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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THE교육] 진보와 보수의 협업이 절실한 대한민국 교육

 

더에듀 | 2025년에 이르기까지 우리 교육계는 ‘교사의 정치기본권’ 허용에 대한 찬반으로 진보와 보수 양 진영 간에 줄타기를 해왔다.

 

진보 성향의 현재 정권조차 “학부모의 찬성률이 높지 않다”는 미지근한 입장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지 못하고 여론의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다. 급기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은 단식에 들어가 대여 강경 투쟁에 나섰고, 대통령실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 현장을 찾아 순간 모면의 타결 방안을 위한 발언으로 일단 단식을 풀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교육계가 많은 현안에 대해 진보와 보수의 협업이 절실한 상태에 교착되어 있음을 방증하는 적나라한 민낯이라 아니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지금이야말로 우리 교육계가 더 이상 진보와 보수 진영의 교육 정책에 ‘각개 전투’ 방식의 정책 입안에서 ‘협업 체계’로의 획기적인 대화와 타협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 언제까지 대한민국 교육력의 분산을 지속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진보와 혁신은 이 시대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다. 인공지능, 디지털 전환,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 되었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사회는 불안해지고, 그 불안은 보수의 이름으로 전통과 안정, 연속성을 요구한다. 문제는 진보와 보수가 서로를 부정하는 대립이 아니라, 함께 작동할 때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든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 시점에서 얼마나 절실하게 인식하고 있는가이다.

 

교육은 양자 진영의 입장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영역이다. 교육학자 존 듀이(John Dewey)는 ‘민주주의와 교육’에서 교육을 ‘경험의 재구성’이라 정의하며, 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분명 진보의 언어이다.

 

그러나 듀이는 동시에 교육이 공동체의 가치와 전통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역할을 부정하지 않았다. 변화는 축적된 경험 위에서만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그의 사상은 진보와 보수의 결합 위에 서 있다 할 것이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정치적 보수 사상가인 마이클 오크숏(Michael Oakeshott)은 ‘보수적 성향에 대하여’에서 전통을 ‘과거의 잔재’가 아니라 ‘침묵의 지식’이라 불렀다. 말로 모두 설명할 수 없지만, 오랜 시간 검증된 삶의 방식이라는 것이다.

 

혁신이 이 침묵의 지식을 무시할 때, 사회는 방향 감각을 잃게 된다. 반대로 전통이 변화를 거부할 때, 그것은 생명력을 잃은 관습으로 굳어버린다.

 

실제 교육 정책에서도 조화의 사례는 존재한다. 교육 선진국 핀란드는 창의성과 자율성을 중시하는 혁신 교육의 대표 국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토대에는 교사에 대한 강한 신뢰, 공교육 중심이라는 보수적 가치가 자리 잡고 있다.

 

OECD의 Education 2030 보고서 역시 미래 역량으로 창의성, 문제해결력을 제시하면서도, 책임, 윤리, 공동체 의식을 핵심 가치로 병기하고 있다. 이는 혁신은 가치의 공백 위에서가 아니라, 가치의 토대 위에서 설계되어야 한다는 메시지이다.

 

아시아 최고의 부국인 싱가포르의 교육 역시 주목할 만하다. 싱가포르는 첨단 기술 교육과 글로벌 경쟁력을 강조하면서도 ‘Character and Citizenship Education’을 통해 국가 정체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하게 가르치고 있다. 급진적 혁신 속에서도 질서와 공동체 의식을 유지하려는 보수적 선택이 국가 경쟁력과 충돌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결국 우리가 모색해야 할 길은 ‘진보 대 보수’의 구도가 아니라 ‘진보와 보수의 협업’이다. 교육 현장에서 이는 새로운 기술과 방법을 과감히 도입하되, 그 목적을 인간 성장과 공동체의 선이라는 오래된 질문에 묶어두는 일이다. 학생들에게 “무엇을 바꿀 것인가”뿐만 아니라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를 함께 묻는 교육이 필요하다.

 

지금은 혁신을 멈출 수 없는 시대다. 하지만 보수는 브레이크가 아니라 그런 혁신의 방향키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진보는 전통을 깨부수는 망치가 아니라, 전통을 재해석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우리 교육이 이 균형을 견지할 때, 우리는 변화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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