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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THE교육] ‘교복 자유화’를 전면 허(許)할 때이다

 

더에듀 |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치솟는 교복 가격을 두고 학부모의 경제적 고통을 상징하는 ‘등골 브레이커’라는 표현을 쓰며 강력한 대책을 주문했다. 이에 발맞춰 교육부 수장마저 “과연 학교에서 꼭 정장 교복이 꼭 필요한가”라는 취지의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기에 이르렀다. 교육부는 교복값과 교복 문화에 대한 전면 손질을 하여 실효성 있는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수십 년간 당연하게 여겨왔던 ‘교복 의무 착용’이라는 견고한 성벽에 마침내 균열이 가는 논의가 시작되었다. 그동안 관성적으로 무조건적인 교복 찬성론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시대상과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한 ‘교복 자유화’를 진지하게 고려할 시점에 와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현재 우리 교육 현장에서 교복은 그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이다. 가장 뼈아픈 현실은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교복이 사실상 ‘졸업식이나 학교 공식 행사 몇 회 사용’으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많은 학생이 신입생 때 고가의 브랜드 교복을 선택 옵션까지 포함해 풀세트로 구매하지만, 실제 교실 풍경은 전혀 다르다. 학생들은 등교 직후 학교 체육복이나 일명 ‘생활복’이라 불리는 간편복으로 갈아입는다. 빳빳하고 불편한 정장 형태의 교복은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학생들에게 여간 고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교육청의 교복값 지원이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부모는 추가 물품을 구입할 수밖에 없다. 그 비싼 교복이 옷장 속에 거의 방치되다가, 특별한 행사에 사진 한 장을 남기기 위해 꺼내 입는 ‘가장 비싼 소모품’이 되어버렸다.

 

그뿐이랴. 학교로서는 교복 선정 입찰 공고 및 심사 등 복잡한 행정 절차뿐만 아니라 교복선정위원회의 연속 회의 등 부담 또한 만만찮다. 교복을 선정하는 몇 차례의 과정은 학교로서는 기피하는 연례행사이다. 명백한 교육력의 낭비이자 가계 경제에 대한 일종의 폭력이라는 오명을 낳고 있다.

 

오늘날 10대 학생들은 ‘격식’보다 ‘실용’과 ‘자기표현’을 중시한다. 학생들의 간편복 선호는 단순히 멋을 부리기 위함이 아니다. ​신체적 활동성 면에서 볼 때, 성장기 학생들에게 몸을 조이는 재킷과 신축성 없는 바지·치마는 학습의 집중력을 저하한다.

 

또한 ​관리의 비효율성 면에서도 매일 세탁하기 어려운 모직 소재와 다림질이 필수인 셔츠는 맞벌이 가구나 학생 스스로에게 과도한 가사 노동을 강요하기도 한다.

 

설상가상으로 기록적인 폭염과 한파가 반복되는 기상 이변 속에서, 규정된 하복과 동복만으로는 체온 조절이 불가능하다. ​학생들은 이미 후드티, 맨투맨, 반바지 등 활동성이 높은 의류를 원하며, 실제로 많은 학교가 궁여지책으로 ‘생활복’을 도입했으나 이 역시 또 다른 ‘공식 유니폼’이 되어 구매 가격을 가중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복 자유화거 거론돼 왔으나 ‘빈부 격차에 따른 위화감 조성’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궁색하고 비합리적인 변명에 가깝다. 이미 학생들은 신발, 가방, 패딩 점퍼, 그리고 무엇보다 스마트폰 기종을 통해 충분히 각자의 경제력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이제는 교복이라는 가림막으로 가난을 숨길 수 있다는 생각은 기성세대의 안이한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학교는 다양한 복장 속에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겉모습이 아닌 인격으로 소통하는 법을 가르치는 ‘다양성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 ​또한, 교복 자유화는 학생들에게 ‘자기 결정권’과 ‘책임감’을 가르치는 시의적절한 교육 기회가 될 수 있다.

 

학생들이 매일 아침 자신이 처한 상황(날씨, 일정 등)에 맞는 옷을 선택하는 과정은 자율성을 기르는 기초적인 훈련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관행 유지나 생활지도 상의 통제 수단보다 스스로를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민주 시민 교육의 본질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 내일부터 모든 교복을 폐지하자는 극단적 주장을 펼치는 것은 아니다. 다음과 같은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완전 자유화와 표준복의 혼합이다. 학교별로 학생과 학부모의 투표를 통해 자유복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한 경우 학교의 정체성을 담은 최소한의 상징물(배지나 가디건 등)만 선택적으로 착용하게 할 수 있다.

 

둘째, ​교복 구입 지원금의 전환이다. 현재 지자체나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교복 구입비를 ‘의류 구입 바우처’나 ‘학습 지원금’으로 전환하여, 학생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활동복이나 교재를 사는 데 쓰도록 할 수 있다.

 

셋째, ​복장 규정의 민주화이다. 복장 규제 기준을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회와 학부모가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통해 자율적인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도록 독려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교복은 근대화 시기 일제의 군대식 통제의 산물로 시작되었다.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고, 우리 아이들은 AI와 공존하며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획일적인 복장으로 아이들의 신체와 사고를 묶어두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최근 ​대통령의 ‘등골 브레이커’ 발언은 학부모의 다수 의견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간주하거나 단순히 가격을 낮추라는 압박에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 교육 시스템 전반에 자리 잡은 비합리적인 관행을 도려내라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아이들에게 불편한 정장 대신 편안한 복장의 일상을 부여하고, 부모들에게는 허울뿐인 지출 대신 실질적인 지원으로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이제 ‘교복 자유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교육부의 현명한 결단과 조치로 학교 현장에 보다 더 실용적이고 자율적인 운영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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