협력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지식보다 인문학적 소양과 다양성 교육이 미래세대에게 더 가치 있고 필요한 생활자산이라 생각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흐름 속에서 교육의 중요성이 더 강화되고 있다는 기본 인식 속에 미래 가치를 어떻게 준비하고 연구해야 하는지를 국내외 사례 분석을 통해 논해 보고 싶어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