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설탕과 밀가루 담합을 시작으로 60만원에 육박하는 교복가격 이야기에 교육계가 들썩입니다. 2013년에도 교복가격이 높다며 교육부가 나섰고, 2015년부터 학부모 개별구매를 지양하고 학교주관구매를 도입했습니다. 2018년부터 지자체들이 교복예산 지원조례를 만들어 자부담은 크게 줄어들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과연 현금(바우쳐, 지역화폐)은 담합을 막을 수 있고, 학교주관구매는 담합을 막을 수 없을까요? 설탕과 밀가루는 학교주관구매를 하지 않는데 왜 담합이 발생할까요? 사실 구매방식은 담합을 막는 것과는 무관합니다.
최근 교육부와 교육감(후보)들은 가격상한제, 교육(지원)청 단위 교복구매, 생활교복 활용에서 교복폐지까지 언급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해법들은 모두 2013년 교육부가 만든 ‘교복 구매 운영 요령’에 있습니다.
이번 글은 교육부가 2013년에 교복정책을 만들어 학교에 전달했으나 10년이 지나도 왜 구현되지 않았는지 점검하고, 교복을 학교자치와 학교 민주주의 차원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제시해 보고자 합니다.
95만원짜리 교복이 있는 건가? 체육복은 2배 비싸다던데?
교육부는 학교알리미(www.schoolinfo.go.kr)을 통해서 전국 교복(정복) 현황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2025학년도 가장 비싼 고등학교는 민족사관고(한복), 인천해사고, 부산해군과학기술고, 부산해사고(이상 예복)으로 양산형 교복과 완전 다릅니다. 따라서 상한가 적용대상도 아니고, 비교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 밖에 교복 상한가격 34만 4530원(2026학년도)보다 비싼 학교는 동복 4pcs(상하의, 조끼, 자켓)과 하복 2pcs(상하의) 상한가를 맞춘 후 후드집업, 카디건 등 제품이 의무구매이거나 복장규정에서 착용을 강제하는 경우입니다.
체육복이 20만 원에 육박하는 지역은 경기도 남부로 확인되며 학부모 개별구매 학교입니다. 이 사례는 오히려 학부모 개별구매보다 학교주관구매가 더 저렴하다는 반증입니다.
경기교육청은 체육복도 학교주관구매를 권고하며 매년 학교에 상한가를 안내해 입찰시 상한가 이상이면 자격을 상실시키도록 하지만 여전히 학부모 개별구매인 학교가 있습니다. 제주교육청은 체육복은 학교주관구매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해 학부모 개별구매를 강제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한복/예복 등 특별한 학교를 제외하면, 학교주관구매와 가격상한제를 통해 이미 상한가격을 유지해 왔습니다. 지금은 총액 상한가뿐만 아니라, 총액 내 단품별 비율상한을 정해 추가 구매하는 셔츠 등에서 폭리를 취하지 못하도록 방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문제는 ①기본품목의 선택구매불가 ②추가품목의 의무구매 ③의무착용으로 인한 총액상승 ④학부모 개별구매 체육복의 가격상승 ⑤품질대비 가격논란 다섯 가지로 정리됩니다.
선택구매-호환착용, 생활복-체육복의 교복 여부는 학생/학부모가 결정하는데
복장/구매 규정은 학생과 학부모가 과반이 넘는 교복선정위원회나 규정개정심의위원회,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정합니다. 따라서 의무구매/착용 규정은 학생과 학부모가 스스로 고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교복선정위 또는 규정개정심의위(학운위)에 참여할 때마다 학생회장에게 교복폐지부터 개선사항까지 의견수렴을 요청하고 반영해 왔습니다.
구매조건은 자켓과 셔츠 등은 선택구매 허용, 체육복의 교복 포함, 원단 혼방비율의 허용 폭을 넓히거나 새로운 원단을 제안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습니다.
착용규정은 생활복, 체육복 모두 교복의 범주에 들어가도록 했고, 자켓과 후드티는 병행으로 바꿨습니다. 계절 전환시점은 학생회에서 정하거나, 개별학생이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과반수 이상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교복의 구매규정과 착용규정을 의결로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교장에게 바꿔 달라고 민원을 냅니다. 이 민원은 학교장이 아니라 학생은 학생회장에게, 학부모는 학부모회장에게 제출해 규정개정 절차가 진행됐어야 합니다.
학생회장과 학부모회장의 공약으로 학교 내 각종 규정에 대한 개정을 검토하도록 일반화해야 할 때입니다.
단, 학교의 규정들은 비전문가들이 개정하면서 모호하기도 하며, 구성원들이 쉽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없습니다. 사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학교별로 너무 많이 규정이 파편화되면서, 학교별 편차가 너무 커진 것입니다.
학교주관구매 문제 해법 “이미 10년 전에 제시”
1. 교육(지원)청 단위구매
소규모 학교는 가격협상력이 매우 떨어져 매년 유찰로 2회의 행정력을 낭비한 후 수의계약을 합니다. 그래서 교육부는 2013년도 이전에 전북과 충남에서 교육(지원)청 일괄입찰 사례를 권장했고, 현재도 운영 중입니다.
2. 기초금액과 상한가격
이 또한 2013년도 교육부에서 제시한 해법이고, 현재 각 교육청은 상한가격 이상은 자격상실이라는 강수를 두고 있습니다.
어려움은 ‘기초금액 산출’입니다. 각 교육청은 학교에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10조를 원칙으로 설명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는 행정실에 굉장한 부담입니다. 그래서 많은 학교가 기초금액과 상한금액을 동일하게 공고합니다. 이는 상한가에 육박하는 낙찰가격이 나오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이 부분도 2013년 교육부는 이미 해답을 제시했습니다. 학교 알리미에서 시군구별 평균가격이 공개됐으니, 전년도 지자체 평균값을 기초가격으로 정하는 것이 가장 쉬운 해법입니다. 지금도 가능하지만, 사전공시 기준을 수정해 정복 및 후드티, 카디건 등의 추가구매품, 생활복, 체육복 등의 가격, 기초가격과 낙찰가격이 모두 구분 표시되고 사전공시 시점도 매년 9월 1일자가 아닌, 개학 전인 3월 1일이어야 학교 업무 절감에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2025학년도 서울 양천구 평균은 상한가격인 34만 4530원보다 낮은 29만 8000원이며, 서울 평균은 30만 1000원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금을 사용해서 한푼이라도 더 싼 중국산을 구입하자구요?
교복의 단품별 가격이 비싸다는 근거 중의 하나는 원단 품질이 나쁘며, 인터넷에서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학부모들의 오해가 있습니다. 교복과 생활복, 체육복은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는 옷입니다. 매일 세탁하면서 3년 동안 늘어지지 않고 원형을 유지하며 물려주기까지 가능한 원단이 촉감까지 좋고 가격도 저렴해야 합니다. 이런 중국산을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또한 세금지원이므로 국산원단에 가점, 국내 제조설비 확보에 우선권을 주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개별구매한다는 것은 국산을 포기하고 중국산을 산다는 뜻입니다. 현금/바우처/지역화폐 방식은 국산원단과 국내제조에 우선권을 줄 수 없습니다.
교복 폐지도 상관없다. 학교자치가 구성원 합의를 이끌어 낸다면...
교복을 폐지하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실제 몇 학교들이 교복을 폐지하기도 합니다. 이를 주장하는 것은 주로 전체주의 시대를 살며 자유화를 갈망했던 세대입니다.
저도 80년대 후반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교복을 다시 입었던 첫 번째 세대였고, 하교 후나 소풍 때는 가방에 사복을 가지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지금 학생들은 굳이 교복(정복, 생활복, 체육복 모두)을 하교 후 갈아입지 않습니다. 저는 이 현상을 전체주의 시대와 반대되는 개인화, 파편화 시대에 소속감을 갈망하는 변화로 해석합니다.
현 교복 디자인이 차별화가 없다고 말합니다. 이 또한 가격을 낮추기 위한 2013년도 교육부 해법의 일환입니다. ‘교복 표준 디자인 제시 활용’으로 표현되며, 기본은 동일한 채 소매 끝이나 목 뒤편 카라의 디자인 패턴을 바꾸는 방식으로 차별화합니다. 이것만으로도 학교별로 디자인이 이쁜 학교와 별로인 학교가 분명 나눠집니다.
한 고등학교의 경우 학생회장의 공약으로 후드티 등판의 문양을 화려하게 바꾸기는 등 요즘은 대학점퍼 느낌으로 변해갑니다. 학생들은 교복규정에도 없는 반티를 학급자치회 합의로 만들며 서로 소속감을 고취합니다.
교복문제, 해법은 학교자치와 학교민주주의의 실천이다
우리가 만들어 줄 것은 권리가 학생들에게 있음을 교육하고, 느리더라도 권리를 행사하는 방법과 구성원이 숙의 후 합의하는 것을 학교에서 실천하며,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입니다.
학교는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배우는 소중한 학습공간입니다. 교복규정이 생활인권규정에서 교복규정으로 하위 위임한 것은 학교구성원의 합의를 쉽게 반영하기 위함입니다. 업체선정 평가표 감점항목에 공정거래위원회와 교육청 등에서 정한 부정당업체 한정에서 학생자치회나 학부모회에서 정식안건으로 처리된 학교구성원의 민원결과를 학교가 감점으로 추가하는 것은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함입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교육부는 학교규정과 가격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학교알리미를 개선하고 학교홈페이지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API를 손봐야 합니다. 교육청은 학교알리미 API를 활용해 학교홈페이지에서 교복정보가 쉽게 표시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교복의 착용과 구매에 대한 규정은 학생회나 학부모회 공약사항이 되어 매년 새로운 합의를 도출할 수 있게 매뉴얼화하고 연수하기를 희망합니다.
학교에서는 자부담인 반티를 교복으로 포함하는 등 학생들의 자유로운 표현을 보장함과 동시에 구성원의 규칙 합의, 합의에 따른 권리 제한규정을 만들고 이를 지키는 것을 연습하도록 하는 민주시민교육을 설계해 주길 바랍니다.
정복은 없애고 생활복만 교복으로 두는 것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이를 결정하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가 숙의를 거친 합의여야 합니다. 교복지원금을 정복에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일부 인사에 의해 신속하게 밀어붙이는 것에 반대합니다. 이는 분명 우리들이 추구하는 민주시민교육과 정반대의 길입니다.
10년 전 이미 제시됐던 교육부의 정책이 일선 현장에서 왜 파편화돼 여전히 10년 전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교육감(후보)들이 고민해주길 바랍니다.
교복 정책만이 아니라 모든 정책이 교육부, 교육청에서 보내도 학교에서 실현되지 않고 파편화되고 있습니다. 이 원인을 찾아 해결하지 못하면, 새로운 교육감의 정책도 동일하게 학교에서 실패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