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매년 11월 3일, ‘학생의 날’은 단순히 과거 학생운동의 기념일이 아니라, 오늘의 학생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되돌아보게 하는 뜻깊은 날이라 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배우고 실천될 때 비로소 체화된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중요한 과제는 학생(청소년)을 지식의 수용자가 아닌, 사회의 주체적 구성원으로 키워내는 민주시민 교육의 혁신이라 할 수 있다.
지식을 넘어 ‘함께 사는 힘’을 기르다
민주시민 교육은 단순히 법과 제도를 배우는 수업이 아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공동의 결정을 존중하며, 사회 문제에 참여하는 ‘살아 있는 민주주의’의 학습 과정이라 할 것이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의 디지털 시민성이 높을수록 사회적 관계 만족도와 삶의 만족도가 함께 향상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시민성 교육이 단순한 윤리교육이 아니라, 청소년의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성장에도 깊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2022년 한국지리교육학회의 교육과정 분석 연구에서는 ‘글로벌 시민성’과 ‘민주적 역량’을 체계적으로 길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즉, 청소년이 단지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사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교육의 본령이라는 것이다.
청소년이 ‘직접 참여하는 민주주의’의 교실
학교 현장의 사례는 다음과 같은 교육의 가능성을 증명한다.
첫째,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은 실제 지방의회와 연계해 ‘청소년 도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스스로 의원이 되어 조례안을 발의하고, 정책을 토론하며, 표결 과정을 경험한다(아주경제, 2023).
스마트폰 사용, 학교폭력, 기후위기 같은 주제를 다루며 학생들은 ‘민주주의는 교과서 속 원리가 아니라, 내 일상 속 문제 해결의 방식’임을 몸소 깨닫고 있다.
둘째, 광명시는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를 대상으로 ‘민주시민 의식 함양 교육’을 시행했다(뉴스로, 2024).
교사와 돌봄 종사자가 민주적 가치를 이해하고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도록 함으로써, 청소년이 일상적으로 민주주의를 배우는 환경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셋째, 과거 한화토탈의 ‘청소년 탄소중립 서포터즈’ 활동은 환경문제를 매개로 청소년의 시민성을 확장한 대표 사례다(아주경제, 2021).
학생들은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직접 실천하며, ‘시민으로서의 책임’과 ‘공공선에 대한 감수성’을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성과를 얻었다.
이들 사례는 모두 민주시민 교육이 강의실이 아닌 ‘경험’속에서 완성된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민주시민 교육 혁신의 세 가지 과제
이제 우리 교육은 청소년 민주시민 교육을 다음 세 가지 방향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첫째, 참여 중심의 학습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학생이 주체적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토론하며, 결정에 참여하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단순한 발표나 역할놀이가 아니라, 학교 내 의사결정 과정(예: 학칙 제정, 동아리 운영 등)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일상과 연결된 민주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민주시민 교육은 특정 교과에 한정되지 않는다. 교실의 발언 문화, 학급회의의 운영, 동아리의 의사결정 등 모든 학교생활이 민주주의의 학습장이 되어야 한다. 광명시의 사례처럼 교사·돌봄 종사자의 시민성부터 강화하는 접근도 필수적이다.
셋째, 다양성과 공존의 가치를 내면화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다름을 존중하며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비판적 사고, 공감, 그리고 공동체적 책임감은 교과서의 지식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을 대화로 조정하는 과정에서 길러짐을 2023년 세계정치학회는 밝힌 바 있다.
학생의 날, 다시 교육의 본질을 묻다
‘학생의 날’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우리는 학생을 시험의 주체가 아닌 사회의 시민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민주시민 교육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그 출발점은 ‘학생의 참여’와 ‘민주적 경험’이다.
교육은 결국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학생이 교실에서 민주주의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속에서 배우는 것, 그것이 오늘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교육의 길이다.
작은 참여가 사회의 큰 변화를 이끈다는 믿음, 그것이야말로 2025년 ‘학생의 날’이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