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요즘 학교 현장에서도 ChatGPT, Gemini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AI의 활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 가정통신문 초안 작성, 교무회의 자료 정리, 계획안 문장 다듬기 등 반복적이고 형식적인 업무를 AI가 덜어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 엉성했던 초안이 깔끔하고 그럴듯한 문서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보면, 매일 수업과 행정에 쫓기는 교사들에게 AI는 무척 반가운 변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학교는 단순한 문서 작업 너머의 섬세함이 요구되는 곳이다. 아이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 보호자와의 상담에서 어떤 단어를 선택할지, 학급의 생활지도와 수업의 방향성을 어떻게 잡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판단해야 한다.
그렇기에 현장 교사들이 AI를 쓰며 체감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클릭은 줄었지만, 신경 써야 할 일은 오히려 늘었다’ 라는 것.
AI의 결과물은 대놓고 틀리기보다는, ‘그럴 듯하게’ 맥락을 벗어나는 경우가 잦다. 문맥이 매끄럽고 형식을 잘 갖추고 있더라도 교실의 특수한 상황과 학생의 맥락이 없고, 엉뚱한 결론을 내놓기도 한다.
교사는 이제 단순히 문서를 작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AI가 만든 결과를 다시 읽고, 고치고, 책임지는 최종 검토자가 되고 있다. 문제는 이 역할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데 있다. 수업과 생활지도, 상담과 행정을 함께 감당하는 교사에게 AI 산출물의 위험까지 걸러내는 일은 또 다른 차원의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여러 AI를 연결해서, 결과물의 검증까지 다시 AI에게 맡기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기술에 익숙한 일부 ‘얼리어답터’ 들의 이야기일 뿐, 학교 현장의 보편적인 교사들의 상황을 뒷받침하지는 못한다.
또한 교사에게 발화와 문장 하나는 단순한 언어가 아니다. 표현 한 줄이 학생과 학부모와의 신뢰를 단단하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의도치 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학교의 글과 표현들은 늘 관계 속에서 읽힌다.
여러 도구를 이용하더라도 결국은 판단의 중요 기준으로 무엇을 삼을지 정하고, 서로 다른 결과 중 무엇을 받아들일지 판단하고, 마지막에 승인하는 일까지. 이것들은 여전히 사람인 교사의 몫이다.
더구나 효율이 높아질수록 더 자세한 보고와 더 빠른 응답과 더 많은 업무를 요구받는 것이 학교현장의 현실이다. 즉, 기술이 빨라졌다고 해서 교사의 하루가 저절로 가벼워지는 것도, 교사의 어깨의 짐이 가벼워지는 것도 결코 아니다.
AI를 교원 감축이나 업무 전가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 이 글은 다른 직군에게 일을 넘기자는 주장을 위해 쓰인 것도 아니다. 오히려 AI가 가장 먼저 투입되어야 할 곳은 오랫동안 학교 구성원 모두를 짓눌러온 ‘기계적이고 비본질적인 행정 업무’이다.
단순 데이터 정리, 중복 입력, 잦은 요구자료 제출, 회의록 전사처럼 인간의 교육적 통찰이 굳이 필요 없는 일부터 AI가 온전히 감당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교사는 아이들의 눈을 한 번 더 마주치고, 한 걸음 더 깊이 상담하며, 더 책임감 있게 가르치는 교육의 ‘본질’로 돌아갈 수 있다.
이제 교육 당국의 질문도 바뀌어야 한다. “학령인구의 감소와 AI의 발전을 핑계삼아 교사의 정원을 얼마나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가 아니라, “AI를 활용해 교사에게 ‘본질적인 교육의 시간’을 얼마나 돌려줄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다가올 AI 시대에 정작 줄여야 할 것은 교사의 수가 아니라, 교사를 교실 밖으로 겉돌게 하는 불필요한 행정 업무다. 기술이 진정으로 지향할 방향은 사람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더 잘 돌볼 수 있도록 시간을 되돌려주는 일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