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작년 국정감사를 통해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의 근본적인 개념의 차이에 혼선을 유발하는 현상이 문제가 됐다.
경기도 포천시에 있는 한민고등학교(한민고)는 2014년 개교했다. 국방부와 교육부가 협력하여 군인 자녀의 교육 안정과 평등한 기회 보장을 위해 세운 학교이다. 설립비 약 1200억원 중 대부분이 국가 예산과 국방부 예산으로 충당되었고, 현재도 학교 운영비와 교사 인건비, 시설 유지비의 상당 부분이 정부 재정으로 지원되고 있다.
그런데도 법적으로 한민고는 ‘사립고등학교’로 분류된다. 이 모순적인 현실은 단순한 행정 분류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의 공공성과 형평성, 그리고 군인 가족의 삶의 질과 직결된 정책적 불합리라 할 것이다. 경기도 교육감도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또한 최근 한민고 학교장이 뇌물 수수 사건에 연루되어 기사화되면서 학교의 이미지 손상과 함께 이 학교에 대한 문제의식이 더욱 공감을 얻게 되는 현실에서 이 문제를 바로잡아야 할 때라 여겨진다.
한민고의 설립 목적은 분명했다. 과거 김태영 국방부 장관 재임 시에 잦은 전출입으로 자녀 교육에 어려움을 겪는 군인 가족들에게 안정적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국방부가 직접 나선 것이다.
학교는 국방부가 소유한 부지 위에 건립됐고, 건축·시설비는 전액 국고로 지원됐다. 국방부 장관이 재단 이사를 임명하고, 학교 운영에 필요한 경비 역시 매년 예산에 포함되어 국회 심의를 거친다.
그럼에도, 한민고는 법적으로 사립학교법의 적용을 받는다. 그 이유는 설립 주체가 국방부가 아니라, 국방부가 출연한 ‘학교법인 한민학원’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국가가 예산을 전액 지원해 설립한 학교가 법적 형식 때문에 ‘사립’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이 분류는 여러 부작용을 낳는다. 사립학교이기 때문에 공립학교에 적용되는 각종 재정지원 기준이나 교육청 감독 규정이 다르게 적용되고, 학생 선발 방식과 교원 인사 체계에서도 불필요한 혼선이 생긴다. 특히 입학전형에서 군인 자녀 우선 선발이라는 학교 설립 취지를 온전히 살리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군인 자녀들의 비애가 국가에 의해 조장되는 격이다. 부모의 잦은 근무지 이동으로 인해 한 지역에 오래 머물기 어렵다. 따라서 그 자녀들은 교육 과정이 단절되고, 친구 관계가 자주 바뀌며, 진학 정보에도 접근이 제한된다.
한민고 설립 당시 국방부에서 조사한 ‘2013 군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초·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장병의 약 60%가 자녀 교육 문제로 근무지 이동을 꺼린다고 응답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만든 학교가 바로 한민고다. 현재 재학생의 70% 이상이 군인 자녀이며, 이들은 전국 각지에서 선발되어 기숙사 생활을 한다.
그러나 한민고는 사립학교라는 법적 지위 때문에, 국비로 세워진 학교가 교육청의 공적 지원을 일부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예컨대, 공립고에 적용되는 교원 인사교류나 시설비 지원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아 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사립학교 교원 호봉·평가체계가 달라 동일한 자격의 교사라도 처우가 달라지는 문제도 있다. 이는 ‘국가가 세운 학교’의 운영을 오히려 제약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한민고의 법적 지위를 공립형 특수학교나 국립학교로 조정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처럼 사립학교법에 묶여 있으면, 학교 운영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유지하기 어렵고, 예산 집행이나 인사·감사 과정에서도 복잡한 절차가 반복된다.
이 문제는 단지 한민고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찰대학교, 육군사관학교 등 법적으로 사립으로 분류된 특수 형태 학교들도 유사한 논란이 있다. 이러한 학교들은 국가가 설립 목적을 가지고 대부분의 예산을 지원하며 약간의 민간 자금의 지원을 받는다. 국가가 설립·운영하는 학교의 법적 지위를 ‘국립형 공공학교’로 통합 관리하는 새로운 분류체계가 필요하다.
또한 법적 형식보다 운영 실질에 따른 분류가 이뤄져야 한다. 재원 50% 이상이 국비에서 나온다면, 사립이 아니라 공립으로 인정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이 기준은 미국의 연방군 학교(DoDEA School, Department of Defense Education Activity)처럼, 군인 자녀 교육을 국가의 책임 영역으로 보는 세계적 흐름과도 일치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3 기숙형 고교 보고서’에 의하면 한민고는 설립 이후 10년 동안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군인 자녀 중심 학교로서 학생들의 진학 성취도가 꾸준히 높고, 공동체 중심 기숙사 문화와 인성교육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전국 기숙형 고등학교 평가에서 상위권을 기록했으며, 학생 자치·봉사활동 부문에서도 우수학교로 선정됐다.
실질적으로 공공성과 교육성과를 입증한 학교가 여전히 사립으로 묶여 있는 것은 제도의 왜곡이다. 국가가 세우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학교가 ‘사립’이라는 간판을 단 채 공공의 책임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법적 모순이자 행정의 오류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민고를 사립고로 유지하려는 속내는 무엇인가? 자율형 사립고 체제에서는 입시 실적 경쟁·등록금·선발 경쟁 등이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한민고도 ‘입학설명회 모집, 군인자녀 우선배정, 기숙형 고등학교’ 등의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한민고는 실제 교육적 다양성·공공성보다는 선발우위·명문학교화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사립이지만 공적 목적을 지닌 학교라는 복합적 지위가 생김에 따라 설립비 지원·입학 특례 등이 이뤄지게 하고자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은 단순한 행정 분류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의 철학과 책임 의식의 문제다. 군인이 나라를 지키듯, 국가는 그들 자녀의 교육을 지켜야 한다.
한민고를 ‘공립형 국립학교’로 전환하거나, 최소한 ‘국가지원형 공공사립학교’로 별도 분류하여 법적 불합리를 해소해야 한다. 또한 군인 자녀 교육 지원체계를 ‘정책 단위’로 격상시키고, 국방부-교육부-교육청 간 협력 거버넌스를 상설화해야 한다.
정의로운 사회가 정의로운 교육을 만든다. 한민고는 단지 한 학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누구의 편에 서 있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군인 가족을 위한 학교를 국가가 세워놓고, 법적으로는 사립이라고 부르는 현실은 교육 정의의 모순이다. 국가가 세운 학교는 국가의 책임으로 운영돼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행정 정비가 아닌, 교육의 본질을 되찾는 용기 있는 결단이다. 국가를 위해 헌신, 봉사하는 군인들을 위해 그 자녀의 교육은 개인의 복지가 아닌 국가의 필수적인 의무라 할 수 있다.
단지 우수한 학생들을 전국적으로 모집해 명문대 입학생 수를 늘리려는 행태는 학교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것인지, 형평성과 책임이 확보되고 있는지 등을 되돌아봐야 한다.
한민고의 법적 지위를 늦게나마 바로 세우는 일은 우리 사회가 공공성과 정의를 다시 세우는 일이 될 것이다. 이 글을 쓴 이후 최근 ‘한민고’를 공립학교화하겠다는 발표가 들려와 다행이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