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사서교사는 문해력, 정보활용, 미디어리터러시 등 미래교육의 핵심을 담당하며 학생들의 경험과 지평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더에듀>는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아이들의 학습과 경험을 돕고 있는 사서교사의 교육활동을 알아보기 위해 ‘전국사서교사노동조합’과 기획연재 ‘사서교사와 미래교육’을 마련했다. 교수 설계 전문가로서의 사서교사 위상을 알림으로써 배치 확대 필요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

사서교사, 책 속에서 미래 교육을 읽다
‘학생들에게 책 읽기는 여전히 무겁고 지루한 과제일까, 아니면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길일까?’
인공지능이 일상이 된 지금, 오히려 고전적인 독서가 미래 교육의 열쇠라고 믿는 교사들이 있다. AI가 발달할수록 더 깊은 사유와 성찰이 필요하고, 이를 길러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독서라는 것이다.
이런 독서 수업은 독후 활동이나 과제 위주가 아니다. 책을 직접 읽고, 그 속에서 질문하고 대화하는 과정 자체를 수업의 중심에 둔다.
학생들이 책과 마주하며 자기 생각을 길어 올리고,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사고를 확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러한 수업 방식을 꾸준히 연구해 오고 있는 동아리 SLL ZEUS(경남 사서교사 독서 중심 수업 연구 동아리)가 이번에는 교육학 수업에 독서를 접목했다.
독서로 풀어간 교육학 시간, 그 수업의 현장으로 들어가 보자.
루소의 ‘에밀’로 진행한 교육학 수업
미래 교육의 핵심은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과정, 특히 교과 수업 내에 독서가 접목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고등학교 교양 수업과목인 ‘교육학’ 수업에 독서를 접목한 수업을 설계했다.

- 읽기 도서와 감성Book 준비
수업의 첫걸음은 ‘준비’였다.
이번 수업의 핵심 활동이 책 읽기인 만큼, 학생들의 수만큼 루소의 ‘에밀’을 준비했다. 여기에 ‘감성Book’이라는 활동 노트도 함께 제공했다.
감성Book은 책을 읽으며 떠오른 생각과 감정을 기록하고, 자기 이야기를 채워 넣을 수 있는 개인화된 독서 기록장이다.

- 책을 열기 전– 관계 만들기와 배경지식 쌓기
첫 수업에서는 학생들과 간단한 자기소개를 나누고, 앞으로의 수업 흐름과 목표를 안내했다. 이어 책 읽기와 토론을 함께할 ‘동반자’로서의 모둠 구성이 진행됐다.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협의 과정을 거쳐 3~4인 모둠을 꾸렸으며, 이렇게 결성된 모둠은 이후 수업에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함께 성장해 나갔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전에 작가 장 자크 루소의 삶을 먼저 살펴보았다.
어린 시절부터 사회적 불평등을 온몸으로 겪었던 그의 이야기는 학생들에게 ‘에밀’을 읽는 중요한 배경지식이 되었다
- 수업의 기본 틀: ‘책 읽기 + My Pick’

수업은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진행됐다.
1. 함께 읽기 – 매 차시 일정 분량을 모둠별로 돌아가며 소리 내어 읽는다. 2. My Pick – 그날 인상 깊었던 부분이나 불편했던 내용, 의문이 남은 장면, 혹은 책을 읽는 동안 떠오른 자신의 경험 등 ‘나만의 선택’을 정해 기록하고 발표한다. |
이 활동은 독서의 본질인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데 초점을 두기 위해 개발된 방법으로 학생들이 부담될 만한 활동은 최대한 배제하려 했다. 따라서 정답을 미리 정해두거나 교사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으며,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 기울였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책과 자기 생각을 연결하고, 또한 친구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대화를 확장해 나갈 수 있었다.
- 이야기 속으로 – ‘에밀’을 따라가며
‘루소의 에밀’은 가상의 소년 ‘에밀’을 설정해, 그가 태어나서 성인이 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통해 루소의 교육 철학을 보여준다. ‘에밀’을 읽어가며, 각 시기에 필요한 교육을 학생들과 함께 나누어 보았다.
교육은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루소는 이 시기에 부모의 역할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수업에서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으며 ‘부모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대부분의 학생이 ‘사랑’, ‘따스함’ 같은 긍정적인 단어를 적었지만, 한 학생은 ‘술병’, ‘무관심’이라고 답했다.
수업에서는 언제나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긴다. 그 대답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이를 계기로 학생의 입장을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결국 같은 책을 읽더라도 매시간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하고, 그 경험이 교사에게도 배움의 순간이 된다.
책을 읽은 뒤, 학생들과는 ‘교육 지침 변신 카드’ 만들기 활동을 했다. 책 속 문장을 그대로 옮기기도 했지만, 각자가 경험에서 깨달은 지침을 자기 언어로 적어 넣기도 했다.
한 학생은 ‘아이의 실패를 기다려 주자’라고 썼고, 또 다른 학생은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같이 좋아하자’라고 적었다. 학생들 스스로 자신만의 교육 철학을 만들어 냈다. 이 작은 활동 속에서 책 읽기가 곧 자기 성찰과 확장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루소는 아동기의 즐거운 경험이 성인이 되어서도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그래서 수업에서는 미래에 내가 부모가 된다면 아이와 해보고 싶은 일을 적는 ‘버킷리스트 만들기’를 진행했다.
세계 일주, 화성 탐방 같은 거창한 계획부터 인생네컷 찍기, 전시회 가기처럼 소소하지만 따뜻한 순간까지 다양했다.
한 학생은 “모든 활동을 아이와 함께 해나가며 행복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때로는 스승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내 곁에 있는 학생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독서는 또 다른 비판의 장
책을 읽어가던 중, 학생들 사이에서 때로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순간도 있었다.
루소의 교육 철학이 현실에 과연 적용 가능한가를 두고, “자녀를 모두 보육원에 버린 사람인 만큼 그의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 “여성 교육에 대해서는 모욕감을 느낀다”라고 비판하기도 했고, 다른 쪽은 “비록 과거 자신의 행동이 바람직하지 않더라도 그것을 깨닫고 참회한다면 이상적인 교육론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 시대적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등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이처럼 비판의 소리, 상반된 목소리를 들으며 학생들이 단순히 책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갖고 책을 읽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교사로서 그 순간이야말로 수업이 살아 숨 쉬는 장면이라고 느꼈다.
사서교사가 본 미래 교육의 방향
이 수업은 교사가 정답을 알려주는 대신, 학생이 스스로 책 속에서 생각을 찾아내고 확장하는 과정이었다.
교과서처럼 ‘옳음’만 제시하는 자료가 아니라, 비판과 재해석이 가능한 도서를 통해 학생들은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었다. 책 속 이야기와 자신의 경험을 연결하는 순간, 학생은 독자가 아니라 ‘사유하는 주체’가 된다. 이것이야말로 미래 교육의 핵심일 것이다.
참고
이번 기사에서 소개한 수업 사례의 구체적인 흐름과 활동은 ‘좌충우돌 별난 책 읽기’( https://ntlu.padlet.org/zeus/padlet-c8yi212rivs0lw6i)에 정리돼 있다. 수업 단계별 세부 활동과 에피소드를 더 보고 싶은 독자는 온라인에서 해당 자료를 참고할 수 있다.
나희정= 교과와 연계한 독서 중심 수업을 연구하는 사서교사 동아리 SLL ZEUS에서 활동하고 있다. 쉽고, 널리 활용될 수 있으며, 사서교사만의 매력을 담은 수업을 만들기 위해 함께 고민한다. 독서를 바탕으로 한 철학 수업을 비롯해 교육학, 심리학, 보건, 환경 등 다양한 영역의 수업을 진행하거나 준비 중이다. 학교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효과적인 독서 교육을 찾고자 늘 배우고 연구하며, 이를 뒷받침해 줄 새로운 독서 수업을 탐구하고 있다.(*SLL ZEUS는 뜻을 함께하는 사서교사들이 모여 만든 독서 중심 수업 연구 동아리이다. SLL은 School Library Leader의 약자로, 학교도서관을 이끄는 리더가 되자는 뜻에서 시작됐다. 최근에는 독서 수업의 방향성을 담아 Simple, Liberal, Luminous라는 의미도 더해 사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