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교육은 삶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삶 그 자체이다.”
100년 전, 미국의 철학자 존 듀이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은 당시에도 혁명이었고, 지금의 한국 교육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여전히 교실 안의 학생들은 문제를 ‘풀고’ 있지만, 현실 문제를 ‘해결’하진 못한다. 여전히 시험을 잘 보는 법은 가르치지만, 삶을 잘 사는 법은 배우지 못한다.
2025년 현재, 우리는 매일 아침 학부모 단톡방의 한숨, 교사의 탈진, 학생의 무기력 속에서 교육의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매 정부마다 수능 체계 개편이 반복되고, 정시·수시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정작 질문해야 할 것은 제도의 형식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이다. 그 질문에 가장 명확히 답할 수 있는 철학자, 바로 존 듀이다.
“배움은 살아있는 경험이어야 한다”
듀이는 교육을 ‘정보 전달’이 아니라, 학생이 실제 삶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 나가는 경험의 과정으로 보았다. 그는 아이들이 교실 안에서 책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험하고, 토론하고, 질문하는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력과 시민적 책임감을 길러야 한다고 믿었다.
그의 철학을 한국의 한 교실에 적용한 사례가 있다. 경기도 고양의 한 중학교에서 실시된 ‘로컬 프로젝트 수업’이다. 이 수업에서 학생들은 지역의 버려진 공간을 직접 답사하고, 주민 인터뷰를 통해 문제를 조사한 후, 리모델링 계획을 발표했다. 그들은 수업 시간을 ‘지역 사회를 바꾸는 시간’으로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자존감과 연대의식을 배웠다.
수업에 참여한 한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처음으로 내가 공부를 ‘해야 해서’가 아니라, ‘하고 싶어서’ 한 것 같아요.”
이것이 바로 듀이가 말한 ‘경험으로서의 교육’이다. 시험지를 푸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스스로 문제를 찾고, 배우고, 변화시키는 주체로 서는 일, 진짜 공부는 교과서에 있지 않고, 세상 속에 있다는 깨달음이다.
그렇다면 지금, 왜 존 듀이인가?
지금 한국 교육이 겪는 위기는 ‘제도의 위기’이자, 동시에 ‘철학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교육이 성적과 입시에만 집중되면서, 사람을 성장시키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교실은 점점 더 경쟁을 강화하는 시스템의 일부가 되었고, 학생은 ‘문제 해결자’가 아니라 ‘정답 수용자’로 길러진다. 하지만 존 듀이의 철학은 우리에게 다른 길을 제시한다.
그는 말한다. 교육은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아이들은 미래의 시민으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이다. 교실은 세상을 축소한 실험실이어야 하며, 교사는 지식을 주입하는 존재가 아니라 경험을 안내하는 조력자여야 한다고 말이다. 지금 우리가 필요한 것은 시험 방식의 개편 이전에, 교육을 보는 눈 자체를 바꾸는 일이다.
한국 교육의 내일 “입시를 위한 교육에서, 삶을 위한 교육으로”
언제부터인지 서서히 전국 곳곳에서 변화의 씨앗은 싹트고 있다. 프로젝트 기반 학습, 학생 주도 수업, 마을교육공동체 등은 듀이의 철학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실천들이다.
문제는 이 시도들이 제도와 성적 중심 문화 속에서 한낱 실험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교육 정책이 철학과 결합되어야 한다는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수동적 암기에서, 주체적 탐구로, 분절된 교과서 지식에서, 연결된 삶의 맥락으로, 존 듀이의 사상은 이상적인 말 잔치가 아니라, 지금 여기의 한국 교육을 살릴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철학적 나침반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입시 앞에 아이들을 앉혀놓고, ‘너의 꿈은 뭐니?’라고 묻는 일이 부끄러웠어요. 지금은 함께 꿈을 찾는 수업을 만들기 위해 다시 공부 중입니다.”
그는 듀이의 책을 다시 꺼내 읽는다. 교육은 여전히 가능하다고, 아이들은 바뀔 수 있다고, 그리고 교실이 다시 삶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믿기에 그렇게 행동에 나선 것이다. 그렇다. 지금 우리 교육이 가장 필요한 건 매번 반복되는 형식적인 (입시) 제도 개편이 아니라 사람을 믿는 철학이다.
존 듀이가 지금 이 땅에 있다면,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학교는 삶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삶은, 아이들의 것이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