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 ‘민원’이라고 하면 부정적 생각을 하지만, 실제로는 생활기록부 등 증명서를 발급신청하는 것은 ‘법정민원’, 병결이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련법규를 물으면 ‘질의민원’, 급식을 개선하자고 하면 ‘건의민원’, 내일 비가 온다는데 운동회 하는지 물어보면 ‘기타민원’으로 이미 학교는 행정기관입니다.
2016년 민원처리법의 전면개정으로 민원 처리 공공기관으로 초/중/고등학교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2022년 민원처리법 제12조의2 신설에 따라 행정기관의 장에게 민원인이 해당 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아니하고도 민원을 처리하는 시설과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는 의무가 생겼지만 교육부는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2024년 12월 교육부는 많은 사건사고로 초중등교육법 제30조의10을 추가하면서 학교에 민원처리 기능을 갖추겠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불과 수개월 만에 ‘이어드림’(eardream.neis.go.kr) 서비스를 마치 민원의 해법처럼 제시했습니다.
지난 10년 사이에 모든 행정기관은 국민신문고로 민원접수가 통일되었고, 정보공개포털은 모든 행정기관의 정보를 청구하도록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학교는 여전히 국민신문고와 정보공개포털에서 예외입니다.
그럼 교육부가 새로 발표한 ‘이어드림’은 해법일까요? 이어드림에 대한 교원단체의 반발을 분석해 보고, 학부모와 교직원이 손잡고 교육부에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학교의 민원처리법 위반! 교육부(청)이 불법을 권장해 왔다
지난 10년 동안 학교는 민원처리법 위반 상태에 있습니다. 원흉은 학교 민원처리 절차를 설계하고 인력과 예산을 배치하지 않은 교육부와 교육청입니다.
민원처리법 제8조에 따라 민원신청은 (전자)문서로 해야 하며, 구술 또는 전화는 기타민원만 가능합니다. “오늘 2학년 몇시에 끝나요?” 정도의 단순 문의가 기타민원입니다.
단순 문의가 아닌 질의/건의민원이라면 당연히 구술과 전화는 인정되지 않고 (전자)문서로 제출해야 합니다. 문서를 제출하면 제9조에 따라 접수를 보류하거나 거부할 수 없으며, 부당하게 되돌려서는 안 되고 접수 시 접수증을 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학교는 전자문서 접수 방법이 없고, 문서는 접수를 거부하고, 접수증을 발급하지 않습니다.
또한 2022년 신설된 제12조의2에 따라 행정기관의 장은 민원의 전자처리를 위한 시설과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 학교 홈페이지에는 민원을 접수하는 게시판조차 사라졌습니다. 학교 예산으로 민원접수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제27조에 따라 민원의 처리결과는 서면으로 답변해야 합니다. 하지만 서면으로 접수되지 않았으니, 그 답변 또한 서면으로 나올 리 만무합니다. 이어드림도 민원내용을 전자접수할 수는 있지만 답변하는 기능은 없습니다.
제23조에 따라 반복 및 중복민원은 2회까지만 답하고, 3회부터는 답변 없이 종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서면 접수기록이 남아있을 때 가능합니다. 말과 전화로 3회차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제12조는 행정기관의 장(학교장)이 민원의 신속처리와 안내, 상담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민원실을 설치할 수 있고, 제34조는 민원조정위원회 설치하는 의무를 부과합니다. 하지만 학교에는 민원실도 없고 민원조정위원회도 없습니다.
이쯤 되면 교육부(청)가 지난 10년간 민원처리에 대해 불법을 적극 권장하고, 자신들의 책무를 회피한 것이 아닐까요? 학교 구성원들은 권장 사항이 불법인지도 모르고, 10년이 지나며 서로에게 증오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학부모가 문제라고? 십수 년간 “방문, 전화”하라고 불법을 연수했다
학부모는 수십 년간 민원을 서면접수하라는 안내를 받지 못했습니다. 교육부(청)는 학부모가 행정처분을 요구하는데도 직접 만나서 상담하라고 하고 연수해 왔습니다. 특히 교원지위법 개정 이후에는 더욱 심각합니다.
학교만 국민신문고(epeople.go.kr)와 정보공개포털(open.go.kr)을 통해 신청이 불가능합니다. 국민신문고는 교육청까지, 정보공개포털은 교육지원청까지 지정됩니다.
학부모는 간단한 의구심을 확인하려고 민원접수를 시도했지만, 이쯤 되면 민원의 본질과 상관없이 민원접수만 가지고도 악성민원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스마트폰을 꺼내 동영상 촬영을 시작하고 문서를 책상에 두고 교직원에게 문서를 두고 간다고 소리치는 것이 접수를 증명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해결하겠다고 만든 ‘이어드림’의 독특한 접수 방식, 교원이 반발할 만하다!
일반적으로 민원을 접수하는 창구(민원과)에서 민원내용을 확인하고 업무부서를 지정합니다. 이렇게 접수와 담당이 나뉘어졌기 때문에 담당부서(담당자)가 1차 답변 후 불만족에 따른 2차 접수 시, 접수부서는 1차 민원답변에 검증이 필요할 경우 민원조정위원회 또는 상급자(상급기관)가 답변의 정당성을 교차 검토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어드림’은 국민신문고 등과 달리, 설계 당시 있었던 민원신청 기능은 없어지고, 민원인이 교원을 업무담당자로 지정해 상담예약하는 기능만 남았습니다. 이로 인해 학부모는 전자문서로 접수하지만, 교원은 말로 상담하고 서면답변은 불가능합니다. 교육상담 기능으로 일반민원까지 처리하게 되어, 이어드림이 교원에게 민원처리법 위반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접수방법이 아니라, 학교의 업무분장과 인력재배정이 선행돼야 한다
언론에는 교원단체가 단순하게 교원이 ‘민원담당’이 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으나, 핵심쟁점은 ①교원과 직원의 업무분장이 모호해 교원들이 법을 위반해 ‘말’로 처리하게 되었고 ②전문인력이 아닌 민원인에 의해 교원이 담당자로 강제된다는 것에 있습니다.
1220명의 고등학교 교직원은 교원이 83명, 직원 23명 수준입니다. 이중 급식인력과 특수운영직(청소/경비), 시설관리직 등을 제외하면 실제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것은 직원 4명과 행정실무사 4명으로 8명에 불과합니다. 실무사는 보조인력이므로 직원 4명이 102명을 지원해야 하는 억지구성입니다.

행정인력 부족은 학교 내 40여개의 위원회 운영에서도 교원의 업무과중을 발생시킵니다. 예를 들어 물품선정위원회에 교직원, 학생, 학부모, 전문위원이 참여하지만 행정실무는 대부분 교원이 합니다.

교원이 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은 ①학생에게 교육과정으로서 민주적 의견수렴, 토론하는 실습기회이거나 ②교사가 사용할 교보재를 직접 검수함이라면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위원의 회의일정을 조율하고, 제품의 규격과 평가표를 만들고, 입찰방법과 선정방법을 법률 검토하고, 회의록 작성, 업체를 만나 샘플을 받고 테스트 일정을 조율하는 등의 행정실무는 교원이 수업 준비와 수업 후 상담시간을 줄이며 할 일까요?
교원은 행정절차법과 국가/지방계약법 등을 배운 적도 없습니다. 교원이 간사가 되면 민원의 담당자도 교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력’과 ‘예산’ 없이 해법을 찾겠다는 교육부(청)이 문제다!
접수플랫폼만 본다면 이미 검증된 국민신문고, 정보공개포털에 학교를 통합하는 게 제일 쉽습니다.
사실 2018년부터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는 문서24(docu.gdoc.go.kr)를 통해 학교에 접수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교육청은 위탁기관에게 문서24를 권장합니다. 학부모와 학교도 사용 가능한데 교육부(청)은 학부모에게 왜 문서24를 숨기고 있을까요?
묻지마 악성민원인도 있지만, 학교의 악성민원은 정상적인 민원도 학부모의 오류와 교원의 오류가 겹쳐 악성민원으로 변해갑니다.
학부모의 오류는 ‘카더라’를 기반으로 말로 묻고, 말로 설명 들으며 확인 불가능에서 오는 불안감에 있고, 교원의 오류는 항상 그랬다거나, 상급 지침이 그렇다 말하지만 지침은 비공개한다거나 교육청에서 그렇게 시켰다며 설명하는 것입니다. 둘 다 제대로 모르고 서로를 믿지 못하고 감정이 소통 과정에서 증폭하면서 악성민원으로 변질됩니다.
민원처리법에 따라 학교장은 민원을 신속히 처리하고 안내와 상담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민원실을 설치할 수 있고, 민원조정위원회를 설치해 민원과 답변을 검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부는 예산도 인력도 배정하지 않습니다.
결국 예산과 인력이 늘지 않는 전제에서 교육부의 해법은 학교별 민원대응팀입니다. 근거 법령도 없이 내부 인력을 중복 지정해 인원수만 맞췄을 뿐, 업무시간은 부족하고 전문성도 떨어집니다.
교원의 1차 답변은 행정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법의 위임규정과 자체규정도 구분하지 못한 채, 수업에 쫓겨 처리기한을 넘기기 쉽습니다.
교원은 “어렵다”라고 단순히 답하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경우의 수가 있습니다. 이런 답변은 학부모에게 ‘싸우자’로 인식될 수밖에 없습니다. 분쟁이 된 상태에서 교육지원청 통합민원팀이 등장하면 정상민원도 악성민원으로 바꿔놓고 시작할 뿐입니다.

10년 넘은 교육부의 무능력...“이제 교원과 학부모가 손잡고 요구해야 한다”
악성민원의 원인을 해결하려면 학교의 직원을 충원하여, 교원은 교육과 교육상담에 집중하고, 민원처리는 직원이 교원을 지원하면서 해결하여야 하나, 학교별로 1~2명씩만 추가해도 수만 명이 충원되어야 하기에 장기적으로는 옳지만 일시에 실행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첫 번째, 교육지원청 통합민원팀의 역할을 민원접수 앞단 또는 병행하도록 변경할 것을 제안합니다.
1차 답변후 분쟁이 커진 다음 나타나지 말고, 학교에 접수했거나 접수를 고민할 때 학부모를 상담하여 요구사항을 명확히 서면으로 정리하는 것을 선행지원해야 합니다.
두 번째, 이어드림은 폐기하고 국민신문고와 정보공개포털에 학교를 등록시킬 것을 제안합니다.
교원과 학부모가 관계가 좋다면 교육상담은 쉽게 약속할 수 있습니다. 국민신문고도 실명인증이 되며, 자녀정보는 학교에서 쉽게 확인 가능합니다. 익숙한 국민신문고와 정보공개포털을 두고 별도의 민원처리 플랫폼을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세 번째, 행정실에 민원접수와 분류 역할을 부여하고, 서면접수를 안내할 것을 제안합니다.
민원은 첫 대응이 중요한데, 교원이 접수하면 전화가 힘들고 행정지식이 부족해 충돌로 시작되기 쉽습니다. 처음에는 서면접수 안내가 힘들더라도 지원청 통합민원팀을 연결해서 정리된 서면민원이 학교로 오게 해야 합니다.
네 번째, 학교업무 변화에 따른 인력 재조정, 특히 직원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 합니다.
90년대 교육자치가 시작되면서 학교업무는 많이 변했습니다. 교과서만 해도 예전 국정교과서는 받아서 사용하지만, 이제는 학교별로 교과서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전시, 평가, 취합, 선정, 기록작성, 발주 등 인력이 많이 투입됩니다.
다섯 번째, 학부모 연수에 민원 및 직무연수가 추가돼야 합니다.
서면제출에 대한 공감대와 전문성을 키우지 않으면 귀찮은 절차와 의구심만 늘릴 뿐입니다.
필자는 현재 학부모단체 상상교육포럼 대표로서 민원발생자이기도 하고, 경기도의회 상담관, 파주시청 소통관으로 근무하며 수년된 악성민원 전담공무원으로 양쪽의 입장을 모두 경험했습니다. 2024년 1월에는 민원인에게 중해머로 머리를 맞은 공무원으로 TV 3사에 인터뷰도 했습니다.
경험에서 볼 때, 악성민원은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 소통이 단절되고, 왜곡되는 순간 악성으로 변질됩니다. 학교를 믿어달라는 구호가 아니라, 학부모의 전문지식 연수와 교원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인력/예산 충원을 통해 다시 학교가 여유를 되찾아 학생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10년간 교육부의 무능 때문에 서로 싸웠지만, 앞으로 계속 우리끼리 싸우는 것은 우리들의 무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