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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THE교육] 가을야구, 교실 밖의 위대한 수업

 

더에듀 |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이맘때쯤 야구장은 오히려 더욱 뜨거워진다. 많은 이가 기다리고 고대하던 가을야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경기장에서 바라보는 선선한 바람 속, 마운드 위의 선수들은 여전히 땀으로 얼룩진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프로야구의 포스트시즌, 이른바 ‘가을야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홈팀과 원정팀의 지역은 그 어느 축제보다 활력이 넘치고 살아 움직인다.

 

선수들의 승부는 단지 공과 방망이의 싸움이 아니다. 그 안에는 치열한 삶이 있고 교육이 담고자 하는 모든 가치(끈기, 협력, 도전, 회복)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우리의 청소년들은 그 장면들을 보고 듣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때로는 교실보다, 교과서보다 더 진한 가르침이 바로 이 가을의 그라운드에서 피어나기 때문이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위로 – 오재원의 마지막 눈물


2022년 가을, 두산 베어스의 오재원 선수가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수비수였고, 팀을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리더였다. 하지만 은퇴식 날, 그는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후회도 많았고, 부끄러운 날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건…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 한마디는 수많은 청소년에게 울림을 주는 메시지였다. 바로 실패와 후회도 괜찮다, 중요한 건 끝까지 자신을 놓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지금 교실에는 시험 성적 앞에서 자신을 부정하는 아이들, 친구 관계에서 실망하고 무너지는 아이들이 많다. 그러나 그들에게 오재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실패도 삶의 일부이며, 넘어졌다고 끝이 아니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건넬 수 있다.

 

교육은 ‘완벽한 아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법을 가르치는 일이어야 한다.

 


벤치의 1분 – 김강민이 보여준 팀의 품격


2020년 가을, SSG 랜더스의 베테랑 김강민 선수는 중요한 한국시리즈에서 선발이 아니었다. 많은 이가 그를 잊고 있을 즈음, 결정적인 순간 대타로 나와 극적인 홈런을 쳤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는 말했다.

 

“1분이라도 뛰게 해주시면, 그 1분을 위해 모든 걸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 말은 교실 안 모든 학생에게 적용된다. 우리는 흔히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만 주목한다. 하지만 교실 뒤편, 조용히 자신의 ‘1분’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아이들이 있다. 교사는 그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책임과 역할을 떨쳐내서는 안 된다.

 

김강민은 그날 홈런을 쳤지만, 더 큰 홈런은 모든 순간을 성실히 준비하는 삶의 태도였다. 이 태도야말로 우리가 학생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교육의 핵심 가치일 것이다.


야구는 혼자 하지 않는다 – 팀워크의 교훈


가을야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번트를 대고 1루에서 아웃되는 타자, 주자를 진루시키기 위한 희생플라이, 몸을 날려 상대의 안타를 막는 외야수. 이들은 모두 자신의 이름보다 ‘팀의 승리’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 모습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냉소를 벗어던지는 감동을 준다.

 

교육도 이처럼 협력과 연대의 가치를 중심에 두어야 한다. 수업 중 팀 프로젝트, 동아리 활동, 학급 회의 등 다양한 장면에서 학생들이 서로를 위해 움직이고, 함께 성취하는 경험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하듯이 혼자 잘하는 아이보다, 함께 잘하려는 아이가 더 멀리 간다는 것을, 가을야구는 매년 우리에게 보여준다.

 


학생들에게 꿈을 심는 불씨


어느 해 가을, 경북의 한 중학교에서 진행된 진로 설문조사에서 한 학생은 이렇게 적었다.

 

‘저는 야구선수가 되고 싶어요. 이유는… 지더라도 끝까지 싸우는 모습이 멋있어서요.’

 

그 학생은 야구부도 없고, 훈련도 받지 않았지만, 매일 밤 가을야구를 보며 글을 쓰고 꿈을 키웠다.

 

이렇듯 스포츠는 진로의 방향이 되기도 하고, 삶의 가치관이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가을야구는 ‘꿈을 꾸는 법’을 가르쳐주는 또 하나의 훌륭한 수업이다.

 

교육자인 우리는, 이 아이들이 마음속에 품은 작은 불씨를 꺼뜨리지 않도록 응원하는 관중이자, 벤치에서 조용히 지켜봐 주는 코치여야 할 것이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냐”


가을야구는 단지 시즌의 마무리가 아니다. 그곳엔 우리가 교실에서 가르치고 싶은 온갖 가치들이 살아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작은 역할도 소중히 여기는 책임감, 함께 싸우는 동료애와 팀워크,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 이 모든 것이 그라운드 위에서, 땀과 눈물 속에서 생생하게 아이들에게 전달된다.

 

그러니 이 가을, 교실 밖에서 울리는 함성과 투혼의 이야기를 아이들과 함께 나누자. 그리고 말해주자.

 

“인생도 야구와 같단다. 언제든 역전의 기회는 온단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란다.”

 

가을야구를 보고, 듣고 즐기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고 이를 소중한 교육의 계기로 삼아 청소년 교육에 적극 활용하는 지혜를 이 땅의 많은 교사들이 잘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하는 마음을 이 글에 담아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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