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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현의 THE교육] 고교학점제, 15%를 위한 85%의 희생

입시를 건너 탱자가 된 고교학점제

 

더에듀 | 고등학교 1학년의 고교학점제 때문에 1학기가 파행되었고, 2학기를 앞두고는 보완 방법에 대해 설왕설래가 많습니다.

 

2009년생 고1은 고교학점제를 기반으로 바뀐 첫 번째 입시를 치루게 됩니다. 아직 2년 후이기에 공통과목과 선택과목 등에서 교사들은 무엇을 준비해 줘야 하고, 학생과 학부모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며, 각 대학은 어떤 부분에 어떤 방식으로 가중치를 둘 것인지 혼란합니다.

 

그런데, 입시 혼란은 이번이 처음일까요? 저학력 학생의 책임교육은 처음일까요? 사실 생각해 보면 매번 입시제도가 바뀔 때마다 ‘입시 변별력’과 ‘책임교육’은 외형만 바뀌어 교육과정에서 계속 시도되고 있습니다.


■ 고교학점제란?...“대학처럼 필수학점과 선택학점을 학생이 신청하는 것”


고교학점제는 대학교처럼 졸업할 때까지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을 본인이 신청해 이수해야 합니다. 각 과목별로 40% 이상을 받아야 하며, 40% 미만이 되면 방학 때 동일과목을 수강해서 ‘Pass’를 받아야 이수로 인정됩니다.

 

1학년 공통과목(수능출제)과 2, 3학년의 선택과목(수능제외)으로 구분됩니다. 선택과목은 학생의 관심사에 맞춰 심화과정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고, 대학은 전공과 학생의 선택과목이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를 볼 예정입니다.

 

예를 들어 공대라면 공통과목인 ‘공통수학1, 2’ 또는 ‘기본수학 1, 2’만으로는 부족하고, 선택과목에서 ‘미적분’, ‘미적분II’를 이수해야 전공별 추가점수를 받습니다.

 

공통과목은 생활기록부에 절대평가(시험점수)와 상대평가(성적석차)를 동시에 기입하고, 선택과목은 절대평가만을 반영하며, 재수강은 통과(Pass)/낙제(Fail),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은 상대평가없이 절대평가만을 기입합니다.

 

2022 교육과정(고교학점제) 개편은 “미래 사회 변화에 대응하고 학습자의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기 위한 교육과정의 기본 방향, 추구하는 인간상, 핵심 역량 등을 제시한다”고 고등학교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 하위권 학생, ‘유급’ 현실화


현재 고등학교는 의무교육이 아닙니다. 따라서 고등학교 졸업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 아닙니다. 과거에도 유급이 존재했습니다만 현실에서는 전교 꼴등, 전과목 0점일지언정 성적을 이유로 유급당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다릅니다. 고교학점제에서는 대학교와 같이 40% 미만의 ‘과락’이 발생하면, 재수강해야 합니다. 그래서 40% 미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면 ‘방과 후 보충학습’을 통해 성적을 올리거나, 방학 때 수업을 듣고 ‘PASS’를 받아야 합니다. 해당과목을 통과하지 못하면 학점 부족으로 학년진급이나 졸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저학력 학생들에게는 큰 부담입니다. 학기중 수업도 제대로 듣지 않는데 보충수업이나 방학 때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것은 전에 없던 일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성적 하위권에서 검정고시를 보겠다며 자퇴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교원들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시험을 쉽게 내거나, 일부 문제를 사전 공개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EBS 인강을 출석만 하면 PASS를 주는 학교가 많았다고 합니다.

 

‘학업성취를 돕는 책임교육’이란 슬로건 아래 시작했지만 인강에 출석만 하면 PASS가 되는 현실. 수천억의 예산을 들여서 방과 후와 방학 때 절차만 하나 더 만든 것은 아닐까요? 의무교육도 아닌 고등학교의 수업에서 학생들은 왜 자신의 관심사를 학교에서 찾지 못하는 것일까요?


■ 중/상위권 학생, 입시 변별력 불안 해소법 안 보여


중/상위권 학생은 너무 많은 선택에 불안해서 다시 자퇴와 검정고시를 고민합니다. 불과 한 학기 동안 발생한 걱정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① 새로 늘어난 교과목에 대한 교원의 교수학습능력은 적정한가? → 교원 1인당 3~5개 과목을 담당해야 하는데 수업은 잘 준비되었는가?

② 상대평가(내신 1~5등급)는 과연 적절한가? → 학교별 차이가 있는데 학교 석차별로 내신등급을 부여하는 것이 변별력이 있는가?

③ 대학 전공별로 선택과목별 가중치가 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 학생의 진로변화에 따라 선택과목의 변경/추가 수강이 가능할까? → 소규모 학교에도 학생에게 필요한 모든 선택과목이 개설될까?

④ 1학년 공통과목은 수능에 출제되지만, 2, 3학년 선택과목은 출제되지 않습니다. → 2, 3학년의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질까?

 


■ 입시변별력을 위한 상대평가, 교원 능력과 학교 여건 차이가 학생에게 낙인된다


공통과목에서의 불안은 입시 변별력을 위한 상대평가에서 발생합니다. 상대평가란 소위 내신 등급 (1~5등급)을 말하고, 내신 등급은 학생 개인의 실력만이 아니라, 같은 학년의 비교우위로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시험점수가 80~100점 사이에 10명이 있어도 1등에서 10등이 되고, 50~100점 사이에 10명이 있어도 1등에서 10등이 되며, 50~80점 사이에 10명이 있어도 1등에서 10등이 됩니다. 즉, 같은 80점일지라도 10등급, 5등급, 1등급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경쟁이 치열한 학교에서 3~4등급을 받느니, 인근 학교에서 1~2등급을 받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전학을 가거나, 상위권 학생들은 전학이 어려우니 신속한 자퇴>검정고시>수능 이라는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고등학교는 교원에 따라 극단적인 상황들도 발생합니다. 같은 과목에 교원이 여러 명이기 때문에 소위 능력 있는 선생님이 교과목 담임이 되거나, 무능한 선생님이 교과목 담임이 되지 않도록 하는 민원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상당수 학교는 1년이 아닌 6개월 단위로 교과목 담임을 변경합니다.

 

고교학점제의 선택과목은 한 선생님이 여러 과목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무능한 교원도 2~3개의 선택과목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 학생과 학부모는 불안합니다.

 

선택과목에서는 학교의 규모(학생수)도 고민입니다. 소규모 학교의 1개 학년은 십수명 수준이지만 학생의 선택은 정말 다양할 수 있습니다.

 

수학만 해도 공통수학 1/2, 기본수학1/2의 필수과목 이외에 대수, 미적분Ⅰ/II, 확률과 통계, 기하, 경제수학, 인공지능수학, 직무수학, 수학과 문화, 실용 통계, 수학과제 탐구라는 총11개의 선택과목으로 이루어집니다.

 

선택과목당 최소인원이 있으므로 십수명의 수준으로는 학생의 선택이 아니라 과목별 몰아주기를 해야 합니다. 큰 학교에서도 상대평가(내신등급)을 위해 수업 몰아주기가 발생합니다. 소규모 학교는 인근학교가 가깝지 않습니다. 물론 인터넷 수강이 가능하지만 코로나를 통해 대면학습과 인터넷학습의 차이가 있음을 모두 체감한 상태입니다. 이 차이를 대학이 어떻게 반영할지 아직 모릅니다.


■ 입시변별력, 대학에게 어떤 손해가 있기에 고등학교를 이리 흔드는 가


사실 입시변별력은 상위권 대학의 요구사항입니다.

 

최근 기사에는 ‘대학생 기초학력 저하’라는 표현이 많이 나옵니다. 특히 이공계/자연계의 경우 미적분으로 대표되는 수학 심화과정이나 물리와 화학 중 하나만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대학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다시 교육한다는 표현이 종종 등장합니다.

 

사실 이는 고등학생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고등학생 중 대학 진학, 그것도 상위권 대학 이공계열의 대학생들의 문제입니다.

 

고등학교는 상위권 학생을 위한 대학의 입시변별력과 하위권 학생의 최저학력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까요? 생각해 보면 이 문제는 필자가 입시를 경험한 30년 전에도 동일하게 제기되었지만 아직도 실험 중입니다.


■ 상위 50개 대학을 위한 전국 2380개 고등학교의 생고생!


“입시변별력이 필요하다 = 대학생 기초학력 저하로 피해가 크다”라고 말하는 상위권 대학은 지난 수십년간 거의 변동이 없습니다.

 

전체 대학(일반대+전문대+교대+산업대)은 330여개이지만, 상위권이라 불리는 인서울 및 지방국립대의 숫자는 약 50개 전후이고, 1학년 입학정원은 약 7만명대로 추산됩니다. 이에 비해 고1에 해당하는 2009년생의 숫자는 44만 5000명이고, 고등학교(일반고+특목고+특성과고+자율고)는 전국에 2380개가 있습니다.

 

입시를 바라보는 관점을 뒤집으면, 44만 5000명 중 약 50개 상위권 대학의 신입생 15% 7만명을 위해서, 전국 2380개의 고등학교는 시설 개보수 공사를 하고, 교원 부족에 시달립니다. 특히 상대평가를 도입해 42만명의 학생을 분쟁과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것입니다. 한 반에 30명이라면 4명을 위해 26명이 고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 발상의 전환 : 전국 2380개 고등학교 지원 Vs. 상위권 50개 대학 지원


초/중/고에서 기초학력 저하가 발생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는 상위권 대학이 말하는 학력저하와는 다릅니다. 상위권 대학이 말하는 학력저하는 이공계열에서 미분/적분과 물리/화학을 더 잘해야 한다는 것이고, 초/중/고의 기초학력 저하는 삶을 살아가는 데 불편한 정도로 곱셈, 나눗셈조차 제대로 하지 못 하는 것을 말합니다.

 

50개 상위권 대학의 입시변별력과 학력부족을 막기 위해 2380개의 고등학교를 지원하는 것보다 차라리 50개 대학교에 직접 지원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고등학교마다 1명씩 교원 2380명보다는, 50개의 대학교에 2380명 인건비를 지원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대학은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이 모여있으니 수업 난이도 조정도 쉽습니다. 입학시 고3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변별력을 확보하기 보다는, 대학에서 입학은 여유 있게 받고 성인이 된 학년별 수료시점이나 졸업시점에 변별력을 발휘하는 것은 어떨까요?


■ 학생은 줄었는데, 입시는 변하지 않았다


1970년 출생해 90년대 초에 입시를 경험한 세대는 100만명, 학력고사 세대로 불립니다. 50년 동안 학력고사는 수능으로 바뀌었고, 학생부 전형으로 대표되는 수시/전국 일제 고사로 표현되는 정시로 변화했습니다. 40년이 흘러 2009년생 고1은 44만 5000명, 다시 15년 후인 2024년생 인구는 24만명으로 줄었습니다. 모두 입시를 원인으로 합니다.

 

그런데 정작 입시는 변하지 않습니다. 30년 전과 마찬가지로 어려움은 상위 몇 대학교에서 발생하는데, 고등학교에서 입시를 통해 해결하려 합니다.

 

입시변별력, 대학 기초 수학능력과 무관한 학생들이 절반을 넘어 85%에 달하는 학생에 대한 진로/진학 지원보다, 15%를 위한 상대평가를 통해 상위권 대학 변별력 지원에 교육부는 더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 귤(고교학점제)도 회수(입시)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


이제 입시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대학교의 어려움은 대학교를 직접 지원해서 해결하고, 고등학교는 학생에게 더 집중해야 합니다.

 

85%의 학생들이 고등학교에서 자신의 관심사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든 학생을 서울대에 보내겠다는 설익은 아이디어나 상위권 대학의 입시변별력 확보 요구에 맞추려는 시도보다는 고교학점제의 취지가 무엇인지, 85%의 학생들을 위한 정책방향이 필요합니다.

 

고등학생에게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85% 학생의 학부모들은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의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의 미래를 여는 선택이 아니라 상위권 대학을 위한 제도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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