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학문의 세계는 끊임없이 연구 결과를 내놓는다. 평생 배우는 전문직이자 평생학습의 모범이 되어야 할 교육자가 이런 연구를 계속 접하면 좋겠지만, 매일의 업무로 바쁜 일상에서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독자를 위해 주말 취미가 논문인 객원기자, 주취논객이 격주로 흥미롭고, 재미있고, 때로는 도발적인 시사점이 있는 연구를 주관적 칼럼을 통해 소개한다. |

사회정서 교육 프로그램이 지난해 시범 운영을 마치고 올해부터 우리나라 학교에도 본격 시행된다.
학계에서는 사회정서 학습이 사회정서 기술 함양과 학업성취도 신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대체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여전히 그 방법과 효과에 대해서는 여러 이견이 있다.
이미 이전부터 사회정서 학습을 추진해 온 북미에서도 교과에 포함하는 게 효과적인지 별도의 교육을 하는 게 좋은지, 학교별 일괄 시행 프로그램이 나은지 특성 집단별 프로그램이 나은지, 외부 민간 대행이 나은지 교사 자체 운영이 나은지 등의 쟁점들이 있다.
예일대 교육협력 연구소에서 사회정서 교육 효과 검증
마침 이런 쟁점의 답을 찾아보려 한 연구가 있다. 크리스티나 시프리아노 예일대 교육협력연구소장이 13명의 공동 연구자와 함께 2023년 7월 13일 미국 아동발달연구학회의 학회지 ‘아동발달’지에 발표한 논문이다.
‘사회정서 학습의 증거 현황: 학교 기반 전체 학생 대상 사회정서학습 개입에 대한 최근 메타분석(The state of evidence for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A contemporary meta-analysis of universal school-based SEL interventions)’이란 제목의 이 연구는 53개국 424개 연구를 통해 57만 5361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252개 사회정서 개입을 검토한 메타 연구, 즉 기존의 연구를 모아서 다시 분석한 연구다.
이 연구에서 살펴본 내용은 이들 전체 학생 대상 사회정서 교육의 효과가 어떤 부분에 나타났는지와 여러 조건에 따른 효과의 차이다.(굳이 학습이 아닌 교육이라고 번역한 이유는 학교 또는 교사에 의해 시행된 의도적 개입이기 때문이다.)

전반적 효과는 일관성 있게 나타난다
사회정서 교육의 효과는 안정화된 랜덤 효과 모델(Robust Random Effect Model)로 효과 크기를 비교했는데 △학교 문화·안전 △시민성 태도·행동 △사회정서 역량 △교우 관계 △태도·신념 △친사회적 행동 △외현화 행동(외적 문제 행동 발현) 감소 △정서적 고통 감소 △학교 기능(학교생활 적응) 등의 순으로 유의미한 효과를 나타냈다.
학교 기능 중 학업성취도에도 소폭의 긍정적 효과를 확인했으나 가족 관계, 신체적 건강, 생활지도 결과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 가지 역량보다는 종합적 접근 효과적
연구는 한 가지 특정 역량에 초점을 맞춘 교육보다는 최신 SEL 체계 중 하나를 적용해 종합적으로 접근할 경우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 사회정서 교육 프로그램의 기반인 사회정서학습협회(CASEL)의 5가지 역량을 사용했을 때 ▲교우 관계에서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
3가지 영역으로 역량을 구분한 사회정서 학습을 위한 체계(The Framework for SEL)를 사용했을 때는 ▲교우 관계와 ▲정서적 고통에서 더 좋은 결과를 보였다.
생태학적 접근을 통한 사회·정서적 학습(EASEL Taxonomy) 체계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또한, 체계적(Sequenced), 능동적(Active), 집중적(Focused), 명시적(Explicit) 등 4개의 기본 원칙(SAFE)을 모두 포함한 교육 프로그램이 그렇지 못한 프로그램보다 사회정서 역량 증진과 외현화 행동 감소에 효과적이었다.
대인 관계보단 자기 관리 먼저 가르쳐야
사회정서 교육 프로그램의 시행 순서에 대해서는 자기 정서 관리 등을 포함하는 개인 내적 역량을 대인 관계적 역량들을 포괄하는 개인 간 역량보다 먼저 가르치는 것이 학교 문화 개선에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사회정서 역량, 태도와 신념, 외현화 행동 감소 영역에서도 소폭이지만 유의미하게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교사 시행 효과는 입증, 교과 융합 효과는 부정
흔히 생각할 수 있듯이 교사가 시행한 교육이 외부 인사에 의한 프로그램보다는 학교 기능에서 더 큰 효과를 나타냈다. 이는 많은 다른 연구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결과다.
반면에 사회정서 교육을 교과 학습에 융합시키면 더 효과가 클 것이라는 가정은 기각됐다. 여러 교육당국이나 교사 단체에서는 자연스럽게 교과 학습에 융합시키는 것이 효율적이고 좋을 것이라는 가정을 하는데, 이 부분을 좀 더 집중해서 조명한 다른 연구를 보면 '공부를 잘 하지 못하는 학생이 겪는 교과 학습의 어려움이 결국 사회정서 교육에도 장애물이 돼 효과가 떨어진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교육 기간이 길면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가정도 기각됐다. 오히려 반대로 '16주 이내의 교육이 16주를 초과한 교육보다 유의미하게 학생 외현화 행동 감소에 긍정적인 효과'를 끼쳤다.
국가, 학생 연령 등은 큰 영향 없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 국가와 시행한 국가가 같을 경우 효과가 더 큰지에 대해서도 검토했는데 대부분 영역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다만, 학생 외현화 행동 감소에서는 동일 국가에서 개발·시행할 경우 효과가 조금 더 있었다.
학생 연령에 따른 효과도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딱 한 가지 차이는 십 대 초반에 시행한 교육이 십 대 중후반에 시행한 교육보다 시민 태도와 행동에 소폭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지만, 이 결과를 의미 있게 입증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한 정도였다.
이제는 ‘어떻게’에 관심 가질 때
이 논문의 여러 제언과 제한점은 찾아서 읽어보고 싶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긴다. 다만, 이미 사회정서 학습의 확장은 세계 교육의 트렌드가 됐고, 효과성은 십수 년에 걸쳐 수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최근에는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까지도 교육 현장에 사회정서 교육을 주문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도 지난 수년간 그랬듯 여전히 사회정서 학습이 늘어나고 있는 미국에서조차 효과성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왜냐하면, 이 연구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방법에 따라 효과 자체도, 효과가 나타나는 영역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사회정서 교육을 전면 시행한다는 제도적 접근보다는 좀 더 ‘어떻게’에 집중해서 고심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또한, 이번 연구가 전교생 대상 교육만 대상으로 한 만큼 학급별, 혹은 특정 대상 집단별 교육의 효과는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UC버클리대의 한 연구에서는 특정 소외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정서 교육이 전체 학생 대상 교육보다 효과 있다는 결과도 있다.
예일대 교육협력연구소에서는 이후에도 사회정서 학습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 새로 시작한 연구 7가지를 소개하면 △사회정서 학습이 학업성취를 증진하는가 △학생들은 어떻게 자신들의 정서를 학교에서 관리하는가 △사회정서 교육의 방법론 △모든 학생이 사회정서 학습의 유익을 누리기 위한 방법 △사회정서 학습이 인종적 평등과 사회 정의를 증진할 수 있나 △확장하는 젠더와 성 정체성을 사회정서 학습을 통해 어떻게 지원할 수 있나 △사회정서 학습과 공정성은 어떻게 교차하나 등이다.
이번 논문을 더 자세히 읽고 싶은 독자를 위한 링크는 아래와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