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고교학점제 운명] ①개선 : 정미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부소장 "고질적 문제 들춰내 우리 교육 한 단계 발전시킬 것"

  • 등록 2025.05.20 15: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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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지성배 기자 | 고교학점제가 올해 고1 대상으로 전면 시행됐습니다. 지난 2018학년도, 일부 학교가 연구학교와 선도학교 등으로 지정되며 첫 모습을 보인 고교학점제는 준비 햇수만 8년이 걸린 정책입니다. 그러나 전면 시행 한 달, 현장 곳곳에서 준비 미흡으로 인한 혼란이 관측됩니다. 결국 교원단체들은 고교학점제를 두고 개선과 폐지 등의 목소리로 갈리고 있습니다.

 

이에 <더에듀>는 개선 의견을 내고 있는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와 폐지 의견을 내고 있는 교사노동조합연맹 관계자의 개별 인터뷰를 통해 주장의 이유를 알아보며 고교학점제의 운명을 관측해 보고자 합니다. 이번 편은 정미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부소장의 이야기입니다.

 

 

▲ 일단, 고교학점제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다면.

 

고교학점제는 모든 학생의 배움을 존중하며, 학생 스스로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춰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할 수 있도록 하는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 제도입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대학 진학 이전에 고등학교에서 자신의 진로를 깊이 탐색하고, 해당 분야에 필요한 과목을 미리 학습하며 적합성을 스스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학습에 어려움을 느끼는 과목이 있다면 필요한 보충 지도를 통해 학습 결손 없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받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 방향을 설정하여 대학의 전공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 경로를 스스로 설계하고 선택하며 그에 따르는 책임을 경험함으로써, 자기 주도적인 학습 역량과 공동체 안에서 성장하는 건강한 시민 의식을 함양하도록 돕는 미래형 교육 체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우선 전면 운영 두 달, 다양한 문제를 드러냈다는 성토가 나온다. 먼저 출결 문제에 대한 교사들의 불만은 무엇인가.

 

2022 개정교육과정에서는 다만 과목 담당 교사가 담당 수업 출결 사항을 나이스에 입력하고 마감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해서 이에 교사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 그럼 어떤 식으로 문제를 풀면 되나.

 

예전 방식대로 돌아가면 됩니다. 기존처럼 학급 출석부를 중심으로 담당 교사가 출결을 확인하고 담임교사가 나이스 출결을 입력하고 마감하는 방식이요.

 

아무래도 학생의 출결 사항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분은 담임교사이기 때문에 2023년 고교학점제가 도입되어 온 이래로 여전히 예전처럼 나이스에 출결이 입력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동 수업이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 만큼 많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2022 개정교육과정에서도 기존 방식대로 운영해도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어 보입니다.

 

▲ 등급제 상대평가 제도 속에서 학생들은 과목 선택에 있어 수강자 수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선택을 가장한 또 다른 경쟁장치라 비판하는데.

 

고1 과정은 전국의 고등학교가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목 모두 공통과목을 편성해야 하기 때문에 거의 동일하게 표준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합니다. 따라서 선택과목 이슈는 아직 고1에서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2023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적용되었고 대학입시에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2023년에는 9단계 상대평가가 실시되고 있었습니다. 9등급제에서도 학생들의 과목 선택은 있었고 물론 수강자 수가 많은 쪽으로 선택하려는 학생들의 경향은 나타나고 있습니다.

 

올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 내신 평가에 5등급제가 적용됩니다. 새로운 체제에서는 1등급이 상위 10%, 2등급이 누적 34%까지로, 전체 학생의 약 3분의 1이 2등급 이내에 포함됩니다. 이는 9등급제에 비해 상위 등급을 확보할 수 있는 학생 비율이 높아져, 학생들이 과목 선택 시 등급 경쟁 부담을 상대적으로 덜 느끼고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무엇보다 대학은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단순히 등급만으로 평가하지 않습니다. 수강자 수 대비 비율, 학생의 원점수, 과목 평균, 성취도(A, B, C 등) 및 성취도별 분포 비율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분석합니다. 따라서 학생들은 등급 숫자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고, 9등급제에서보다 과목 선택에 있어 더욱 폭넓은 선택을 고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2028학년도 대입에서는 상위권 대학들이 이러한 학업 성취도의 종합적인 분석과 더불어 학교생활기록부의 다양한 기록까지 함께 반영하여 학생을 선발할 예정입니다. 이는 단순히 등급만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학습 과정과 역량을 다각적으로 파악하려는 변화를 보여줍니다.

 

▲ 대입에서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는 것은 학생 입장에서 당연하지 않나. 고교학점제라는 제도의 문제로 봐야 하나.

 

맞습니다. 학생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여기서 '유리하다'는 것은 단순히 높은 성적을 받을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에 부합하여 학습 성과가 좋을 것이라는 기대를 포함하기도 합니다. 사실 인생에서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을 추구하려 노력하는 것은 일반적인 경향입니다.

 

물론 수강생 수가 적은 소인수 과목을 선택했을 때 상대적으로 등급 산출에 불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선택을 주저하는 학생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 입시에서는 학생의 단순 등급뿐만 아니라 해당 과목의 수강자 수, 그리고 학교에서 어떤 과목을 개설했는지 등 교육과정 편성 현황까지 종합적으로 참고하여 학생의 학업 역량을 다각적으로 평가합니다. 즉, 대학들은 고교학점제하에서의 학생 선택을 이해하고 평가하려 합니다.

 

따라서 학생들은 등급에 대한 지나친 불안감보다는 자신의 진로에 꼭 필요하거나 진정으로 흥미를 느끼는 과목을 소신껏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학생의 과목 선택권이 이전보다 다소 줄어들거나, 학교 교육과정상 소인수 과목이 생각보다 다양하게 개설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은 고려해야 합니다.

 

▲ 근본적으로 현재 평가체제와 입시제도는 고교학점제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고 보는 것인가.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바뀌어야 담을 수 있을까.

 

(내신) 고교학점제는 학생 개개인의 진로와 적성에 맞춰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하는 과정을 핵심으로 합니다. 이러한 제도의 취지를 살려 학교에서 다양한 과목이 개설되고 학생들이 성적 부담 없이 자유롭게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려면, 내신의 절대평가 도입이 필수적입니다.

 

상대평가 체제하에서는 학생들이 내신 경쟁에 유리한 과목으로 몰리거나, 원하는 진로 관련 소수 선택 과목 이수를 망설이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절대평가 환경이 조성될 때 학생들은 성적 경쟁에서 벗어나 자신의 흥미와 진로에 맞는 학습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학습 역량과 진로 역량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파악하는 데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반드시 갖춰져야 하는 전제 조건은 자사고와 특수목적고를 일반고 전환입니다.

 

(대입) 많은 연구에서 고교학점제에 가장 적합한 대입 전형으로 학생부 종합 전형을 꼽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고교학점제의 핵심 가치인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과목 선택 및 이수 과정'과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개인의 성장 및 역량'이 학교생활기록부에 가장 잘 담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학교생활기록부의 중요성이 더 이상 학생부 종합 전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현재 대학들은 정시 전형을 포함한 다양한 전형에서 학생부 기록을 평가 요소로 고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학들은 앞으로 대부분의 대입 전형에서 학교생활기록부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을 모두 중요하게 반영하는 형태로 학생 선발 방식을 설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학생부 위주 전형(종합/교과)에서는 학생부의 실질 반영률을 높이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활용하고, 논술이나 정시 전형에서도 수능 또는 논술 평가와 더불어 학생부의 학업 성취 수준이나 세부능력 특기사항 등을 함께 평가하여 학생을 선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어떤 전형으로 지원하든 관계없이, 고등학교에서의 충실한 학습 과정과 그 결과가 담긴 학교생활기록부가 대입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 최소성취수준 보장제를 두고 교사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문제의식은 무엇인가.

 

최소 성취 수준 미달 학생에 대한 보충 지도 의무화 조치가 올해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이는 해당 학생들이 과목의 학점을 이수하기 위한 필수 절차입니다.

 

그러나 모든 학생이 미이수 상태가 되어 학점을 취득하지 못하는 상황은 학교로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학교 현장에서는 어떻게든 학생들이 학점을 이수할 수 있도록 보충 지도를 융통성 있게 운영하려 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최소 성취 수준 보장 시스템의 실질적인 운영 책임이 학교 현장에 전적으로 맡겨진 상황입니다.

 

물론 해당 학생들을 위한 EBS 온라인 콘텐츠와 같은 지원 자료가 개발되어 있지만, 학생 파악, 상담, 필요한 경우의 예방 지도, 그리고 미도달 시 적절한 보충 지도 계획 수립 및 실행에 이르는 전 과정은 교과 담당 교사가 추가적으로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이는 교원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 미수/미이수 기준을 없애달라는 주장이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나.

 

최소 성취 수준 미도달 시 적용되는 미수/미이수 기준을 없앨 경우, 학생들의 최소 성취 수준 보장 지도가 실효성을 갖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2022학년도부터 최소 성취 수준 보장 지도를 전면 도입했으나, 보충 수업 참여가 학생의 선택에 맡겨지면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학생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학습 부담을 꺼렸고, 교사 또한 해당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보충 지도를 진행하는 데 부담을 느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교에서 최소 성취 수준 미달 학생 대상의 보충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결국 미수/미이수라는 기준이 학생 스스로 자신의 학습에 대한 책임을 인지하게 하는 중요한 장치임을 시사합니다. 따라서 이 기준이 존재해야만 학생이 자신의 학습 결과, 즉 최소 성취 수준 도달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지고 보충 학습에 참여하는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습니다. 학습에 대한 명확한 책임 기준이 있을 때 비로소 보충 지도를 포함한 최소 성취 수준 보장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 주목해야 할 것은 성취율 40% 내외의 아이들에 대한 교육당국의 입장 명확화와 교사들의 요구로 보인다. 자기주도학습이 되는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알아서 하지 않는가. 교사들은 어떤 요구를 해야 한다고 보나.

 

성취율 40%에 해당하는 최소 성취 수준 미달 학생들에게는 개별적인 맞춤형 교육과 일대일 멘토링이 절실합니다. 이러한 학생들에게 공교육 체제 내에서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를 전담할 교사 충원과 지역사회의 유기적인 지원 시스템 구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고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교육 통계 기준(2024년) 평균 23.5명으로, 학생 맞춤형 책임교육체제가 잘 구축된 핀란드(2021년 기준 19명)보다 많습니다.

 

핀란드에서는 기초 학력 미달 학생들을 위해 보조 교사를 일대일로 배치하여 집중적인 지도를 제공하며, 필요에 따라 교육과정을 벗어난 학생 맞춤형 개별화 지도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적용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은 최소 성취 수준 보장 지도가 학교 현장에서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인적·물적 지원 체제를 강화하고 관련 네트워크를 조성하여 학교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협력 체제를 시급히 구축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모든 학생이 기본적인 학력을 갖추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책임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 무엇보다 수도권과 지방의 교육환경 격차가 명확히 드러나는 것 같다. 공동교육과정, 온라인학교 등의 대비책이 충분히 작동하고 있다고 보나.

 

그동안 공동교육과정은 전국 교육청을 중심으로 학교 간 오프라인 및 온라인 공동교육과정, 전남의 꿈키움 캠퍼스와 같은 온ㆍ오프라인 블렌디드 및 대학교 기숙사 활용 합숙형 교육과정 등 다양한 형태로 체계화되었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고교학점제 도입 이전과 비교하여 농산어촌 및 도서벽지 학생들도 이전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과목을 이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는 교육 환경 격차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지, 그리고 변화하는 교육 환경에 맞춰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추가적인 지원과 개선이 필요한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논의가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 벌써부터 고교학점제 대비 과목 선택 전략, 내신 준비 전략, 입시 대비 등 사교육계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를 두고 사교육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현상은 고교학점제 도입 이전부터 우리 교육계의 오랜 문제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따라서 고교학점제가 사교육 증가의 주된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대학 입시에서는 이미 고교학점제를 고려하여 전공별로 이수 권장 과목 목록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학생 선발에 반영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수학, 과학 등 일부 교과의 특정 과목을 권장하는 수준이며, 학교에서도 이러한 사항을 반영하여 교육과정을 편성하기 때문에 학생이 학년별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다면 필요한 과목을 대부분 이수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대학별 권장 과목 정보는 해당 대학 입학처 홈페이지 모집 요강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일부 사교육 기관들이 학생과 학부모의 막연한 불안감을 자극하여 과목 선택 과정을 실제보다 복잡하게 호도하며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 또한 고교학점제 이전부터 학생부 관리를 위해 컨설팅을 받던 상황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현재는 고교학점제에 따른 학생부 및 과목 선택 컨설팅으로 형태가 바뀌었을 뿐입니다.

 

우리나라의 사교육 문제는 국가의 어떤 교육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무엇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여전히 강력한 대입 전형 요소로 기능하며 사교육을 견인하는 가장 큰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학생부 종합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대개 내신 성적 3등급 이내의 상위권 학생들이며, 이들 상당수가 수시와 함께 정시를 대비하기 위해 수능 준비를 목적으로 사교육 기관을 찾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 무엇보다 교사들의 어려움은 다교과 지도로 보인다. 교과 1개가 늘어나면 1명의 업무가 비례해 늘어난다고 봐야 하나.

 

고교학점제 운영으로 인해 교사가 담당해야 할 과목 수가 증가하면서, 이것이 곧바로 교원 1명분의 업무 증가로 직결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전반적인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해외 고교학점제 운영 사례를 보면 교사 1인당 3~4개, 많게는 5개 과목을 담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담임 제도가 없거나 학생 출결 통보 등 행정 업무를 행정실에서 전담하는 등 교사가 수업과 평가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사들은 학생 생활 지도, 대입 상담, 학부모 상담뿐만 아니라 상당한 분량의 행정 업무까지 포괄적으로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여기에 추가적인 과목 지도 부담까지 더해지면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현재 많은 고등학교에서 담임교사는 주로 1개 과목을, 비담임교사는 2~3개 정도의 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추가적인 과목 지도를 하는 경우 교원 성과급에 일부 반영되기도 하지만, 이는 증가하는 업무 부담을 충분히 해소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 그렇다면 수요가 적은 교과목 교사들에겐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고교학점제 운영에 따라 발생하는 다양한 과목 개설 및 소수 선택 수업 문제를 해결하고 교사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안들이 활용되거나 모색되고 있습니다.

 

첫째, 순회 교사제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수요가 적은 과목의 경우 학교 간 일대일 교환 방식으로 순회 교사를 활용하거나, 고교학점제 도입 이후에는 거점학교에 배정된 교사가 지역 내 여러 학교를 순회하며 수업만을 전담하는 새로운 형태도 도입되었습니다.

 

둘째,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을 통한 수업 운영입니다. 온라인 학습 환경은 지리적 한계와 시간 제약을 극복하는 장점이 있지만, 모든 학생에게 적합하지는 않으므로 온·오프라인 블렌디드 형태의 교육과정 운영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실제 전남의 꿈키움 캠퍼스 등에서 이러한 모델을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셋째, 교사의 전공과 무관하게 지도할 수 있는 교양 교과목을 활용하는 방안입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다양한 교사의 지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교양 수준의 과목들을 개발하여 학교 교육과정에 편성하고 있습니다. 이는 특정 전공 교사만 담당할 수 있는 과목 개설의 어려움을 일부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안들은 고교학점제 하에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교원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 결국, 고교학점제 운영 두 달의 혼란은 고교학점제의 문제가 아닌 오히려 고교학점제가 우리 교육의 문제를 들춰낸 것이라는 주장으로 해석되는데.

 

예, 맞습니다. 고교학점제 시행 과정에서 나타난 혼란은 단순히 새로운 제도의 도입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교육 시스템이 오랫동안 안고 있던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여실히 드러낸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 제기되는 어려움들을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표면화됩니다.

 

첫째, 그동안 학교가 학생의 다양한 진로 탐색과 그에 따른 맞춤형 교육과정 이수 지원에 미흡했음이 드러났습니다. 학교는 마땅히 학생들이 꿈을 찾고 미래를 준비하는 공간이어야 하지만,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에 갇혀 학생들의 다채로운 꿈과 잠재력을 충분히 지원하지 못했음이 밝혀진 것입니다.

 

둘째, 책임 교육, 특히 학생들의 기초 및 기본 학력 보장에 소홀했던 측면이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기초 학력 보장 지도 계획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할 뿐, 실제적인 보충 지도나 학생 수준을 고려한 과목 선택(예: 기본 수학, 기본 영어 등)에 대한 실질적인 배려가 부족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셋째, 학생 성장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절대평가 도입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었습니다. 학생 개개인의 진로에 따른 자유로운 교육과정 선택과 이수는 절대평가가 안정적으로 뒷받침될 때 더욱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넷째, 마지막으로, 학교가 교육부의 새로운 교육정책을 충분한 소통이나 지원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하부 기관처럼 기능해왔다는 현실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습니다. 고교학점제 시행 초기부터 학교 현장은 교육부와 교육청에 반복적으로 지원을 요청했으나, 상황 개선이 미미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고교학점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우리 교육 전반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과제임을 시사합니다.

 

▲ 그렇다면,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현 시점에서 고교학점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명확합니다. 앞서 지적된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 제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학생의 진로와 연계된 교육과정 이수 체제를 실질적으로 구축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진로 코디네이터 배치 확대, 맞춤형 진로 탐색 및 설계 프로그램 개발 지원을 강화해야 합니다. 기존 진로 교사와의 협력 체계를 강화하거나 필요시 신규 인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둘째, 초·중·고 연계 책임교육 체제를 구축하고 지원 시스템을 강화해야 합니다. 모든 학생의 기초 및 기본 학력 보장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계획 수립 및 이행을 지원해야 합니다.

 

셋째,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절대평가 도입을 추진해야 합니다. 특히, 학생의 진로에 따른 자유로운 과목 선택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는 자율형 사립고와 특수목적고의 일반고 전환을 전제로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고교학점제 하에서 학생 진로에 맞는 다양한 교육과정 선택이 가능해진다면, 특정 분야에 특화된 별도 유형의 학교 운영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넷째, 학교 현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교육부와 교육청의 역할을 혁신해야 합니다. 일방적인 정책 하달이 아닌, 학교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필요한 인력, 예산, 컨설팅 등을 시의적절하게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을 통해 고교학점제가 교육의 문제를 들추어내는 것을 넘어, 우리 교육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성배 기자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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