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 한편에는 유난히 붉게 남은 감 몇 알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농부는 마지막까지 알뜰히 챙길 수 있었음에도 일부러 감을 남겨둔다. 겨울을 버티는 산새들을 위한 작은 배려, 혹독한 계절 속에서도 생명의 숨을 잇게 하려는 지혜이다.
이 ‘까치밥’은 단순한 잔여물이 아니다. 자연의 순환을 이해하고 타자를 향한 온기를 잃지 않는 농부의 여유와 통찰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그리고 이 오래된 관습은 오늘 우리의 교육, 특히 미래 인재를 키우는 ‘인재교육’의 방향을 비추는 비유가 될 수 있다.
지금의 교육은 효율과 성취를 쉼 없이 요구한다. 학생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고, 학교는 결과 중심의 체제로 끌려가며, 교사는 지식 전달 이상의 여지를 마련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러나 농부의 감나무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모든 것을 다 거두어 버리는 교육은 생태를 무너뜨린다는 사실이다. 여유를 지닌 교육만이 지속가능한 미래의 성장을 낳을 수 있다.
까치밥의 정신을 교육에 적용한다는 것은 학생 안에 남겨둘 ‘성장 여지’를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아이들은 아직 익지 않은 감과 같다. 결점처럼 보이는 부분도 사실은 시간이 필요할 뿐이며, 그들은 스스로 익어 갈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를 기다려 주는 태도는 낭비가 아니라 본성에 대한 신뢰이다.
지나친 개입과 조기 완성의 압박은 오히려 교육의 경관을 황량하게 만들 뿐이다. 마치 중국의 어리석은 농부처럼 심은 벼를 빠르게 자라게 하려고 억지로 쑥 뽑아 올리고 좋아했으나 이내 벼들이 죽고 말았던 ‘발묘조장(拔錨助長)’의 교훈처럼 말이다.
실제 사례도 있다. 한 중학교에서 진행한 ‘여유 시간 프로젝트’는 놀라운 변화를 불러왔다. 매주 한 시간, 학생들이 원하는 활동을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도록 한 것이다. 어떤 학생은 폐자재로 작은 의자를 만들었고, 다른 학생은 학교 텃밭을 가꾸며 식물 일지를 작성했다.
성적 향상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었지만, 프로젝트 후 교사들은 공통적으로 “아이들의 눈빛이 살아났다”고 말했다. 자율성이 허락되자 학생들은 스스로 배우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자연스럽게 몰입했다. 여유가 학습 동기를 자극한 것이다.
또 다른 고등학교에서는 ‘미완성 과제’ 제도를 운영했다. 일정 기간 안에 끝내지 못한 과제라도 과정 기록이 충분하면 평가에서 감점 없이 인정해 주는 방식이었다.
처음엔 느슨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학생들은 ‘성공한 결과’보다 ‘시도한 과정’이 존중받는다는 사실에 안도했고, 오히려 더 깊고 독창적인 시도를 해냈다. 무엇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자 팀 프로젝트의 질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이것은 감나무에 남긴 몇 알의 감처럼, 학생에게 남겨둔 심리적 여유의 힘을 보여준 사례라 할 것이다.
인재교육은 단지 지식과 기술을 많이 주입하는 일이 아니다. 메말라가는 생태에 마지막 열매 한 줌도 남기지 않는 것처럼, 학생에게 여유 없이 모든 성취를 요구하는 교육은 결국 소진과 탈락을 낳는다. 반대로, 여백과 숨을 남겨두는 교육은 아이 안의 ‘자생 능력’을 자라게 한다. 인재는 만들기보다 자라게 하는 존재이며, 그 성장의 조건은 배려·기다림·신뢰일 뿐이다.
농부는 까치밥을 남기며 때로는 손해를 감수한다. 그러나 그는 안다. 이 작은 배려가 다음 해 더 풍성한 자연을 만든다는 사실을 말이다.
교육도 이와 같다. 아이에게 남겨두는 ‘여유의 감’은 오늘의 성적을 조금 늦출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스스로 배우는 힘, 협력하는 힘,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힘을 길러 준다. 이것이 바로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진짜 인재의 기초 체력이라 할 것이다.
황량한 들판 속 붉은 감 몇 알이 우리에게 속삭인다.
“전부 거두지 말라. 남겨두어야 새가 살고, 새가 살아야 다시 숲이 된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학생 한 사람의 내면에 남겨진 작은 여유가, 미래 사회 전체를 지탱할 큰 숲을 키울 수 있다. 우리의 인재교육은 이제 이 오래된 지혜를 다시 불러와야 한다. 까치밥처럼 배려와 여유를 남기는 교육, 그곳에서 비로소 진정한 인재가 자랄 것이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