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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THE교육] 왜 우리는 이오덕 선생을 사표(師表)로 기억하는가?

 

더에듀 | 올해는 이오덕(1925~2003) 선생이 가신 지 23년이 되고, 그의 탄생 한 세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필자를 비롯한 이 나라 교육계의 후학들은 한 시대의 사표로 살다 가신 선생을 기리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기억하고자 한다.

 

그는 분명 한국 교육사에서 대표적인 ‘삶과 글, 교육을 하나로 엮어낸 실천적 교육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교사·아동문학가·교육운동가로 활동하며 평생 ‘아이들이 자기 목소리로 말하고 자기 삶을 살아가는 교육’을 강조했다.

 

이 시대에 추진하는 이른바 생활 글쓰기, 삶을 가꾸는 교육, 참교육의 철학은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하거나 깊이 확장된 개념들이다. 2025년, 그의 탄생 100주년을 우리가 기리는 이유는, 그의 교육 방식이 여전히 의미 있고 오히려 현재의 학교가 더욱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삶에서 시작하는 교육 — ‘생활 글쓰기’의 혁명


이오덕 선생은 한국 교육 현장에서 대부분의 글쓰기 지도가 모범답안을 따라 쓰게 하는 ‘정답 글쓰기’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솔직하게 적는 ‘생활 글쓰기’를 교육의 중심에 놓았다. 필자 또한 한때 글쓰기의 과정을 익히면서 기본적 마인드와 자세는 그의 사상과 방식에서 힘입은 바가 크다는 사실을 고백하고자 한다.

 

어느 시골 학교에서 선생이 지도한 한 학생의 글은 유명하다.

 

“아버지가 먼 도시로 일하러 가신 날, 엄마는 새벽부터 말을 아끼셨다. 나는 밥숟가락이 넘어가지 않았다.”

 

이 문장은 문법적으로 완벽하진 않지만 아이의 마음이 그대로 살아 있다. 선생은 “이 한 줄이 아이를 바르게 자라게 한다”고 말했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말하고 표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교육이 시작된다는 의미다.

 

오늘날 학교에서는 오히려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글, SNS에서 퍼온 문장들이 학생 글쓰기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이오덕의 생활 글쓰기는 학생의 ‘진짜 목소리’를 회복시키는 강력한 교육적 도구가 되고 있다.


경쟁 대신 성장을 바라본 교육 — ‘사람을 키우는 학교’


일찍이 이오덕 선생은 성적과 서열 중심의 교육이 아이를 병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1970~80년대 농촌학교에서 그는 학생들의 성적표 대신 생활기록장에 ‘오늘 더 따뜻해진 말 한마디’, ‘친구와 함께한 일’, ‘정직했던 순간’ 등을 기록했다.

 

한 제자는 훗날 그 기록을 보고 “선생님이 나의 성적이 아니라 나의 삶을 봐주셨다는 사실이 평생의 자존감이 되었다”고 회고한다.

 

지금 학교 현장에서도 기초학력, 성취도, 수행평가가 학생 평가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아이가 하루 동안 보인 작은 배려, 용기, 성찰은 공식 문서에 남지 않는다. 이오덕의 교육관은 바로 이 ‘보이지 않는 성장’을 기록하고 인정하는 교육이 왜 중요한지를 묻고 있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어른 — 참다운 교사의 길


이오덕 선생은 교사를 정의하길 ‘가르치는 사람’이 아닌 ‘아이의 삶을 지켜주는 사람’이라 했다.

 

그가 남긴 한 일화는 지금도 많은 교사가 인용하고 있다.

 

어느 날 아이들이 교실에서 장난을 치다 창문을 깨뜨렸다. 동료 교사들은 혼내야 한다고 했지만, 이오덕은 오히려 현장을 가만히 살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물었다.

 

“어떤 마음으로 놀았니? 무엇 때문에 창문이 깨졌을까?”

 

그는 벌을 주지 않았다. 대신 아이들과 함께 깨진 창문을 치우고, 위험하지 않게 뛰어놀 방법을 함께 찾았다. 벌점은 아이를 잠시 멈추게 할 뿐이지만, 스스로 책임을 느끼는 경험은 평생 가는 배움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오늘날 교실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고 오히려 더 커져만 간다. 그러나 이오덕 선생이 보여준 ‘아이의 입장에서 다시 보기’는 일종의 역지사지의 자세이자 회복적 생활교육, 대화와 소통 중심의 갈등 해결이 강조되는 지금의 교육 방향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할 수 있다.


왜 탄생 100주년에 이오덕 선생을 다시 추모하는가?


그의 사상은 단순한 과거의 추억이 아니라 지금 한국 교육이 절실히 돌아봐야 할 미래의 가치라 할 수 있다.

 

▲아이의 삶을 중심에 두는 교육 ▲경쟁보다 성장을 중시하는 교육 ▲진짜 목소리를 존중하는 교육 ▲교사가 먼저 인간적 품위를 보여주는 교육, 바로 이것이 그 이유라 할 수 있다,

 

이는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으나 실천하기 어려운 가치들이다. 학교폭력, 학업 스트레스, 정서 소진이 점점 심각해지는 오늘의 학교에서 이오덕의 교육은 여전히 유효하며 더욱 절실한 상황에 이르렀다.


“사람답게 사는 아이들이 자라는 학교”


올해 탄생 100주년 해를 맞이하면서 우리는 그의 교육을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교육을 할 것인지 다시 묻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자기 언어로 말하고, 자기 삶을 쓰고, 자기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 그것이 바로 이오덕 선생이 남긴 가장 큰 유산이다.

 

오늘의 교실이 그가 꿈꾸던 ‘사람답게 사는 아이들이 자라는 학교’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질 수 있다면,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리는 의미는 충분하다 할 것이다.

 

작은 글 한 편, 아이를 바라보는 눈길 하나, 격려의 말 한마디가 바로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적어도 글을 쓰는 교육자는 그의 문법과 글쓰기 지침을 모델로 삼아 절차탁마의 수련을 거칠 필요가 있음을 이 글을 통해 제언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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