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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THE교육] 임태희 경기교육감의 수능 영어 듣기평가 폐지론의 '5불가론'

 

더에듀 | 임태희 경기교육감이 내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영어과목 듣기 평가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크게 일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영어 과목에서 실용영어 교육 활성화를 위해 한때 영어 듣기평가 문항 수를 50문항 중 17문항에서 45문항 중 22문항으로 확대했다 현재는 45문항 중 17문항으로 굳혀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임 교육감은 2026학년도 지역 수능 종합상황실을 방문해 현장 상황을 둘러본 뒤 “까다롭고, 사고 발생 요인이 높은 영어과목 듣기 평가를 폐지하는 쪽으로 국가교육위원회, 교육부와 협의하겠다”라고 밝혔다.

 

그의 ‘수능 영어 듣기평가 폐지’ 주장은 한 마디로 교육적 전문성과 현장성, 그리고 학술적 근거를 모두 결여한 위험한 정책적 제안이다.

 

표면적 이유로 제시된 ‘교통 통제’나 ‘행정 편의’는 교육정책을 흔들 만큼의 논리적 타당성이 없다. 이는 교육은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할 공공재이며, 학생의 외국어 실용 역량과 학습 기회는 교통 편의보다 우선하는 확고한 공적 가치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폐지론은 아이들의 미래를 사회적 불편과 맞바꾸는 셈이다.

 

우선 학술적 근거부터 살펴보자.

 

첫째, 영어 듣기평가는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격차를 가장 완화하는 영역임이 여러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입증됐다.

 

한국교육개발원(KEDI)과 서울대 교육학 연구진은 “독해 중심 영어 평가는 사교육 의존도와 가정 배경 영향을 크게 받는 반면, 표준화된 듣기평가는 사교육의 효과가 가장 낮게 나타나는 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강남권과 비수도권·농어촌 지역의 독해 점수 격차는 크게 벌어지지만, 듣기 점수 격차는 상대적으로 작다. 즉, 듣기평가는 공교육이 ‘가장 공정하게 작동할 수 있는 핵심 장치’라 할 수 있다. 이걸 없애자는 건 공교육이 가장 잘하고 있는 영역을 스스로 무너뜨리겠다는 말과 같다.

 

둘째, 듣기평가가 사라지면 영어교육은 즉각적으로 독해·문법 중심으로 쏠리고, 이는 사교육 시장의 확대로 직결된다.

 

교육부와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사교육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평가 체계가 독해 중심으로 재편될 때 사교육비가 가장 빠르게 늘어난 영역이 바로 영어이다. 말하기·듣기 요소가 약화할수록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상위권 대비용 독해·문법 학원으로 몰릴 것이다. 폐지론은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국가 과제에 정면으로 역행한다.

 

셋째, 국제학력평가(PISA, CEFR)에서도 듣기·말하기는 핵심 역량으로 분류되며, 선진국은 오히려 평가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이다.

 

유럽연합(EU)은 2020년 이후 교육과정에서 언어의 실제 의사소통 능력을 최우선 역량으로 명시했고, 일본 역시 대학입시 개편에서 듣기·말하기의 비중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적 흐름과 반대로 가겠다는 것인가? 듣기평가 폐지는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국가 교육 전략과도 정면충돌하는 것이다.

 

넷째, 한국 학생들의 영어 학습에서 듣기·말하기 비중이 부족하다는 것은 이미 학술계의 오래된 경고였다.

 

한국영어교육학회, 언어학회, 교육심리학회는 모두 “한국 영어 교육의 가장 취약한 영역은 실제 의사소통 능력이며, 특히 듣기·말하기의 학교 내 실습 시간이 OECD 평균보다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듣기평가를 폐지한다는 것은 연구와 현장 모두가 요구하는 방향을 과감히 무시한 결정이다.

 

다섯째, 듣기 평가 폐지는 곧 교실 수업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교육과정 연구에서 ‘워시백 효과(washback effect)’는 평가가 수업을 결정한다는 교육학의 기본 명제이다.

 

듣기평가가 사라지면 교사는 시간 확보 문제로 듣기 수업을 줄일 수밖에 없고, 교실의 실제 영어 사용량은 급감한다. 이미 일부 학교에서 내신에서 듣기가 빠졌을 때 학생들의 실질적 의사소통 능력이 급격히 떨어진 사례가 있다. 즉, 듣기 평가 폐지는 단순한 시험 방식 변화가 아니라, 영어 공교육의 핵심 기능을 구조적으로 약화하는 행위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듣기평가 폐지론은 ▲연구 근거 없음 ▲국제 기준과 역행 ▲공교육의 평등성 약화 ▲사교육비 급증 ▲실제 영어 능력 저하라는 다섯 가지 문제를 동시에 초래하는 매우 위험한 제안이다. 즉, 득(得)보다 실(失)이 많은 정책으로 요약할 수 있다.

 

폐지론의 가장 우선 근거 중의 하나로 제시하는 교통 통제 25분을 줄이기 위해 공교육이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영어 평가 체계를 흔든다는 발상은 교육철학의 부재를 보여준다. 교육정책은 불편함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학생의 역량을 지키는 것이 우선적인 목적이다.

 

필자는 중등교육 현장에서 40년을 봉직하면서 관리자(교감, 교장)를 역임한 기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33년을 영어교사로 봉직했다. 따라서 강하게 묻는다. 수능 듣기평가 폐지로 인해 피해를 볼 학생 50만 명보다, 수능 당일 잠시 하늘길을 조정하고 행정의 편의를 위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인가? 외국어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지조차 잊은 주장에 교육적 정당성은 없다.

 

영어 공교육의 입장도 명확하다. 수능 영어 듣기평가는 폐지할 수 있는 사소한 절차가 아니라, 교육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지탱하는 최소한의 인프라이다. 이를 훼손하는 정책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

 

학생들의 실용 영어의 배움과 기회, 국제경쟁력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영아 듣기평가 폐지론에는 단호하고 명확하게 “반대”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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