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최근 대한민국 교육 현장의 최대 난제는 단연 ‘문해력 저하’이다. 텍스트를 읽으면서도 그 이면의 함의를 포착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급증하며 공교육 체계 전반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다.
디지털 기기의 범람과 단편적인 정보에 함몰된 세대가 겪는 필연적 결과라는 분석도 있으나, 그 본질적 원인은 우리말의 구조적 특성을 도외시한 교육과정의 결함에 있다. 이를 타개할 가장 실효성 있는 대책은 초·중·고 교과서에 ‘한자 병기’를 전면 도입하여 학생들의 지적 가소성(Plasticity)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교육 기획 시리즈 ‘AI 시대, 문해력 위기’ 보도는 디지털 난독 시대에 한자 교육이 문해력의 강력한 구원 투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기사는 중학교 교실에서 ‘위화감(違和感)’이나 ‘고무적(鼓舞적)’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정상적인 수업 진행이 불가능한 실태를 고발했다.
심지어 ‘금일(今日)’을 금요일로 오해하는 등의 사례는 단순히 어휘력의 빈곤을 넘어, 학습의 기틀인 언어가 그 도구적 기능을 상실했음을 시사한다. 뇌의 신경망이 활발히 재구성되는 청소년기에 정교한 언어 자극이 결핍되면서, 사고의 유연함과 확장성을 의미하는 ‘가소성’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말 어휘의 구조를 통계적으로 고찰하면 해법은 명확해진다. 국어학계의 권위자인 이응백 서울대학교 교수는 일찍이 우리나라 백과사전에 등재된 용어의 약 70%가 한자어로 구성되어 있음을 밝힌 바 있다. 특히 학술적 개념어와 전문 용어로 심화될수록 한자어의 비중은 90%에 육박한다.
한자는 글자 하나하나가 고유한 뜻을 지닌 표의문자(表意文字)이다. 이를 인지하는 것은 생소한 단어라도 그 구성 원리를 통해 의미를 유추해내는 강력한 ‘사고의 무기’를 갖추는 것과 같다.
한자를 아는 학생은 새로운 지식을 접할 때 기존의 지적 토양 위에 이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뛰어난 개념적 가소성을 발휘하게 된다. 현행 교육과정과 같이 한글 전용만을 고수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논리적 맥락이 결여된 암호를 맹목적으로 습득하라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
예컨대 ‘수용(受容)’이라는 단어를 한글로만 접한 학생은 그것이 수락(受)의 의미인지, 수영(水)의 의미인지 문맥에 의존해 힘겹게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교과서에 ‘줄 수(受)’와 ‘담을 용(容)’을 병기한다면, 학생은 단어의 핵심 가치를 즉각적으로 뇌리에 각인하고 이를 다양한 맥락으로 확장하여 사용할 수 있는 '지적 변용 능력'을 갖게 된다.
기획 기사에서도 특히 한자 병용 학습이 개념 이해도를 40% 이상 높였다는 실증적 데이터를 조명했다.
이는 한자가 단순한 기호를 넘어 복잡한 개념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원융회통(圓融會通, 서로 다른 개념들이 하나로 녹아들어 거침없이 통함)’의 고리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표의문자인 한자는 뇌의 시냅스 연결을 더욱 정교하게 자극하여 학습 효율을 비약적으로 높여준다.
아울러 디지털 난독증의 대안으로 ‘종이신문 읽기’의 가치를 재발견해야 한다. 정제된 언어와 논리적 구조를 갖춘 신문 사설이나 칼럼을 읽으며 모르는 한자어를 추론하는 과정은 문해력의 근육을 단단하게 만드는 최상의 실천법이다. 이는 파편화된 정보를 스캐닝하는 디지털 습관에서 벗어나, 뇌의 가소성을 활용해 깊이 있는 사고의 회로를 구축하는 훈련이다.
한자 교육이 학습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일각의 우려는 지엽적인 시각에 불과하다. 기초적인 한자 학습은 오히려 개념 불능으로 인한 학습 결손과 사교육비 부담을 상쇄하는 지름길이며, 학습 효율을 극대화하는 가성비 높은 교육적 투자이다.
문해력은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다. 논리적 사고 능력이 상실된 사회는 선동과 오해의 토양이 되기 쉽다. 초·중·고 교과서 한자 병기와 종이신문 읽기의 생활화는 우리말의 엔진인 한자를 다시 가동하여 미래 세대에게 스스로 지식을 탐구할 수 있는 ‘지적 자생력’을 부여하는 필수적 조치이다.
교육 당국은 무너진 공교육을 재건하고 지적인 토대를 회복하기 위해 교과서 내 한자 병기를 단호히 결단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